CELINE
셀린느의 셀러브리티
시즌 시작부터 모든 시선은 셀린느로 향했다. 수많은 인파가 팔레 드 도쿄를 에워쌌다. 패션위크에 이런 인파를, 함성을 들어본 적이 없다. 쇼 시작이 임박했는데도 프런트 로의 세 자리가 비어 있었다. 한국에서 전세기를 타고 온 BTS 뷔, 블랙핑크 리사, 박보검을 위한 자리. 그들은 시작 직전에야 모습을 드러냈고, 잠시 수많은 팬들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순간엔 쇼에 참석한 모든 프레스와 셀러브리티도 모두 팬이었다 할 만큼, 그들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팬데믹이 지나는 몇 년 동안 한국 아티스트의 위상이 이 정도로 높아졌을 줄이야. 눈앞에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변함없는 에디의 정체성이 응축된 로큰롤 무드의 컬렉션이 이어졌다. 체인, 브로치 장식으로 뒤덮인 오버사이즈 가죽 재킷과 턱시도 재킷, 글리터 소재의 턱시도 재킷, 톱, 트위드 재킷이나, 슬림한 가죽 팬츠 등 이번 시즌은 특히 콘서트 한 장면 같기도. 셀린느 컬렉션에서 놓칠 수 없는 사운드트랙은 뉴욕의 뉴 웨이브 밴드인 구스타브가 맡았다.
THOM BROWNE
이런 요망한 톰 브라운
지극히 컨셉추얼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톰 브라운은 은근히 매번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번엔 확실히 크게 한 방 날렸다. 우린 고풍스러운 톰 브라운 살롱에서 쇼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적막이 흐르는 순간, 쇼에 지각한 프레스로 분한 모델들이 다급하게 뛰어들어와 머쓱하게 “Sorry, I’m Late”라 말하며 빈자리에 앉다니, 정말 기가 막힌 연출이다. 본격적인 룩은 또 어떻고. 클래식한 여성복의 전유물인 트위드 소재를 활용하여 지극히 고상하고 남성적인 테일러링을 선보였는데, 이너웨어의 작스트랩이 훤히 드러나도록 내려 입었다. 그 외에도 플리츠스커트, 미니스커트 또는 비키니 톱 등 여성성이 강조된 룩을 가감 없이 매치했고, 서퍼, 세일러, 테니스 플레이어 등의 요소를 차용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기억에 각인된 건, 피날레의 발칙한 카우보이. 작스트랩이 훤히 드러나도록 커팅된 태슬 장식 팬츠와 크롭트 베스트를 입고선, 아주 요염하고 느긋하게 런웨이를 휘젓고 다니는데, 그 요망한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MARTINE ROSE
마틴 로즈식 믹스 매치
마틴 로즈는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며 다양한 사람들에게 흥미를 가졌고 특히 소외된 사람들에게 집중했다. 런던 남부 출신인 그녀는 런던의 섹스 클럽, 게이, 크루징 등 일종의 하위문화 활동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이런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이들을 상징하는 런던 복스홀 다리 아래에서 쇼를 진행했다. 마틴 로즈는 스포츠웨어와 캐주얼웨어, 테일러링을 믹스하여 개성을 드러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오버사이즈 실루엣의 플레이드 코트와 캐주얼한 실크 보머 및 나일론 재킷 등을 선보였다. 트랙 수트와 매치된 트렌치코트, 캐멀 컬러 수트와 레오퍼드 무늬 셔츠, 레드 슈즈 등 특별한 조합이 눈에 띈다. 블랙 왁스 진과 레트로 스타일의 아노락을 매치한 것과 같이 모터스포츠, 테일러링 등 다양한 스타일을 믹스하기도 했다. 이번 쇼에서는 마틴 로즈와 나이키의 새로운 협업 컬렉션도 공개됐다. ‘샥스 MR4’란 이름의 협업 스니커즈는 마치 축구화를 떠올리게 하는 어퍼에 스퀘어 토로 재단된 것이 특징. 힐에는 레드 컬러의 샥스 피스톤이 적용됐으며 인솔에 두 브랜드 로고를 나란히 새겨 협업의 의의를 더했다.
VTMNTS
VTMNTS의 젠더리스
베트멍의 새로운 레이블 VTMNTS가 파리에서 강렬한 데뷔 쇼를 치렀다. 디지털 프레젠테이션으로 진행된 쇼의 모델들은 파리의 비어 있는 백화점에서 베트멍 특유의 빠른 워킹으로 런웨이를 휩쓸었다. 일부 모델은 멍과 상처를 그려 전투적인 모습을 표상했다. 컬렉션은 레이블 론칭 때 발표한 것과 마찬가지로 성별의 구별 없이 입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채워졌다. 성평등에 관한 메시지를 담은 이번 컬렉션은 전통적인 테일러드 드레스와 스트리트 웨어, 그리고 아방가르드 스타일의 아이템들로 구성됐다. 크롭트 상의와 아우터, 아주 짧은 길이의 쇼트 팬츠, 소매가 긴 아우터 등은 구람 바잘리아식 젠더리스를 명백히 보여주었다. 코트, 베스트, 트랙 수트 등의 아이템은 허리를 꽉 조여매 강조했고 여기에 레이어링된 팬츠를 매치해 독특한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이러한 룩을 아우터, 이너웨어, 팬츠, 톱 등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내어 존재감을 과시했다.
BALENCIAGA
발렌시아가의 미래지향적 쿠튀르
뎀나 바잘리아가 선보이는 두 번째 발렌시아가 쿠튀르 컬렉션이었다. 초현실주의와 미래적인 요소가 돋보였던 이번 컬렉션은 우아한 무드가 주를 이루던 지난 컬렉션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1번부터 9번까지 연달아 등장한 블랙 네오프렌 소재의 수트가 가장 주목할 만한 점. 보디라인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가면으로 얼굴 마저 가려 미래적인 무드를 더욱 강조했다. 컬렉션에 사용된 네오프렌 소재는 1958년 선보였던 가자르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며, 보디수트 룩은 잠수복에서 영감을 받아 지퍼 잠금으로 마감했다. 컬렉션의 4분의 1 이상이 업사이클링 아이템으로 구성된 것 또한 특징. 룩 전반에 사용된 블랙 페이스 실드는 메르세데스-AMG F1 어플라이드 사이언스와 협업하여 제작한 것으로, 뛰어난 기술력의 폴리우레탄 코팅이 더해졌다. 액세서리류에서는 뱅앤올룹슨과 협업해 탄생한 ‘스피커 백’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더욱 화제가 된 것은 초호화 셀럽 군단의 자태였다. 뎀나의 뮤즈로 함께하는 킴 카다시안과 벨라 하디드, 가수 두아 리파, 모델 나오미 캠벨, 배우 니콜 키드먼이 게스트 모델로 참여한 것. 화려한 쇼의 주인공들과 만들어낸 풍성한 색감과 실루엣, 그리고 고전적 우아함에서 탈피해 새로운 쿠튀르 장르를 창조해가는 뎀나.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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