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주년, 박찬욱 감독은 칸 국제영화제의 수상자로 세 번째 호명됐고 감독상을 수상했다. 남성 패션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는 칸에서 돌아온 그를 만났다.
형사가 변사자의 아내에게 의혹과 관심을 품게 되는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단연 흥미를 끄는 것은 탕웨이의 연기다. 이영애의 금자, 김옥빈의 태주, 임수정의 영군, 김민희의 히데코와 김태리의 숙희, 탕웨이의 서래. 박찬욱 감독의 연출을 거친 여성 캐릭터들은 어떻게 그토록 배우 고유의 개성을 매력적으로 발산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박찬욱 감독은 “단순해요. 그만큼 영화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여성 배우와 여성 캐릭터가 덜 탐험됐다는 뜻이에요”라고 명쾌하게 답했다. “나는 남성 캐릭터와 여성 캐릭터를 같은 방식으로 다루었는데 유난히 여성 캐릭터가 더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는 것은, 그동안 영화 속에서 여성의 감정과 욕망을 직시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그만큼 탐구가 많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한편 해외 영화제의 수상보다도 한국 관객이 어떻게 봐주실지가 궁금하다고 한 이유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한국어가 서툰 서래(탕웨이)의 캐릭터와 해준(박해일)의 캐릭터 사이의 의도된 간극에서 나오는 묘미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어를 쓰지 않는 외국인은 ‘저건 서래가 한국어가 서툴러서 잘 쓰이지 않는 단어를 쓰는 장면이구나’라는 걸 감 잡을 수 있겠지만 정확한 뉘앙스까지는 전달받기 어려워요. 한국어를 쓰는 관객이 이 영화를 가장 정확하게 봐줄 수 있기에 궁금한 겁니다.”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이후로 오랜만에 선보인 청소년 관람가 작품인 점에 대해서 그는 “사람들의 경계심을 풀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좋습니다.(웃음) 해외 판매가 많이 되어서 극장 수입은 그렇게 높지 않아도 손익분기점은 맞출 수 있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하죠. 저도 윤제균, 김용화 감독 못지않게 흥행에 관심 있습니다”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박찬욱 감독은 “디테일에 모든 게 있다”는 것을 믿는다는 영화관을 내보였다. “모든 창조적인 대화, 실질적인 업무에서 사용하는 모든 단어는 데이터에서 출발해야 해요. 이를테면 내가 정서경 작가나 류성희 미술감독과 앉아서 영화에 대해 말할 때 ‘이 영화의 주제는 뭐지?’라고 하기보단 ‘이 커피잔은 무슨 색이지?’라고 하는 게 괜찮은 시작이죠. 배우들과 이야기할 때도 “이 사람은 굉장히 종교적인 사람이에요”라고 대화를 시작할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은 넥타이를 매는 타입이에요’라고 하는 식으로 출발해야 합니다. 저는 그런 디테일을 믿습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 대한 박찬욱 감독의 섬세한 애정과 영화관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인터뷰 전문과 전체 화보는 <아레나 옴므 플러스> 7월호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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