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띠 + 농구
아띠는 농구에 진심인 사람들의 둥지다. 2011년, 배우 서지석을 주축으로 연극배우 진인관 등이 합세해 결성됐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아띠는 함께한 시간만큼 팀워크가 단단하다. 모임은 일주일 단 하루, 목요일 밤이 되면 아띠 멤버들은 실내 농구 경기장으로 하나둘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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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환
카메라를 들자 이종환은 덩크슛을 시도했다. 수백 번도 더 보여줄 수 있다며 몇 번을 반복했다. 이종환은 1999년에 데뷔한 23년 차 모델이자 배우다. 10대 시절 <마지막 승부>를 본 뒤 주야장천 농구 연습을 한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그는 아띠 농구팀원이 된 지 8년째다. 아띠에 영입된 데는 뮤지션 ‘양동근’의 힘이 컸다. 대학 시절, 한양대학교 농구장에 살다시피 했던 이종환은 동문 양동근의 눈에 띄었고 농구로 우애를 다졌다.
둘 사이에는 또 다른 농구 고수가 존재했다. 전 국가대표 농구 선수 ‘조성민’이다. 셋은 자연스레 우정을 쌓았고 대학 시절 농구 코트에서 보냈다. 그러다 이종환은 양동근의 제안으로 아띠팀에 들어갔다. 농구로 채워진 삶을 살아온 그의 스포츠 정신은 테니스 선수였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심지어 그의 동생은 프로 풋살 선수다. 아띠 농구팀원으로서 그의 목표는 단 하나다. “팀원들과 땀 흘리며 농구하고, 또 그저 사는 이야기하고. 오랫동안 이 관계가 이어지는 게 유일한 목표예요. 즐겁기 위해서 하는 거니까!” 아띠는 가족적인 분위기다.
처음에는 연예인 농구팀이라는 타이틀로 꾸려진 팀이지만, 지금은 사회인 농구팀이다.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 돕는 공동체가 된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기든 도움을 구할 수 있어요. 저 역시 도움을 주죠. 첫 만남 때 20, 30대였던 우리가 벌써 가정도 꾸리고 사회에서 자리를 잡았네요.” 모든 스포츠는 규칙을 알고 보면 더 재밌다. 농구가 변수 잦은 운동이라서 더욱 재미있다는 이종환은 60세를 넘어서도 아띠 팀원으로서 경기를 뛰고 싶단다. “조금 더 지나면 아띠는 시니어 선수단이 되어 있겠죠?” 이종환이 웃으며 말했다. -
진인관
진인관은 열기로 익은 농구 코트를 가로지르며 연신 레이업슛을 던졌다. 그는 23년 차 연극배우다. 아침 6시에 기상해 수영하러 가는 진인관은 스포츠광이다. “하루라도 운동 안 하면 몸이 죄책감을 느껴요. 체력을 받쳐주는 건 정신이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건 운동이죠.” 그는 여러 운동을 하지만 특히 농구에 진심이다. 농구에 대한 열정은 어릴 때부터 대단했다. “농구대잔치 아세요? 아니면 <슬램덩크>는요? 어릴 때 엄청 좋아했죠. 1990년대 프로 농구 선수들 경기는 빼먹지 않고 참관했죠.”
배우 서지석과 함께 아띠 농구팀 창단 멤버이기도 한 그의 농구 생활은 길거리에서 시작됐다. 서지석과 진인관은 대학 시절 만났고 길거리 농구 크루에서도 함께였다. 크루는 오래가지 못했지만 대신 두 사람은 아띠를 결성했다. 처음 결성 당시 연예인을 주축으로 프로 선수들도 영입했다. 지금 아띠는 꽤 규모 있는 팀으로 거듭났다. 그는 경기 내내 하는 대화에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했다. “상대방 공격수를 놓치면 실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기 중에 대화를 많이 해요. ‘빨리 백코트해줘!’를 막 외치죠. 그럼 열정이 더 끓어올라요.”
아띠의 성장은 연예인 농구대회 때 빛을 발했다. 농구는 센터 싸움이고, 센터의 강점은 선수의 피지컬에서 발휘된다. 하지만 걸출한 센터가 없는 팀 중 하나인 아띠는 약체로 평가됐고, 연예인 농구대회를 앞두고 아띠 팀원들은 이 악물고 훈련했다. 그리고 JYP ‘박진영’이 속한 ‘우리동네 예체능’ 농구팀과 연합을 맺어 ‘어벤저스’라는 이름으로 경기에 출전했다. “정말 어벤저스 같은 힘을 발휘했고 준우승을 거머쥐었어요.” 그렇게 아띠는 또 한 번 발전을 이루었다.
신혜인
땀으로 흠뻑 젖은 채 현란한 드리블을 선보이며 달리는 모습에 시선이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아띠 팀원 사이에서 가장 돋보였던 신혜인은 ‘제2회 국제농구연맹 아시아 영위민 농구선수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준우승을 이룬 전 농구 선수이자 농구 코치다.
선수 생활을 은퇴한 뒤 학교를 다니다 농구 선수 출신 지인의 제안으로 아띠 생활을 시작했다.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은 30분 이상 못해요. 지겹고 무료하잖아요. 근데 농구 코트 안에선 몇 시간이고 뛸 수 있어요. 즐겁게 뛸 수 있어 생활 스포츠로도 아주 훌륭하죠.” 그는 인터뷰 직전까지 경기를 뛰다 왔던 터라 턱까지 차오른 숨을 뱉으며 말했다. 국가대표로서 느꼈던 경기의 압박이 없는 지금, 더 큰 즐거움을 발견했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시간을 만들어내기도 어렵고, 체력 소모도 크다. 신혜인은 초등학교 3학년생과 7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인터뷰 당일, 아띠 농구팀 셔츠를 입은 그의 아이는 코트 밖 벤치 구역에서 엄마 경기를 예리한 눈빛으로 관람하고 있었다. 신혜인은 아이를 키우는 일이 등교시키기와 학원 데려다주는 일상의 반복이라고 한다. 엄마 입장에서 세상의 엄마들에게 생활 체육의 영향력을 말해주고 싶단다.
“일주일에 단 한 번, 목요일에 친한 사람들과 뛰는 두 시간가량의 경기가 삶에 큰 에너지가 되죠. 주부들은 농구를 하지 않잖아요. 농구는 아마추어든 주부든 누구나 할 수 있는 즐거운 스포츠임을 알려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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