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어스름해진 하늘이 보여요. 어떤 하루를 보냈나요?
tvN의 새 드라마 <환혼>을 아침부터 찍고 왔어요. 사극이지만 익히 아는 사극과는 다른 매력 있는 판타지 사극이라 촬영이 흥미로워요. 술법을 다루는 술사들의 이야기예요.
<환혼>의 박당구는 어떤 인물인가요?
극 배경인 대호국 최대 기업 ‘송림’의 후계자예요. 하지만 당구는 후계 수업에는 관심이 없고, 친구들과 놀고 꾸미는 게 즐거운 밝은 인물이죠.
전작의 악역과는 상반되는 인물이네요.
맞아요. 그래서 재밌어요. 귀남의 무거운 연기 톤을 버리고, 당구의 통통 튀는 매력에 집중하고 있어요. <환혼> 관련 회의 때도 당구는 인물 자체가 매력적으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생동감 있는 캐릭터예요.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죠.
1998년생, 그야말로 요즘 세대 배우죠. 어쩌면 OTT 플랫폼의 안착이나 최근 영화, 드라마계의 지각변동을 시작부터 함께한 셈인데, 배우로서는 어떻게 다가오나요?
나이는 어리지만, 8~9년 전 보조 출연부터 시작해 기존 영화,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경험했어요. 그래서 달라진 시스템을 몸소 느끼죠. 넷플릭스를 비롯해 OTT 플랫폼 작품과 TV 드라마의 대사 수위는 물론, 브랜드 로고 노출이 자유로운 작품도 있는데, 꽤 흥미롭고 배우로서 상황에 맞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한편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는 젊은 남자 배우라는 점도 흥미로워요. 커리어 초반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작품 <지금 우리 학교는>을 만났죠.
불과 몇 개월 만에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게 됐는데, 신기하고 감사해요. 사실 배우를 준비할 때는 지금만큼 큰 관심을 받으면 마냥 좋을 줄만 알았어요. 막상 겪어보니 제 부족함이 더 두드러지더라고요. 그만큼 겸손하게 더 열심히 하게 돼요. 나는 배우 일을 원초적으로 즐겁게 여겨 시작했고, 이 즐거움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죠. 성과만 좇다 보면 마음이 불안정해지는 걸 아는 만큼, 중심을 잘 잡고 즐기면서 나아가고자 해요.
연기가 즐거운 이유가 궁금해요.
내성적인 성격이고 사색이나 잡념에 빠지는 편인데, 이런 소극적인 면이 연기를 하며 장점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많았거든요. 콤플렉스라 생각했던 부분이 특별함이 됐달까? 또한 감독님, 선후배 배우 등과 협업하는 것도 즐겁고요. 배우로서 더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더 규모가 큰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재밌게 보내고 싶어요.
<지금 우리 학교는>은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큰 인기를 누린 작품이에요. 돌아보면 어때요?
제가 연기한 윤귀남은 ‘불사조 빌런’이라는 별명처럼 확 튀어야 하는 캐릭터이기도 해서 부담도 있었는데, 작품 자체의 내용과 전개가 흥미진진해서 안심했어요. 다들 제가 <지금 우리 학교는>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이상한 남자 캐릭터 하나 있지 않나?”라고 했는데 그게 귀남이었어요.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라는 뜻이라, 저는 원작 캐릭터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죠. 악랄하고 괴기한 모습을 시대 배경이 다르게 설정된 작품에서 최대한 잘 표현하고자 했달까요.
그나저나 인기를 실감하나요? <지금 우리 학교는> 공개 직후 열흘 동안 개인 SNS 계정의 팔로워가 1백만 명이 늘었다고.
처음 하루 이틀은 큰 반응이 없었어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며 하루에 10만 명이 늘어나는 경험을 했죠. 어안이 벙벙하더라고요. 팔로워 수가 늘어난 것도 그렇고, 거리에서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도 신기해요. 예상치 못한 상황에 팬들의 환영을 받으면 제가 높은 인기를 감당할 만한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당황스럽기도 하고요.
인기가 많아지면 주변이 달라진다고들 하는데, 어떤가요?
평소 무뚝뚝한 아버지가 주변 사람들과 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어머니가 회사에 떡을 돌리는 걸 보면 보람을 느껴요. 가족뿐 아니라 사촌과 친척 그리고 친구들이 좋아해주는 걸 보면 덩달아 기쁘고요.
어쩌면 배우 지망생 시절에 꿈꾸던 순간이기도 한데.
며칠 전에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 남자 부문 후보에 올랐어요. 기쁜 한편 밤에 잠이 안 올 만큼 떨리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 듣던 노래들을 한참 감상했어요. 지망생 시절 친구들과 연습실에서 장난 삼아 수상 소감도 발표하던 시절을 떠올리면서요. 그러다 기분 좋게 잠들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라면, 유인수가 배우가 되겠다고 천안에서 상경해 홀로 연기과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이겠네요.
맞아요. 시상식이라는 건 상징적이기도 하고, 큰 무대잖아요. 뿌듯하고, 떨리고, 감사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죠. 그래서 수상 못해도 괜찮으니, 시상식에서의 시간을, 감사한 순간을 잘 기억하자 마음먹었죠.
수상 소감도 준비했나요?
구교환 배우도 후보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수상하지 못할 거라 생각해 준비 안 했어요.(웃음) 농담이에요. 사실 수상 소감까지 준비하고 수상을 못하면 스스로에게 실망할 것 같아서 안 했어요. 그런데 막상 수상자 이름을 말하기 전 정적의 3초가 오니, 오만 생각이 들며, 수상 소감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제 자신을 발견했죠.(웃음)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어요.
데뷔 6년 차. 성장이 빠른 배우에 속해요.
며칠 전에 오디션을 보기 위해 프로필을 꺼냈는데, 그동안 열아홉 작품에 출연했더라고요. 연평균 서너 작품에 참여했다는 건데, 막상 숫자로 보니 신기하더라고요. 그래도 돌아보며 작품이나 배역의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걸 쏟아부었어요. 참여하는 작품마다 다신 안 올 기회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죠. 이제는 전보다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고, 돌보며 나아가려고 해요. 연기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보완하면서요.
앞으로 꼭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캐릭터를 맡으면 인물에 대해 많이 준비하는 편이고, 그 과정이 꽤 즐거워요.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의사나 검사 같은 전문직도 좋고요.
목표는요?
주변 사람들이 무료함을 느낄 때, 저와 제가 출연한 작품으로 소소한 즐거움을 주고 싶어요. 타인에게 즐거움을 줄 때 큰 행복을 느껴요. 앞으로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배우 일을 오래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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