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이 자신의 무기라고 한 적 있다. 이번 화보의 주제는 이 문장에서 출발했다. 평범하다고 말하는 남자가 멋지게 차려입은 이상하리만치 멋진 순간.
화보 촬영이 쉽지 않다. 그래도 열심히 임했다. 그와 별개로 평범하려고 노력하는 건 아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사람이고 싶다. 다만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고, 사랑을 받은 큰 요소 중 눈에 확 띄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 되지 않았나 한다.
데뷔 이래 거의 쉬지 않고 작품에 임했다.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어떤가?
20대 때는 가리지 않고 임했다. 연기하는 게 마냥 즐거웠다. 한편으로는 무모했지. 나이를 먹으며 작품 수가 늘어날수록 신중해졌다. 그래도 작품의 흥행을 고려하거나 연예인으로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작품을 선택한 적은 없다. 주어진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서만 골몰한 결과다.
최근 출연한 드라마 <돼지의 왕>은 어떤 선택인가?
장르물에 대한 갈망이 있던 시기에 절묘하게 제안을 받았다. 감사한 일이지.
직접 연기한 황경민은 연쇄살인마다. 처음 대본을 받고 캐릭터에 대해 알아갈 때 어떤 인물 같았나?
매력적이라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럽다. 범죄자니까. 차별점이 있는 인물은 맞다. 도전 의식이 생기더라. 범죄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살인마가 아니라, 지금껏 우리가 본 적 없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도전했다.
<돼지의 왕>과 황경민은 장안의 화제였다. 돌아보면 어떤가?
걱정도 많았고, 그만큼 고민도 커서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래도 배우로서 고민한 지점을 알아봐주고, 공감하며 본 시청자가 많은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연상호 감독의 원작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봤나?
멋진 작품이지. 다만 드라마는 원작의 기본적 요소를 제외하면 거의 다른 작품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나 또한 새로운 작품이라 생각하고 임했다. 원작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담길 것이라 생각했고, 배우로서 집중한 건 경민이 가진 정서를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였다.
작품에 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무엇인가?
작품마다 다르다. 작품과 역할이 가장 빛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식을 고민하고, 나의 장점을 잘 살리고자 한다. 맡은 캐릭터가 돋보이는 게 작품이 빛나는 방식이라면 그렇게 하고, 은은하게 이야기에 녹아드는 게 낫다면 그렇게 한다.
올해로 데뷔 19년 차. 더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다면?
<돼지의 왕> 황경민도 19년 만에 처음 만난 캐릭터다. 돌아보면 모든 역할이 새로웠다. 앞으로 맡을 캐릭터도 그렇지 않을까?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배우 일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늘 기쁜 마음으로 기대를 안고 있다. 지금까지 선택한 작품 중 후회되는 건 하나도 없다.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건 성향이기도 하다.
돌아보면 연기 면에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이기도 하니 위안 삼는 편이다. 어쨌든 결심한 일이니 책임감 있게 임한다. 돌이킬 수 없지 않나?
데뷔 초와 베테랑이 된 지금 변한 것이 있나?
주변을 돌아볼 여유와 자신감이 생겼다. 데뷔 초에는 확신이 부족했고, 주어진 일을 잘해내는 것에 급급했다. 그래서 더 즐기지 못한 것 같다. 점차 필모그래피가 쌓이며 동료 배우, 스태프들과 행복한 추억이 쌓이는 게 반가운 요즘이다.
돌아보면 유독 즐거운 추억으로 남은 작품이 있다면?
아무래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아닐까 한다. 함께한 모두가 즐겁게 임했고, 엄청난 사랑을 받기도 했다. 사실 돌아보면 나는 복 받은 배우인 것 같다. 거의 모든 작품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배우 김동욱의 매력으로 목소리를 꼽는 사람도 많다. “부드럽지만 때로는 단단하게, 무심한 듯하지만 따듯한 음색”이라는 한 평론가의 말도 있다.
감사한 말이지. 목소리는 텍스트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이지 않나. 절대적으로 좋은 목소리, 나쁜 목소리를 나눌 수는 없지만, 매력적으로 들리는 음색은 있다고 본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고를 당시의 내 심리 상태랄까? 복합적이다. 만약 매력적인 작품을 선택했다면, 다음으로 감독이나 배우 등 함께할 사람들을 진지하게 고민한다. 협업이니까.
처음 보는 스태프들과의 매력적인 작품과 함께한 적 있는 친밀한 스태프들과의 끌리지 않는 작품을 동시에 제안받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 건가?
시기를 조율하지 않을까?(웃음) 솔직하게 말하자면 더 끌리는 작품을 선택할 것 같고, 친한 스태프들과는 진하게 술 한잔하고 다음에 더 좋은 작품을 기약할 것 같다.
지난 몇 년간 OTT 플랫폼 시장이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특성상 관객과 호흡하며 연재하는 드라마보다 사전 제작 시스템이 많아지기도 했는데, 배우로서 느끼기엔 어떤가?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작품이 소모적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양질의 드라마와 영화가 더 많이 생산되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인생의 반을 연기와 함께한 셈이다. 학창 시절 생각한 배우의 삶과 현재를 비교하면 어떤가?
예상하지 못한 삶이다. 당시에는 배우로서 대중 앞에 설 거란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졸업 후 유학을 가거나 연기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는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가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지. 마음을 다르게 먹었다기보다는 오디션 등 운 좋게 기회를 만났고, 지금까지 왔다.
반평생을 연기 한길만 걸어온 원동력은 무엇인가?
가족을 보며 배우가 되길 잘했다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일을 잘해내고 있음을 가족에게 끊임없이 보여주고 싶고, 믿음을 주고 싶어서라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믿어주는 사람들을 위해.
그나저나 개인 SNS가 없더라. 이유가 있나?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건 감사한 일이다. 그렇다고 개인의 삶까지 관심을 갖는 것에 피곤함을 느끼는 건 모순적이다. 그래서 이와 관련해서는 조심스럽다. SNS를 하지 않는 건 배우가 아닌 상황에서 나를 표현하는 것에 자신감이 없고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쉴 때는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나?
단순하다. 운동하거나 집에 있거나 소소하게 지인들을 만나거나. 예측 가능한 삶이랄까.(웃음)
정해진 차기작이나 새로운 소식이 있다면?
<어쩌다 마주친 그대>라는 KBS2의 새 드라마에 합류한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타임 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연쇄살인범을 쫓는 이야기다. 진기주 배우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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