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정말 잘 깎더라.
사과 깎으며 촬영한 건 처음이다.(웃음) 오늘 촬영은 색다른 시도였다.
최근 아스트로 멤버 윤산하와의 유닛 활동을 마무리 지었다.
앨범 콘셉트 관련해 깊은 대화를 나눴고, 우리 의견이 많이 반영된 앨범이어서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결과적으론 무척 뿌듯하다.
앨범 콘셉트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었나?
평소 영화나 웹툰, 드라마에서 얻는다. 이를테면 영화 <콘스탄틴>에서 키아누 리브스의 퇴마사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아 앨범에 그 느낌을 녹여낸다. 인상적인 캐릭터나 장면을 봤을 때, 음악적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어릴 적 문빈은 어떤 아이였나?
야채를 싫어하는 소심한 아이였다. 엄마가 싸준 김밥의 내용물은 모조리 걷어내고 김이랑 밥만 먹었다. 김밥은 소금 간이 돼 있잖나. 그걸 좋아했다.
어린 나이에 모델 활동을 시작했고, 자연스레 연예계에 발을 담갔다. 그렇기 때문에 못 이룬 꿈이 있나?
글쎄. 초등학교 2학년 땐 검사(검 다루는 사람)가 꿈이었다. 그 뒤로는 한 번도 꿈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겠지. 어렸을 때 청주에서 살았는데, 학교 끝나면 한 시간 달려 서울로 촬영하러 가는 게 일상이었다. 그래서 꿈이랄 게 없었다. 하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꿈은 있다. 경찰관이나 소방관처럼 명예롭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직업. 정말 막연한 꿈이겠지만.(웃음)
정의구현파인가?
그런 거 좋아한다. ‘정의는 승리한다!’
아스트로 활동에도 충실하지만, 코미디나 로맨스 등 연기도 선보였다. 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뭘까?
사이코패스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나는 정의 구현파이지만, 가끔 영화 속 빌런들이 이해될 때가 있다. 마블에서 빌런이 정의로울 때도 있고, 그런 그들을 응원하고 싶어질 때도 있잖나. 그리고 ‘히스 레저’의 연기를 좋아한다. 그의 영화를 무척 감명 깊게 봤거든. <다크 나이트>에서의 연기는 잊기 힘들다.
최근 홀딱 빠진 영화가 있다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세 명의 스파이더맨이 모두 등장할 때 전율이 흐르더라. 눈물도 흘렸고.
마블에서 최고로 애정하는 캐릭터는 단연 스파이더맨인가?
그렇지. 정감 있는 캐릭터다. 친근한 영웅 같은 느낌? 엉뚱한데 똑똑하고, 그런 점이 히어로가 아닌 우리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평소 글을 자주 쓴다던데, 에세이는 얼마나 모았나?
1백30편 정도?
책으로 출간해도 되겠다.
그래도 한 2백 편은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만일 책으로 만든다면, 그림도 배워서 글 옆에 내 그림을 삽입해도 좋을 것 같다.
감정 표현하는 걸 좋아하나?
좋아한다기보다 그저 기록하는 거다. 그날의 공기, 분위기, 감정을 녹여내는데, 다만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는다. 다른 사물에 비유한다. 이를테면 오늘의 감정을 푸릇한 나무에 빗대어 표현할 수 있겠지?
그러한 창작 습관이 활동에 영향을 주기도 하나?
그렇지. 아스트로로서든, 문빈으로서든. 글을 쓸 때, 메타포에 의미를 응축하기 위해 늘 상상한다. 그런 상상력이 무대에 설 때도 큰 도움이 되고, 연기할 때도 그렇다. 상상을 워낙 즐기는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때도 물론 있다.
어떤 때인가?
공상에 너무 깊이 빠지면 최악의 상황까지 떠올리게 된다. 불안을 느끼면 멈춰야 하는데, 계속 떠올라 실수할 때도 있다. 중요한 일에 집중을 못한다든지. 그런 면이 부정적이지만 상상을 멈추기엔 긍정적인 부분이 더 크다.
실제 모험에 뛰어들기도 하나?
반반이다. 도전할 때도 있지만, 아예 시도조차 안 하기도 한다. 부적합하다는 생각이 들면 안 하려고 한다. 정말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 한다.(웃음)
변화를 선호하는 편은 아닌가 보다.
애매하다. 변화가 싫지는 않다. 근데 변하지 않고 보존해야 하는 것도 분명 존재한다고 믿는다. 되게 웃기지? 내 성향이 그런 것 같더라. 현재를 살아가고 있지만 과거 없이는 현재도 없고, 현재가 없다면 미래도 없으니. 다 중요한 것 아닐까. 그런 생각 때문에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과 보존하고자 하는 마음이 공존한다.
영상 인터뷰 때 엿들었다. 우리 모두는 완벽할 수 없다고 말했지.
맞다. 예전의 나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했다. 완벽주의자로 사는 건 너무 힘들었다. 하루 종일 실수한 것만 떠올랐다. 그걸 생각한다고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완벽해지기 위해 발버둥치려니 시간이 부족하더라. 만족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없는데 해결만 바란다면, 그건 요행일 뿐이잖나.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완벽하게 준비하면 좋지만, 아쉬운 부분은 항상 남으니까.
내려놓으니 한결 편해졌나?
시야가 훨씬 넓어진 것 같다. 안이 아닌 밖도 볼 줄 알고, 사람들의 말에도 더 귀 기울인다. 그들이 정말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줄도 안다. 시간도 덜 낭비한다. 남는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울 줄도 알게 됐으니까. 닥친 일에만 집중하다 보면 숲을 못 본다.
앞으로 수많은 모험이 닥칠 텐데 어떻게 헤쳐 나갈 건가?
모험을 대비할 수 없다면 몸으로 부딪쳐야겠지. 처음은 힘들더라도 금세 적응할 거라 믿는다. 연차가 쌓이니 그런 질문을 자주 하더라. ‘연차를 채울수록 새롭게 얻는 건 무엇’인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봤는데, 새롭게 무언가를 얻는 것보다는 점차 감각이 무뎌진다는 게 결론이었다.
감각이 무뎌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새로운 것에 더욱 잘 적응한다는 의미다. 거의 모든 것을 경험했고 이젠 익숙해졌으니까. 무대 위에서 덜 예민하고 더 자연스럽다.
두려운 건 뭔가?
무력감이 제일 무섭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 상상만 해도 두렵다.
한계를 느꼈던 순간이 있나?
2020년이었던 것 같다. 그때 처음 쉼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 어릴 때부터 활동해서 그런지 쉬고 싶었다.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컸다. 부담감에 사로잡혔고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혹독하게 대한 탓도 있었다.
휴식기가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된 터닝 포인트였겠네.
그때부터 버리는 연습을 했다. 그 연습도 성공적이진 못했다. 쉬라고 비워준 시간에 보컬 수업을 다녔으니까. 그러다 진짜 쉬어보자 마음먹고 근처 복싱장에 등록했다. 한 달간 복싱을 배웠다. 밥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그렇게 살았더니 나쁘지 않더라. 정신도 정화되었고 많이 회복했다. 강인한 육체를 가져도 정신이 약하면 안 된다. 버릴 건 버려야 한다.(미소)
문빈에게 용기 주는 말은 어떤 것이 있나?
위로의 말들. ‘괜찮아, 잘했어, 충분해.’ 몇 글자 안 되는 단어지만 그 단어들이 주는 힘은 대단하더라.
오늘,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힘내고,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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