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TTEGA VENETA WINTER 2022 COLLECTION
다시 새로운 챕터의 시작. 그 첫 번째 룩부터 압권이었다. 지극히 기본적인 슬리브리스에 유연한 누벅에 데님을 실사로 프린트한 팬츠, 보테가 베네타만의 인트레치아토 스틸레토 힐에 칼리메로 백을 어깨에 툭 걸치고, 부슬부슬 부풀어 오른 헤어스타일까지 모든 요소가 느긋하면서도 시크했다. 일종의 선전포고로 여겨졌다.
칼리메로 백은 이번 시즌 새롭게 선보이는 그들의 버킷 백인데, 박음질 하나 없이 인트레치아토 기법으로 가죽을 엮고, 한 줄로 이어진 끈을 어깨에 걸고 백은 등 뒤에, 줄 끝은 가슴 앞에서 손으로 잡고 있어야 한다. 뭐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고. 손 가는 대로. 그 무덤덤한 태도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마티유 블라지는 “보테가 베네타는 본질적으로 실용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가죽 제품으로 시작한 브랜드인 만큼 특히 가방에 있어 일상생활의 움직임이나 이동성을 고려한 기술력과 전문성을 겸비하고 있다. 실용성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하는 패션, 그 이상의 스타일이며 조용한 힘의 일부다”라고 했다. 2022 시즌은 마티유 블라지가 전개하는 첫 번째 보테가 베네타 컬렉션. 그럼에도 아주 느긋하고 능수능란했기에 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는 보테가 베네타의 과거를 기반으로 현재를 직시하며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 일회성이거나 시각적으로 화려한 볼거리가 아닌 착용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즐거움이라는 ‘조용한 힘’에 집중했다. 전통적인 셔츠 제작 방식으로 만든 누벅 소재의 오버사이즈 셔츠 드레스 그리고 인트레치아토 사이하이 부츠 등엔 이탈리아 장인정신의 위용이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실루엣이 눈에 띄었다. 맞바람에 날려 등 뒤로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듯한 입체적인 디자인. 이는 화가이자 조각가 움베르토 보치오니(Umberto Boccioni)의 1913년 조각 ‘공간 속에서의 연속적인 단일 형태들(Unique Forms of Continuity in Space)’에서 영감받아 패턴 절단을 통해 구현했는데, 혁신적인 모습을 띠면서도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의도를 반영했다. 새로운 울 플란넬, 컬러 플레이가 돋보이는 헤링본, 여전히 18세기 방직기로 제작하고 있는 리버 레이스와 21세기 합성 저지의 레이어드 등 가볍고 편안하며 텍스처가 돋보이는 소재들을 컬렉션 전반에 활용하기도 했다.
또 새롭게 주목해야 할 가죽 필로우 백. 단순한 직각 형태의 통통하게 부푼 가죽 필로우 백을 클러치백처럼 움켜쥐기도 하고, 토트백처럼 어깨에 메기도 했다. 사실 어떻게 들든지 아무 상관없기도 하다. 이 룩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철저히 당사자의 선택과 취향을 존중하고 격려한다는 게 보테가 베네타 2022 겨울 컬렉션의 진정한 의미. 이들이 이번 시즌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일상 오브제에 대한 감성적인 투자’라고.
SCREENING SHOW
도산대로의 ST송은 빌딩은 마치 팔라초 산 페델레(Palazzo San Fedele)의 한 부분 같았다. 보테가 베네타는 이곳에서 밀라노 현지에서 진행된 컬렉션을 보다 생생하게 감상하는 2022 겨울 컬렉션 스크리닝 패션쇼를 진행했다. 그날 그곳의 색채와 질감을 고스란히 재현한 장소에서 20m에 달하는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밀라노에 도달할 수 있었다. 현지보다 더 생생하게 재생되는 영상미에 관람객은 모두 빠르게 빠져들었다. 기하학적 디자인의 건물 구조를 휘감은 보테가 베네타만의 초록 빛이라든지, 띄엄띄엄 놓은 구겨진 금속성의 스툴 등 본 무대에서 보여줬던 요소들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또 특별한 자리에, 특별한 손님이 빠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보테가 베네타의 커뮤니티 배우인 유아인을 비롯하여 배우 고소영, 동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스케이트 선수 황대헌, 뮤지션 코드 쿤스트와 비비, 그리고 안무가 리아킴 등 시대를 이끄는 빛나는 셀럽들이 자리를 밝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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