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 페리뇽 빈티지
돔 페리뇽이 한 말처럼 악마의 장난 같은 기포와 가스가 터지는 순간, 축제는 시작된다. 건재한 역사와 품위는 보틀에 묻어 있고, 혓바닥 위를 몽글거리며 굴러다니는 버블은 무겁기만 하다. 돔 페리뇽 샴페인은 어떤 자리에서나 주목받는다. 어떤 상황에든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한다. 눈부신 크리스털 잔에 담으면 완벽하다. 무드를 자유자재로 갖고 놀 줄 아는 돔 페리뇽의 재주는 늘 소유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로얄살루트 리차드 퀸 에디션
보기 좋은 건 맛도 좋다. 로얄살루트 리차드 퀸 에디션은 겨울 즈음 등장했다. 로얄살루트는 풀 수 없는 묵직한 자물쇠 같다. 색채를 입힌 사기로 만든 보틀은 속을 볼 수 없고, 궁금증을 자극한다. 화려한 블루 로즈색 리차드 퀸 에디션은 더욱 그렇다. 싱글 몰트와 그레인 위스키를 블렌딩하여 만든 이 위스키의 보틀은 아름답지만 차갑고 도도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이켜면 발랄하고 상큼하다. 사과와 복숭아의 과일 맛이 톡 쏘지만 초콜릿처럼 달콤함도 갖췄다.
발베니 30년 레어 매리지
지금 갖고 싶은 걸 말하라면 ‘발베니 30년 레어 매리지’를 외치련다. 발베니는 싱글 몰트계에선 유일무이하면서 다채로운 컬렉션들을 내놓는다. 대부분 경험도 못한 채 놓쳐버렸지만 30년 레어 매리지만큼은 놓치기 싫다. 이름에 희귀하다는 뜻의 ‘레어(Rare)’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독보적인 증류 과정과 풍미 때문이기도 하다. 아메리칸 오크통과 유러피언 오크통의 위스키 원액을 기존 오크통보다 크기가 큰 오크통에서 숙성했다. 매끈하지만 끈적한 꿀이 혀를 타고 내려가다 오크통의 묵직함이 불쑥 찾아오는 맛이다.
베일리스 레드벨벳 컵케이크
쓰디쓴 술만이 어른에게 허락된 거라면, 어른이 되길 포기하겠다. 베일리스의 사랑스런 리큐어 때문이다. 잔의 곡선을 묵직하게 타고 흐르는 텍스처, 콧속을 빙글 돌며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달콤한 향, 동화 같은 풍미다. 우유나 생크림 등의 재료만 있다면 디저트용 칵테일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는데, 그러기는 싫다. 얼음을 넣어 마셔보라지만, 단호히 거절하겠다. 작고 좁은 잔에 담아 그냥 꿀떡꿀떡 들이켜야 환상적인 달콤함이 입안에 배고 은은한 취기가 올라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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