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은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요?
함께 촬영한 배우 모두와 엄청 친해졌어요. 서로를 아끼는 든든한 동료가 됐죠. 그런 점에서 저에게 정말 좋은 작품이에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해요. 지금도 저희 카톡방은 매우 활발해요. 좋은 소식은 공유도 해요. 제가 고등학교 때 굉장히 행복했는데,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고등학교 생활은 뭐가 그렇게 재밌었어요?
다양한 색을 지닌 친구들이 한 장소에 모였어요. 그중에는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친구들도 많았고요. 반면 저는 엄청 소극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였어요. 친구들이 신기하고, 분위기도 어색하고 그랬죠.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이 매력으로 느껴졌고, 덕분에 저도 밝고 외향적으로 바뀌었어요.
본래 내향적인 성격인가요?
네,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해요. 함께 작업하는 배우들과의 첫 만남에선 인사만 겨우 했어요. 말을 걸까 봐, 딴데 보거나 바닥 보거나 했었어요. 연기하면서 그런 점들이 점차 사라졌어요. 빨리 친해지면 작품에서 좋은 시너지가 나오는 걸 느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제는 먼저 다가가려고 해요.
왜 연기를 선택했어요? 연기의 매력은 뭐예요?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것은 열아홉 살 때인데, 당시 꿈을 찾는 첫 번째 기준은 재미였어요. 물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건 어려운 일이자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는 행위 자체가 흥미로워요. 그냥 재밌었어요. 그래서 시작한 일이고 아직 흥미를 잃지는 않았지만 처음처럼 즐기지는 못해요.
왜요?
점점 분량이 많아지고 책임도 커지니까요. 이제는 연기가 어려워요. 데뷔 당시에는 촬영장이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이제 신기해할 시기는 지났어요. 앞으로 제가 해내야 할 것들이 숙제처럼 생겼어요. 잘해내야겠다 책임감을 느껴요. 무섭다는 건 아니에요. 재밌는 숙제고, 열심히 풀 거예요.
숙제가 부담될 때는 없고요?
KBS 드라마 <학교 2021>에서 처음 주연을 맡았어요. 제가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들이 있었고, 처음에는 부담이 엄청 컸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까 부담을 느낄 새가 없더라고요.
너무 바빠서요?
그렇기도 하지만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일에 집중하면 부담도 사라지는군요.
네. 그리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시청자 반응은 제가 어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후회 없이 작품에 임하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해요.
드라마와 영화도 많이 보신다고요. 이현 씨 인생 작품은 뭔가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요. 제가 스무 살에 개봉한 저의 첫 ‘청불’ 영화예요. 인어와 사람이 사랑에 빠진다는 환상적인 이야기도 좋지만,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는 두 인물이 사랑한다는 이야기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줬어요. 사람들은 사랑의 모양을 하트로 그리지만 물처럼 없는 것 같다는 생각. 그리고 두 배우가 말을 안 하면서도 많은 것을 표현하고 관객의 감정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도 배움을 얻었어요.
캐릭터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대본을 받으면 제가 맡은 캐릭터가 어떤 작품의 어떤 캐릭터와 비슷한지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다른 캐릭터를 참고하려고 하면, 제가 연기한 캐릭터가 아니라서 뭔가 더 이상해져요. 캐릭터에 대한 정리도 안 되고, 다른 길로 빠지고요. 감독님에게 이 캐릭터는 어떤 작품을 참고하면 좋은지 물어보곤 해요. 대부분의 감독님들이 제 안에서 찾으라고 말씀하세요. 그래서 제 자신을 많이 돌아봐요.
<지금 우리 학교는> 이후 하루아침에 글로벌 스타가 됐어요. 기분이 어떤가요. 실감나요?
외국분들이 저를 안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인스타그램 팔로우가 늘었고, 외국 팬분들이 회사로 선물을 정말 많이 보내주셨어요. 신기해요. 감사하기도 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여러 나라로부터 큰 응원과 사랑을 받으니까 좋은 시대에 태어났다고 생각해요. 부모님도 그렇게 말씀하시고요.
넷플릭스 드라마 중에서도 한국 드라마는 톡톡 튀어요. 확실히 다르고 재밌어요. 다른 드라마와 차별되는 한국 드라마의 특징은 뭐라고 생각해요?
전개가 진짜 빨라요. 답답함을 최소화하려는 시도가 보이고, 엔딩을 정말 잘 만들어요. 기가 막히게 잘 끊어요. 하루 만에 시즌을 전부 다 보게 되는 비결은 엔딩에 있다고 생각해요.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어요?
지금껏 하지 않은 인물들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데뷔 이후 매년 작품을 해왔어요. 전부 역할이 달랐고, 장르도 다양했어요. 오컬트, 좀비물, 메디컬, 학원물도 했어요. 전부 다른 성향의 캐릭터들이었어요. 새로운 캐릭터를 잘 끝냈다는 점에 성취감을 느꼈고요. 또 새로운 연기를 하고 싶어요.
마치 도장 깨기 같군요.
맞아요. 도장 깨기예요. 요즘 OTT 시장이 넓어지면서 작품도 다양해졌어요. 작품이 많아지면 장르도 더 다채로워질 것 같아요.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하겠죠. 앞으로 제가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 기대돼요.
지금 이현 씨에게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깊은 생각. 평소 저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살아요. 덕분에 좋은 일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 학교는>이 잘됐지만, 이 작품으로 성공하겠다는 포부보다 좀비물을 좋아하니까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 마음으로 연기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고요. 이런 선택이 늘면서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게 돼요. 하지만 흘러가는 중에도 조금 더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겠죠. 제 인생을 후회하진 않지만 어른이 되기에는 생각이 얕은 것 같아요.
깊게 생각한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그래도 신중하면 좋을 때가 있으니까요. 신중하지만 엄청 오래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결단이 빠른 편인가요?
엄청 빨라요, 진짜.
스트레스도 덜 받고요?
힘든 일이 다가오면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언젠가 지나가겠지’ 하는 편이에요. 머리 아프지 않으려고 가볍게 생각하는 측면도 있고요.
자존감 높아 보여요.
자존감보다는 방어적인 것 같아요. 겁쟁이라서 힘든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아 빨리 결단을 내리는 거죠.
후회는요? 결정에 미련 두지 않아요?
저는 현실적이어서 결정을 돌릴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후회는 없다!’는 생각으로 모든 일을 실행해요.
완전 남라 아니에요?
남라와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감독님도 이현이는 남라와 같은 면이 많다고 자주 말씀하셨어요.
흘러가는 대로 살자는 가치관은 멋있어요.
그렇게 살아보니까 꽤 괜찮더라고요. 좋은 일도 많이 생기는 것 같고, 기분 탓인지 마음도 편하더라고요.
연기자는 예민함도 필요하지 않아요?
신경질적이면 제가 힘들어요. 그리고 저는 배우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여럿이 함께 일하기 때문에 인간 조이현이 더 중요해요. 아직까지는 같이 일하는 선생님, 언니들과 좋게 지내는 게 우선이에요.
앞으로의 방향은 어떻게 생각해요?
배우라는 직업의 가장 좋은 점은 수명이 없다는 거예요. 오래 할 수 있어요. 데뷔한 지 5년 됐지만, 현장에 가면 전 정말 아기예요. 선생님들이 굉장히 많으세요. 방향성을 정립하려면 한 10년은 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되도록 많이 넘어지려고요. 그래야 나중에 넘어지더라도 덜 아프니까.
솔직한 편인 것 같아요.
엄청요.
이현 씨 꿈은 뭐예요?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고 열심히 배우 생활을 오래 하는 것. 그게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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