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KSWAGEN THE GOLF 8
전장 4,285mm 전폭 1,190mm 전고 1,455mm 축거 2,636mm 엔진 I4 싱글 터보 디젤 배기량 1,968cc 최고출력 150hp 최대토크 36.7kg·m 구동방식 전륜 연비 17.8km/L 가격 3천6백25만4천원
장진택 <미디어오토> 기자
어렵고 깊은 건 잘 몰라서, 쉽고 단순하게 사는 20년 차 자동차 기자.
① 왜 이리 늦었나?
2015년 가을,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디젤게이트’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디젤게이트 이후 전 세계가 폭스바겐에게 벌을 주는 가운데, 대한민국 환경부가 가장 크고 센 ‘징계’을 내렸다는 것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디젤게이트 이후 관련자가 검찰 수사를 받고, 형을 받고, 벌금을 먹었으며, 인증해준 서류의 ‘조작’을 발견해 ‘인증 취소’를 했고, 이후 신차 인증 절차도 뻑뻑해졌다. 8세대 골프는 2019년 가을에 유럽서 처음 공개됐지만, 우리나라엔 이번 달 (2022년 1월)에 소개됐다. 나온 지 1년 반이나 지나서 국내에 상륙한 것이다. 환경부와 수입차 업체 간에 있었던 수년간의 기록을 이 지면에 모두 서술할 순 없다. 디젤게이트 터지기 전에 수입차 환경 인증을 담당했던 공무원이 뇌물 받은 정황이 발각된 것, 이 사건이 주한 EU 대표부가 불만을 표한 것에서 시작됐다는 것, 또 이 사건이 몇몇 수입차 업체의 제보에서 출발했는데, 그들 가운데 폭스바겐코리아의 고위 임원이 있었다는 ‘스펙터클’한 ‘장편’스토리가 있다. 아무튼 신형 골프는 너무나 늦게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판매 중단한 이후 6년 만에 한국 ‘컴백’인 셈이다. ★★★☆
② 왜 디젤뿐?
6년 만에 ‘컴백’인데, 라인업이 너무 단출하다. 150마력 내는 2리터 디젤뿐이다. 가솔린 모델도 많고, 고성능 모델도 있는데, 우리나라엔 2리터 디젤만 들어왔다.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150마력의 출력을 부드럽게 뽑아내며, 듀얼클러치 변속기와의 매칭도 좋다. 디젤 엔진 특유의 ‘탈탈’거리는 소음도 많이 줄였고, 특유의 ‘질소산화물’도 SCR 장치(요소수를 뿌려 질소산화물을 없애는 장치)를 두 개나 붙여 근본적으로 줄였다고 한다. 여기저기 흠을 잡으려 해도, 오랫동안 여러 번 검증된 저력을 감탄하고 있다. 운전대를 이리저리 돌리며 코너를 파고들면 ‘역시 골프’라며 손가락을 치켜올리게 된다. 해치백은 ‘골프가 최고’다. 8세대 골프는 좌우 토크 배분이 더욱 정교하게 조율된 느낌이다. 격하게 운전대를 돌려도 타이어가 좀처럼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지?” 하며 더 격하게 몰아붙여도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를 틀며 차선을 따라간다. 2리터 디젤도 이 정도인데, 골프 GTI는 얼마나 좋을까. 참고로 골프 GTI는 올해 상반기에 들어올 예정이라고 한다. ★★★☆
③ 해치백의 교과서
그냥 ‘막’ 입을 옷으로 면바지나 피케 셔츠를 사는 것처럼, ‘그냥 막 탈 차’로 폭스바겐 골프를 산다. 더 크고 멋지고 잘 달리는 차도 많지만, 폭스바겐 골프만큼 무난한 선택은 없다. 1974년 처음 나온 이래, 전 세계적으로 3천5백만 대를 팔아 치운 ‘글로벌 베스트셀러’다. 이번 8세대 모델도 전형적인 ‘교과서’다. 확 끌어당기는 매력은 없지만, 후벼팔 흠도 없다. 이번에도 잘 만든 ‘면바지’에 ‘피케 셔츠’다. 가슴에 폭스바겐 엠블럼이 붙었는데, 웬만한 명품보다 완성도가 높다. 전륜구동 해치백에 가장 잘 어울리는 논리적인 디자인에 깔끔하게 뽑아낸 라인, 불필요한 장식을 모두 덜어낸 담박한 느낌까지 수수하게 만들었다. 실내에도 확 끌어당기는 매력은 없지만, 오래도록 함께 달려도 좋을 듯하다. 사실, 예전엔 이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대한민국의 자동차 수준은 많이 높아졌다. 첨단 전자 장비도 세계 최고 수준이 됐고, 끝내주는 전기차도 부쩍 많아졌다. 이런 차들 사이에서 폭스바겐 골프의 저력이 예전 같진 않다. 2리터 디젤만 들여온 것도 다소 부족해 보인다. ‘전륜구동 해치백의 교과서’ 자리는 충실히 지키고 있지만, 이게 지금도 잘 먹힐진 모르겠다. ★★★☆
+FOR 전륜구동 해치백 교과서의 최신판.
+AGAINST 화려한 전기차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김종훈 자동차 칼럼니스트
악차는 없다는 마음으로 각 자동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고 하는 자동차 칼럼니스트.
① 익숙하면서 새로운
골프는 단정함이 매력이다. 비율이 다부지고 장식 요소가 적다. 그렇다고 밋밋한가 하면, 아니다. 잘 맞물린 선과 면이 그 자체로 고유한 멋을 풍긴다. 덜어낼수록 더 탐스러워지는 디자인의 마법을 발휘한달까. 이런 단정함은 폭스바겐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 특징이 처음 발화한 모델이 골프다. 폭스바겐의 대표 모델로 골프를 꼽는 이유다. 8세대 골프는 기존 디자인 특징을 유지하면서 세밀한 기교를 더했다. 슬쩍 보면 단정하지만 하나하나 꼽아보면 나름 멋을 부렸다. 외관은 LED 가로선과 램프류 디자인 변화가 핵심이다. LED 라이트로 전면에 가로선을 길게 그렸다. 폭을 강조하면서 첨단 느낌도 획득했다. 헤드라이트 하단에는 굴곡을 넣어 눈매도 다듬었다. 리어램프 역시 안쪽 끝을 얇게 처리해 맵시를 살렸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인상에 활기를 불어넣은 셈이다. 실내는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터치식 패널을 조합해 분위기를 쇄신했다. 최신 인테리어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국내 데뷔가 늦은 만큼 감흥은 적지만, 세대 변경다운 차별화는 확실히 이뤘다. 포르쉐를 연상시키는 전자식 기어 노브 역시 주요 변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이라기보다 7세대의 진화형에 가깝다. 그렇다고 아쉬울 리 없다. 원래 폭스바겐 디자인은 변한 듯 안 변해서 더 매력적이니까. ★★★☆
② 디젤이지만 괜찮아
아쉽게도 디젤 엔진 모델만 출시했다. 그래도 새로 개선한 EA288 에보 2.0 TDI 엔진이다. SCR 촉매 변환기를 두 개 달아 질소산화물을 80% 정도 줄여준다고 한다. 그러면서 두둑한 연비도 자랑한다. 복합연비가 무려 17.8km/L다. 언뜻 보면 연비만 고려한 심심한 엔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배기량이 1,968cc다. 7단 DSG 변속기와 짝 이뤄 최고출력 150 마력, 최대토크 36.7kg·m를 발휘한다. 골프는 준중형급 해치백이다. 차체 크기를 고려하면 출력이 부족할 리 없다. 게다가 연비가 좋으니 스포츠 모드로 놓고 달리는 데 부담도 적다. 시종일관 스포츠 모드로 놓고 달려도 리터당 15km를 유지한다. 엔진 회전수 높여 운전하면 디젤 엔진의 단점인 걸걸함도 잦아든다. 잘 운용하면 이점이 두둑한 엔진이란 뜻이다. 주행 감각은 보다 풍성해졌다. 탄탄한 하체를 고수하면서 전에 없던 부드러움을 더했다. 나긋나긋해진 폭스바겐 승차감을 반영한 결과다. 그러면서 쫀득하게 노면을 움켜쥐며 달리는 법을 잊지 않았다. 편안함과 역동성 사이를 오가는 품이 넓다. ★★★★
③ 기본부터 고급까지
요즘 자동차의 꽃은 편의 장치다. 기술이 상향평준화한 자동차에서 편의 장치는 차별점이 될 수 있다. 8세대 골프는 그 지점을 명확히 인지했다. 각종 편의 장치를 대거 적용했다. 우선 첨단 운전자 주행 보조장치를 충실히 적용했다. 폭스바겐에선 ‘IQ. 드라이브’ 라고 부른다. 버튼 한 번 누르면 알아서 차선 맞춰달리고, 멈췄다 다시 가기도 한다. 시속 210km까지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물론 그 속도까지 기능을 켜놓고 달릴 일은 없을 거다. 그만큼 정확도를 높였다는 뜻이다. ‘IQ. 라이트’ 도 적용했다. 상향등 광량을 알아서 조절해주고, 진행 방향에 맞춰 고개 돌려 빛도 비춰준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인포테인먼트는 제스처 컨트롤로 조작할 수 있고,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장착했다. 심지어 마사지 기능이 있는 전동 시트도 누릴 수 있다. 몇몇 탐스러운 기능은 상위 트림에 해당하는 편의 장치다. 하지만 상위 트림과 아래 트림의 가격 차이가 적어 접근성이 높다. 골프는 기본기 좋은 해치백으로 통했다. 이젠 고급스러운 해치백이라 해도 손색없다. ★★★★
+FOR 해치백의 교과서가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AGAINST 가솔린 엔진 품은 골프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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