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 투셰는 기존의 관점을 비튼다. 엉뚱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세이 투셰만의 콘셉트를 만들어간다.
“‘세 발자국 이상 앞서 나가면 대중은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씀하셨죠. 적당히 한 발자국 정도만 앞서면 그게 트렌드가 된다고요.”
2021년 아트페어의 주소비자층은 밀레니얼과 젠지 세대였다고 한다. 아트 신에 열광하는 두 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브랜드가 등장했다. ‘세이 투셰’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흔들림 없이 줏대 있게 리빙 제품을 만드는 세이 투셰가 동 세대를 유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발상의 전환과 유쾌한 상상력 덕분이다. 신문 헤드라인과 갤러리에 내 얼굴이 걸린다면? 엉뚱한 상상을 시작으로 신문 1면과 갤러리 작품으로서 얼굴이 비치도록 거울을 디자인했다. 일반적으로 거울은 프레임만 디자인하는데, 세이 투셰는 거울 표면에 디자인을 새겼다. 엎질러진 물처럼 기하학적인 형태의 러그도 세이 투셰의 상상력에 기반한다. 사각형 또는 원형이라는 러그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을 비튼다. 세이 투셰는 유쾌한 관점을 대담하게 표현한다.
세이 투셰는 120평 규모의 청담 분더샵 전시를 계기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제품을 작품처럼 한데 모아 설치미술 형태로 선보였다. 임재린 대표는 기성품을 예술 작품처럼 연출하기 위해선 대중을 설득하는 수단이 필요했다. 컨템퍼러리 아티스트 세 명에게 ‘세이 투셰’를 주제로 작품을 요청했고 아티스트들의 작품과 함께 갤러리를 구성했다.
미술을 전공한 임재린 대표는 리빙 제품을 만들기 전에는 사진가였다. 개인전을 앞두고 팬데믹 때문에 예정된 촬영 일정들이 모조리 취소됐다. 동시에 그의 친구 이찬혁은 악동뮤지션 전국 투어 취소라는 쓴 소식을 접했다. 한순간에 백수가 된 두 청년은 의기투합하여 세이 투셰를 만들었다. 세이 투셰의 제품들은 임재린 대표의 키치하고 발랄한 취향과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찬혁의 취향이 반영됐다.
1996년생인 임재린 대표는 유행에 민감한 젠지 세대지만 유행을 따르지 않는 대담한 자세를 보인다. 세이 투셰의 독특한 감성 이면에는 임재린 대표의 고민과 걱정이 도사리고 있다. 마냥 엉뚱한 상상력만으론 소비자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고민이었다. “머릿속을 부유하는 생각이 실제 제품으로 구현된다는 것에 신이 나 그것에만 집중했어요. 그런데 멘토 분이 ‘세 발자국 이상 앞서 나가면 대중은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씀하셨죠. 적당히 한 발자국 정도만 앞서면 그게 트렌드가 되고요.”
“제로베이스로 시작했어요. 전문 마케터를 영입할 여건도 안 됐고요. 처음에는 사업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은 없었어요.” 마케팅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뛰어든 탓에 시행착오도 많았다. 세이 투셰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각도 존재했다. 남다른 감각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소소하게 시작했기에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하지만 오직 열정 하나로 두 청년이 만든 브랜드가 약 1년 만에 여섯 명의 직원이 일하는 회사로 거듭났다. 2월, 이태원에서 세이 투셰의 쇼룸이 공개될 예정이다. 대중과 더 가까워지기 위한 한 걸음이다. 청년 사업가 임재린이 바라는 건 세이 투셰가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는 것이다.
수많은 브랜드가 쉽게 만들어지는 지금, 양질의 제품으로 승부를 보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디자인만 추구하다 질은 무시하거나, 훌륭한 품질을 유지하려다 훌륭한 디자인은 잊은 브랜드도 많다. 하지만 임재린 대표는 품질과 디자인, 두 가지 토끼를 잡고 싶다. 새로이 공개될 쇼룸이 그의 갈망에 대한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세이 투셰가 어떤 세계관을 만들어갈지 아직 모르겠어요. 그러나 분명 아주 컨셉추얼할 거예요. 대중에게 내놓았을 때 어떠한 의심도 생기지 않는 브랜드가 될 거예요.”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