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앨범부터 얘기할까요? 미니 9집 <Attacca>가 굉장히 사랑받았어요. 소감은 어때요?
솔직히 실감이 안 나요. 계속해서 많은 사랑을 받는 게 가능한가 싶다가도, 실제 반응을 접하면 얼떨떨해요. 실감이 안 나서 신기하기만 해요. 세븐틴 팬덤 ‘캐럿’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매년 2장 이상의 앨범을 꾸준히 발표했어요. 돌아보면 꽤 많은 작업량이죠. 다양한 시도들을 해왔는데, 고민이 생길 것 같아요. 다음 앨범에선 뭘 해야 하죠?
맞아요. 그 생각만 하기에도 바쁜 삶이에요. 새로운 무언가를 지속해서 만들어야 하는 직업이에요. 쉼 없이 보여주기 위해 빠른 속도로 작업해야 하고요.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살아요. 그 고민이 가장 커요.
음악 외에도 고민거리가 많을 것 같아요.
그렇죠. 지난해에는 사랑을 주제로 앨범을 만들었는데, 앨범에는 음악만 있는 게 아니라 재킷에 들어갈 화보부터 의상과 같은 비주얼은 물론, 무대에서의 퍼포먼스도 준비해야 해요. 그것들을 대중에게 박수 받을 정도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서 만들고 하나로 응집시켜야 해요. 이 작업은 항상 어려워요.
큰 프로젝트예요. 그걸 어떻게 해마다 몇 번씩 해요?
이거 하나만은 확실해요. 13명의 멤버들만 있다면 불가능해요. 옆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훌륭하신 스태프분들과 함께 일하기에 가능했어요. 오글거릴 수도 있는데, 저희는 스태프분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해요. 업무가 세밀하게 배분되어 있고,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한 덕분이에요. 그 결과물을 전달하는 것이 저희 멤버들의 역할이고요. 대중은 세븐틴이 다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의 공과 노력이 담겼어요.
업력이 쌓일수록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도 생기겠죠.
그래서 저는 일단 많이 말해요. 최대한 많은 의견을 내는 편이에요. 제 생각이 정답은 아니에요. 마찬가지로 멤버들의 의견이나 회사의 의견이 정답일지는 몰라요. 아무도 모르죠. 그렇지만 후회하고 싶진 않아요. 그래서 아이디어가 생기면 뭐든 말해요.
그 아이디어는 누구와 가장 자주 소통하나요? 13명의 멤버들 중에서요.
힙합 팀 멤버들과 자주 얘기하는 편이에요. 저희가 인원이 많아서 의견도 다양해요. 의견 조율하다 보면 안 맞을 때도 있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죠. 당연한일이죠. 어쨌든 우리의 목표는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거예요. 과정이 다를 수는 있어도 멤버 개개인의 목표는 같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지는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의 아이디어 중에서 만족스러웠던 것은 뭔가요?
앨범에 관한 것은 아니고, 저희 콘서트에 대한 아이디어인데요. 최근 한 콘서트 제목이 ‘Power of Love’였어요. 세븐틴의 2021년 프로젝트가 ‘Power of Love’였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콘서트 제목을 ‘Power of Love’로 제시했어요. 그리고 파워 버전의 공연과 러브 버전의 공연 투 트랙을 보여주는 아이디어였는데, 그것으로 확정돼서 기분이 굉장히 좋았어요.
타이틀 곡 ‘Rock with you’는 반응이 뜨거웠어요. <타임>에서 뽑은 2021 K-팝 10곡에 등극하기도 했고요. 이 곡의 준비 과정이 궁금하네요.
먼저 퍼포먼스가 생각나네요. 노래도 노래지만, 세븐틴은 워낙 안무에 관심이 많고, 안무에 투자하는 시간이 길어요. ‘Rock with you’ 안무를 준비할 때는, 노래에 담긴 에너지를 정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희의 목표가 점차 높아지고 욕심도 더 커지다 보니까. 안무를 짜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했어요. 예전 같으면 “이게 좋다. 이걸로 가자” 했을 텐데, 지금은 선택하는 게 어려워요. 이게 좋은가, 저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러다 보니 안무를 짜는 과정이 점차 어려워지더라고요. 전 세계 캐럿분들이 좋아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만들었어요. 저희는 무대에서 보여주는 사람들이니까. 이 노래와 잘 어울리는 안무를 만들고,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싶었어요.
K-팝만의 안무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어요. 또 춤과 관련된 방송도 늘어나는 추세고요. 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졌다고 볼 수 있겠죠. 현업에서 느끼기에는 어때요? K-팝 안무의 가치는 더 주목받아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당연히 더 주목받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럴 가치가 있어요. 세븐틴은 춤을 오랫동안 춰왔어요. 멤버들도 평균 10년 정도는 춤을 추었고 그 경력을 토대로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이제는 음악을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보기도 하잖아요. 춤이 음악의 감흥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K-팝은 경험하는 방식이 다채롭죠.
K-팝의 안무도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나 음악처럼요. 영화에서 몰입감을 고조시켜주는 것이 음악이라면, 음악에서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것은 안무인 것 같아요. 안무가 사람들에게 감정을 더 진하게 전하기도 하고요. 또 해외 팬분들은 K-팝의 안무를 색다르고, 재미있는 요소로 여긴다고 봐요.
그럼 너무 어렵게 추면 안 되지 않나요?
“뭐 나도 할 수 있겠네” 이거보다는 “우와 저거 뭐야?” 정도는 보여줘야 멋있다는 말이 나와요. 반면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부분도 있어요. K-팝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보면 포인트 안무가 있어요. 그 포인트 안무는 ‘함께 즐겨요’를 의미해요.
메시지도 중요하겠죠? 지난해의 키워드가 사랑이었다면, 올해의 키워드는 무엇이 될까요?
아직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요. 개인적으로 원하는 것은 현재의 에너지를 표현할 수 있는 주제였으면 좋겠어요. 데뷔 이후 지금까지 저희의 열정은 변하지 않았어요. 처음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이별의 시기, 사랑의 시기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보다는 지금 저희가 가진 순수한 에너지를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좋을 것 같아요.
데뷔 초의 열정을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은 뭘까요?
사랑받을 때 큰 성취감을 느껴요. 새로운 앨범을 완성했다고 성취감을 얻는 건 아니에요.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직업이에요. 대중이 저희에게 갖는 감정의 크기는 잴 수 없어요. 내가 이 정도 한다고 이만큼 사랑받는 게 아니잖아요. 저희가 하는 일은 수치가 정해져 있지 않아요. 캐럿들의 사랑에서 성취감을 느끼다 보니 욕심이 끝이 없어요. 일하다 보면 더 잘하고 싶고, 부족한 것 같고 항상 그래요.
팬들의 사랑이 당연하지 않다는 뜻이죠?
팬들의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는 아이돌이 있을까요? 만약 그런 생각을 한다면 직업을 잘못 선택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때로는 인기에 취해 오만해지는 경우도 있죠.
그게 속상해요. 타인의 감정을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창작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금전적인 것보다는 감정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더 커요.
진정성이야말로 민규 씨의 동력인 것 같네요. 가벼운 얘기도 해보죠. 세븐틴 음악 중 가장 애정하는 곡은요?
2017년도에 발표한 ‘울고 싶지 않아’인데요. 데뷔 3년 차에 발표한 앨범에 담긴 곡이에요. 그때 이후로 감정과 생각의 폭이 넓어졌어요. 저에게는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어요.
변화의 계기가 있었어요?
당시 해외에 갔어요. 촬영차 미국에 처음 갔죠. 그때 느끼고 경험한 것들은 아이돌이라는 직업 덕분에 누린 것임을 깨달았어요. 이 직업 덕에 많은 경험을 하고, 경험이 쌓이면 원동력이 된다는 것도 알았어요. 제가 누리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고요. 그 이후로 즐거운 마음으로 월드 투어에 임했어요. 저에게 주어진 새로운 경험이 전부 행복했어요.
일찍 철든 편이죠?
그렇죠.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사람은 바뀐다고 생각해요. 이 직업 덕분에 어린 나이에 많은 경험을 했어요. 애늙은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경험의 시기가 다를 뿐이죠.
또래보다 일찍 다양한 경험을 했고, 열정은 줄지 않았어요. 창작욕도 샘솟을 것 같네요.
그래서 혼자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그래요. 순간의 감정을 추억할 수 있는 취미들이 많이 생겼어요. 누군가에게는 음악이나 가사가 될 수 있고, 춤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에게는 그림이나 사진, 영상 등이 추억을 기록하는 방법이에요.
2019년 발표한 곡 ‘Snap Shoot’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다고 들었어요. 촬영과 편집도 직접 했나요?
네, 그때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지금 한컷 한컷 돌이켜보면 제가 당시에 어떤 의도로 그렇게 찍었는지 다 보여요. 촬영 당시 몇 시에 누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도 전부 기억나요. 컷 편집을 왜 그렇게 했었는지, 작업하다 막히면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했었는지도요. 편집은 파이널 컷으로 했고요. 그 순간들이 전부 기억나는 게 제가 직접했기 때문이에요. 가끔 그렇게 무모한 도전을 해요.
내가 기획해서 제작한 결과물이 공개될 때 희열이 있지 않나요?
있어요. 영상은 5월 26일에 공개됐어요. 세븐틴 데뷔 날짜예요. 저 혼자 취미로 하고 싶어서 멤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시작한 작업인데, 잘 포장돼서 유튜브에 업로드됐어요. 영상을 완성하고 굉장히 큰 성취감을 느꼈어요. 또 제 작업을 보여줄 사람들이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죠. 저 혼자 보고 만족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선물할 사람들이 있어 열정이 커져요. 기회가 되면 또 하고 싶어요. 더 큰 스케일로요.
손재주가 많은 편이라고 들었어요.
손으로 하는 것들을 좋아해요. 요리는 잘하는 정도는 아니고요.
만들어야 사는 사람인가 봐요.
정확한 표현이에요. 뭔가를 만들어야만 마음이 편해요. 가만히 있는 것은 절대 못하고요. TV를 볼 때도 혼자 계속 뭔가를 끄적여요. 그림 그리면서 TV 봐야 마음이 편해요.
무대 위의 퍼포먼스도 창작 활동이겠죠. 민규 씨에게 무대란 어떤 의미일까요?
무대는 제가 이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예요. 무대 위에서 가장 행복해요. 무대에서 듣는 함성의 짜릿함은 강렬한 자극이에요.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2만 명이 제 이름을 외치고, 2만 명과 함께 소리를 지르는 그 순간은 제 안에 깊이 새겨져 있어요. 그 감정은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어요. 불가능해요. 무대야말로 아이돌 활동의 원동력이에요.
7년간의 세븐틴 활동이 민규 씨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가요?
행복에 대한 관점이 변했어요. 지금은 내 자신과 시간만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행복을 누릴 줄 알게 됐어요. 예전에는 미래만 생각했어요. 이렇게 일하면 나중에 행복해지겠지? 하면서요. 하지만 나중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해요. 오늘 퇴근하면 어디서 뭘 먹을까. 그런 순간의 행복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그게 달라진 가치관이에요.
요즘 사람들이 비슷한 얘기를 해요. 지금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재밌어야 한다고요.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미래만 생각하며 살 바에야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현실적이죠. 또 자신을 건강하게 만들어주고요.
지금 호기심 갖고 있는 주제는 뭐예요?
올해는 공부를 해보려고 해요. 언젠가 해야지 하고 미뤄두는 게 아니라 일단 시작하고 싶어요. 연기 공부도 하고 싶어요. 연기는 언젠가 꼭 하고 싶은 일이니까. 지금부터 공부해야 해요. 영어나 외국어 공부도 하려고 해요.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언어는 배워둬야겠어요.
어디서 살고 싶어요?
미국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말리부 해변가에서요. 서프보드가 실린 검은색 픽업트럭이 집 앞에 세워져 있고요. 침 흘리는 커다란 강아지가 저를 향해 달려오다가 이내 차 안에 올라타고요. 기왕이면 집도 제가 직접 지어보고 싶어요.
얘기만 들어도 좋네요. 근데 돈을 엄청 벌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말리부가 비싸면 다른 곳으로 가야죠. 마당만 있으면 괜찮아요.
낭만이 뚜렷하네요.
영화를 볼 때 그래요. 저거 참 좋겠다가 아니라 나 저거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좋아 보이면 직접 해봐요. 물에 들어갈 계획이 없더라도 문득 입수하고 싶으면 바로 다이빙하듯이요. 과감한 도전이 좋아요.
낭만이 한두 개가 아닐 것 같은데요?
세계 일주가 꿈이었어요. 세계 일주를 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계산도 해봤는데, 한 3년 정도가 필요하더라고요. 그럼 3년 여행하면 세계 일주의 꿈이 사라지겠네? 그래도 일단은 가보자. 가보면 뭐라도 있지 않겠나? 이런 마음가짐이에요.
세계 일주 좋네요.
꼭 해보고 싶어요. 카메라 하나, 가방 하나 들고 떠나고 싶어요. 필요하면 현지에서 1만원짜리 옷 하나 사서 입는 자유롭고 편안한 여행이요. 저는 다 해봐야 해요. 2주 휴가 생기면 자전거로 부산 다녀오고 싶어요. 재밌을 것도 같고요. 나만의 추억으로 간직할 수도 있겠고요.
기본적으로 에너지가 많은 편이네요.
네, 많아요. 함께 사는 사람들이 힘들어하기도 해요.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처져 있으면 뭐든 하기 싫고 부정적일 것 같아요.
민규 씨는 열정이 많고, 로망도 있어요.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에요. 시간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처럼 보여요.
시간이 제일 소중해요. 1초라도 허투로 쓰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뭔가를 계속 만들려고 하는 걸 수도 있어요. 가만히 멍 때리면서 보내는 시간은 너무 아까워요. 시간표를 정확히 짜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게 좋아요.
군인 체질인데요?
군 생활이 잘 맞을 것 같기도 하네요. 이 직업은 시간 변동이 잦고, 계획에 없던 일정도 생겨요. 또 대기하는 시간도 엄청 길고요. 그래서 갑자기 틈이 나면 시간을 건강하게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요.
젊음의 가치를 아는군요.
네, 젊음이 소중해요. 돈을 줘도 절대 안 바꿀 만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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