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K-예능의 저력을 보여준 <솔로지옥>. 이 프로그램을 하드 캐리한 주역은 단연 프리지아다. 예쁘고 화려한 외모부터 눈에 띌 수밖에 없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흔들림 없는 견고한 자신감에서 나오는 ‘화법’에 더 끌리게 된다. <솔로지옥> 남성 출연자들의 폭발적인 관심만큼이나 대중의 프리지아 사랑도 뜨거웠다. 프리지아의 유튜브 구독자 애칭인 ‘프링이’가 이제는 ‘프리지아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통칭될 정도. 이유는 분명하다. 프리지아는 여태까지 미디어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화법을 통해 매력적인 인간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모두가 배우고 싶어서 난리 난 그 화법의 비결, 지금부터 하나하나 살펴보겠다.
첫째, 자기 자신이 최고라는 확신에 찬 말투. 이는 태도와 말투가 물아일체를 이룰 때만 ‘잘난 척’이나 ‘재수 없다’는 평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일례로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묻는 인터뷰에서 그는 “귀엽고, 섹시하다?”라고 하면서 싱긋 웃는다. 본인이 귀엽고 섹시하다는 것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없기 때문에 쭈뼛거리거나 머뭇대지 않는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정확한 발성이나 톤과 전혀 상관없이 귀에 꽂힌다. 굳이 겸손한 척할 필요도 없다. 그냥 사실을 전달하는 거니까.
둘째,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담백함. <솔로지옥> 에서 프리지아의 출연 분량은 꽤 많지만, 가만히 보면 대사량은 많지 않다. 쓸데없는 말을 절대 하지 않기 때문에 빈말이나 예의상 하는 말도 없다. 중간중간 새로운 출연자들 등장할 때도 다들 “예쁘다” “잘생겼다”는 리액션을 보여주는데, 프리지아는 “새로운 출연자와 기존 출연자가 지금 똑같은 상의를 입었네” 정도만 반응할 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두기보다 오직 본인에게만 관심을 두는 모습이 군더더기 없는 화법으로 나타난다. 맨 처음 서로 첫인상에 대한 호감을 투표할 때를 떠올려보자. 대부분의 출연자가 종이에 호감 가는 사람의 이름을 적고, 상대방의 어떤 점이 좋았는지를 구구절절 적었다. 반면 프리지아는 오후에 현중과 물을 뜨러 걸어가면서 “나는 연하보다 오빠가 더 좋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호감 가는 사람에 현중을 적으면서 단 두 글자, ‘오빠?’만 썼다. 쪽지를 열어본 현중과 패널 모두 심장을 부여잡았다. 여러 마디 말보다 임팩트 있는 한마디의 힘을 아는 거다.
셋째, 킬링벌스가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임팩트를 아는 프리지아는 적재적소에 짧지만 강한 한마디를 꽂아준다. 프리지아에게 홀딱 빠진 또 다른 남자, 시훈이 천국도 데이트 내내 정신을 못 차리자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던 지아는 “(너) 집에 가기 싫겠다”라는 말로 상황을 정리해버린다. 새롭게 등장한 남자 현승이 “좋아하는 사람과 마시면 빨리 취한다”고 하자 프리지아는 “취했어?”라고 반문한다. ‘너는 나를 좋아한다’는 확신의 한마디이자, 여유롭게 현 상황을 즐기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반면에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한마디도 꽂아준다. 현승에게 이상형이 섹시한 남자라고 말한 뒤 그가 “내 첫인상 어땠어?”라고 묻자 귓속말로 “섹시”라고 속삭이는 식이다. 속을 알 수 없지만 왠지 나를 좋아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화법, 이를 두고 <솔로지옥> 패널들은 “프리지아는 사람을 홀린다”고 말할 정도다.
넷째, 상대방이 원하는 말을 해주면서도 결코 서열의 우위를 놓지 않는다. 현중이 “배려하는 모습을 원한다” 면서 자신을 더 봐달라고 이야기할 때, 프리지아는 지긋하게 그 이야기를 경청한다.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그렇게 생각했구나. 알겠어, 챙겨줄게”라는 ‘올해의 명대사’를 남긴다.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어서 미안해”가 아니라 “너의 마음 충분히 알았고, 알아서 행동할게”라는 말로 여유를 보여준다. 이 말을 들은 현중의 함박웃음을 보면 이 화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 수 있다. 상대에게 안심과 확신을 안겨주되, 관계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화법이다.
다섯째, 곤란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시훈이 자꾸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하자 프리지아는 대답 대신 눈빛을 보낸다. 자신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상대가 스스로 알아듣게 만든다. 시훈은 지아에게서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지만 후에 인터뷰를 통해 “이미 대답을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롭게 등장한 출연자 현승이 프리지아와 요트 데이트를 하면서 “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냐”고 묻자 “꼭 말해야 돼? 비밀”이라고 웃어넘긴다. 곤란한 질문에 장황하게 알맹이 없이 설명하기보다, 질문 자체를 통째로 생략해버린다.
여섯째, 여지를 남긴다. 정확히 말하면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화법이다. 뒤늦게 등장해 지아에게 직진하는 현승에게는 “시간을 되돌려서 오빠랑 처음부터 만나고 싶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은 해석의 여지가 분분하다. ‘처음부터 함께했다면 너를 선택했을 것이다’라는 의미와 ‘처음부터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너를 선택할 수 없다’라는 의미 두 가지 모두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 마음은 간사하기 때문에 보통은 전자로 생각하겠지만, 후자가 되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이 화법의 장점은 서로 마음을 다치지 않고 아련함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프리지아 화법의 정점은 최종 선택에서 도드라진다. 자기 때문에 긴장돼서 화상을 입었다는 시훈에게는 “병원 같이 못 가줘서 미안해”라는 말로, 현승에게는 “우리가 여기서 만나게 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라는 말로 아련함을 증폭시켰다. 프리지아는 ‘나는 너만 기다리는 강아지’라는 현중의 투덜거림을 기억하고 “가자, 강아지”라고 하며 최종 선택을 했다. 맥락과 서사를 담은 완벽한 한마디이자 최고의 엔딩이었다. 우리가 프리지아의 화법에서 배울 수 있는 건 여러 가지다. 남을 깎아내리지 않고 자신을 높이는 방법, 남이 아니라 오직 나에게만 관심을 두는 모습,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는 자신감은 늘 당당하고 여유 있는 태도로 드러난다. 무엇보다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전혀 궁금해하지 않고 ‘나는 지금 누구를 생각할까?’에만 관심을 두는 모습은 매력의 현신 그 자체다. 프리지아의 한마디 한마디에 사람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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