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EP All-New Grand Cherokee L Summit Reserve
전장 5,220mm 전폭 1,975mm 전고 1,795mm 축거 3,090mm 엔진 3.6L V6 24V VVT 업그레이드 엔진 배기량 3,604cc 최고출력 286ps 최대토크 35.1kg·m 구동방식 4WD 연비 7.7km/L 가격 8천9백80만원
장진택 <미디어오토> 기자
어렵고 깊은 건 잘 몰라서, 쉽고 단순하게 사는 20년 차 자동차 기자.
① 다 넣었다
그냥 그랜드 체로키가 아니다. 그랜드 체로키 L이다. 휠베이스를 20cm가량 늘리고 길이를 40cm 늘리면서 3열 시트를 넣었다. 길이 5.2m(2cm 더 길다)에 폭 2m(2.5cm 빠진다), 무게 2.3톤에 V6 3.6L 가솔린 엔진을 넣은 대형 SUV가 되면서, 가격도 부쩍 올렸다. 기존 그랜드 체로키는 6천만~7천만원 정도였는데, 그랜드 체로키 L은 7천9백80만원과 8천9백80만원 두 가지다. 대략적인 스펙은 쉐보레 트레버스와 비슷하지만, 가격은 3천만원가량 비싼 ‘고급 SUV’가 된 것이다. 지프에서는 링컨, 캐딜락 등의 고급 브랜드 SUV를 겨냥했다고 말하면서, 웬만한 고급 장치가 다 들어가 있다는 걸 강조한다. 차고 높이가 조절되는 에어 서스펜션에 다양한 험로까지 정복할 수 있는 주행 모드를 갖췄고, 실내엔 질 좋은 가죽과 촉촉한 나무 장식, 그리고 매킨토시 스피커까지 넣었다. 8천9백80만원짜리 서밋 리저브 모델에는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는 나이트 비전과 디지털 룸미러 등의 고급 장치까지 넣어서, 다 갖추긴 했다. 게다가 내비게이션도 ‘티맵’이다. ★★
② 엔진-변속기 아쉽다
GM에 캐딜락이 있고, 포드에 링컨이 있다면, 크라이슬러엔 지프가 있을까? 그랜드 체로키 L이 링컨 에비에이터가 될 수 있을까? 크기와 생김새, 소재, 고급 장치 등을 보면 얼추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그런데 엔진과 변속기가 덜미를 잡는다. 6기통 3.6L 자연흡기 엔진으로 286마력을 내는데, 이게 2.3톤의 거구를 끌기엔 그리 여유롭진 않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거친 소리가 나오긴 하는데, 시원스럽게 속도계를 꺾진 못한다. 게다가 변속기가 좀 그렇다. 변속 충격이 다소 있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많이 깎아먹는다. 다이얼식 기어 노브는 주차 중에 자꾸 ‘오동작’을 일으킨다. 주차할 때 R과 D 사이를 돌리면서 전진-후진 하는데, 이 과정에 자꾸 P가 들어간다. 터보나 슈퍼차저, 마일드 하이브리드 등의 기술이 흔해진 요즈음, 3.6L 자연흡기 엔진 하나로 승부를 건다는 것도 유감이다. 게다가 세팅이 거칠다. 지프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거친 매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고급 SUV를 찾는 사람들에겐 ‘글쎄’다. ★★
③ ‘호불호’가 엇갈린다
지프가 오랜만에 내놓은 신차다. ‘그랜드 체로키’라는 이름값에 ‘매킨토시’라는 고급 오디오 브랜드까지 넣어 ‘고급’으로 만들었다. 잘생긴 얼굴에 듬직한 디자인, 넉넉한 풍채와 남다른 오프로드 성능까지 다 가진 SUV다. 지프만의 거친 매력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최고의 선물이 되고도 남는 상품성이다. 기존 지프보다 확실히 좋아졌고, 그래서 살 만한 차이긴 하다. 그런데 요즈음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우리나라에도 고급 자동차 브랜드가 생겼고, 큼직한 고급 SUV도 만들어 팔고 있다. 모기 소리만 내면서 시속 100km까지 4초 정도에 주파하는 전기차도 여럿 있다. 하이브리드나 다운사이징 터보 등으로 적은 배기량에서 높은 출력을 끌어내는 차들도 흔하다. 이런 상황에서 3.6L 286마력 자연흡기 엔진 하나 들고 한국 시장에 뛰어든 그랜드 체로키 L이 다소 초라해 보인다. 오프로드 성능이 독보적이긴 하지만, 그랜드 체로키 L을 타고 진흙탕으로 뛰어들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매킨토시 스피커도 기대했던 만큼 섬세한 음을 만들어주진 못했다.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이 남는 차다. 1999년에 처음 타봤던 그랜드 체로키는 엄지손가락이 바짝 올라가는 최고의 차였는데 2021년의 그랜드 체로키 L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갸우뚱하게 된다. ★★
+FOR 지프가 큼직한 고급 SUV를 내놨다. 7인승도 있고 6인승도 있다.
+AGAINST 거친 사운드와 파워는 마일드한 자연흡기 엔진에 변속 충격이 있다.
김선관 <오토캐스트> 에디터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주장하는 자동차 기자.
① 세련된 디자인
지프는 상남자 그리고 투박함의 상징이었다. 고급스럽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게 바로 지프의 멋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 만난 지프는 달랐다. 그랜드 체로키 이름 뒤에 붙은 ‘L’은 롱 보디를 의미하지만 이상하게 럭셔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외관은 전보다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바뀌었다.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샤크 노즈로 된 그릴과 옆으로 날렵하게 생긴 헤드램프, 뒤로 갈수록 올라가는 윈도 라인, 그리고 외관에 그어진 또렷한 라인들이다. 개인적으로 이전보다 이번 얼굴이 훨씬 마음에 든다. 이전 모델의 밋밋하고 두루뭉술한 인상은 거대한 덩치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았다. 뒷모습 역시 한층 단단하고 안정적인 느낌이다. 테일램프를 옆으로 길게 빼고 모서리를 바짝 세웠다. 사이드미러에서 테일램프가 보일 정도다. 이렇게 세련미를 강조한 건 이전과 달라진 SUV 시장의 요구 때문이다. 한때 지프는 남자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젠 아니다. 여성 고객의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 소형 SUV 레니게이드에서 시작된 여자들의 선택은 랭글러를 거쳐 그랜드 체로키 L을 향하고 있다. 그만큼 여자들의 취향도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다. ★★★★
② 고급스러움과 실용성을 한 번에
실내의 변화는 완전 변경 수준을 뛰어넘는다. 대시보드와 운전대 등에 월넛 우드와 가죽을 사용할 뿐 아니라 가죽 위에는 스티치로 멋을 냈다. 게다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소프트웨어를 신형으로 완전히 바꾸며 고급스러움과 첨단 기술을 모두 담아냈다. 시트 구성은 오버랜드 7인승, 그 위급인 서밋 리저브는 6인승으로, 시승차는 서밋 리저브가 제공됐다. 2+2+2 구성으로 2열 시트가 독립 시트로 구성돼 가운데 공간이 있어 3열로 드나들기 편하다. 또한 양쪽 벽에 3열 전용 송풍구와 스피커, 컵홀더도 있다. 1~2열 탑승자가 조금씩만 양보하면 성인이 앉아도 불편하지 않다. 답답하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2열 시트보다 3열 시트가 높게 위치한 것도 있지만 파노라마 선루프와 커다란 쿼터글라스도 큰 역할을 한다. 실내 옵션 중 가장 특징적인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매킨토시다. 10인치 서브우퍼를 포함해 곳곳에 자리한 19개의 스피커가 멋진 소리를 낸다. 소리 좀 낸다는 볼보 XC60의 바워스앤윌킨스나 아우디 A8의 뱅앤올룹슨과 비교했을 때 한음 한음 꽂아주는 선명한 맛은 없지만 저음과 중음에서의 풍부한 소리는 제법이다. ★★★★
③ 온로드 달려도 좋은 지프
이전과 같은 V6 3.6L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개발한 지 10년 넘은 엔진이지만 꾸준히 개선한 덕분에 크게 흠잡을 곳 없는 성능과 복합연비를 낸다. 움직임도 경쾌하다. 가속페달 위에 올린 발에 힘을 주면 앞머리가 움찔거리며 튀어나간다. 게다가 안정적이다. 길이는 5m가 넘고 무게 역시 2톤이 넘지만 무게 이동을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전달하기 때문에 불안하지 않다. 인상적인 건 승차감이다. 그동안 지프가 만든 도심형 SUV에 대해서는 오프로더만큼 확신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승차감이 정말 빼어나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에어 서스펜션의 역할이 크다.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에서 부드럽게 충격을 흡수하며 달리는 감각은 예상을 뛰어넘는 고급스러움이다. 그러면서도 운전대를 돌리면 앞바퀴 접지력이 좋아 앞머리가 명료하게 회전한다. 그랜드 체로키 L에게 에어 서스펜션은 선택 아닌 필수다. 물론 미국과 달리 국내에 들어오는 모든 그랜드 체로키 L엔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
+FOR 지프는 타고 싶지만 투박한 생김새와 배려 없는 편의 장비가 마음에 걸렸던 그녀.
+AGAINST 지프 고유의 ‘찐맛’을 기억하거나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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