➊ OTT 배우 정호연
한국 영화와 드라마 역사를 통틀어 데뷔작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끈 배우는 정호연뿐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출연했을 뿐인데, 67번이 새겨진 초록색 운동복을 입었을 뿐인데, 탈북자 출신의 강새벽을 연기했을 뿐인데, 지금은 미국 3대 메이저 에이전시 중 한 곳과 계약한 예비 ‘월드 스타’가 되었다. 이 에이전시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 브래드 피트, 라이언 고슬링 등 할리우드의 실세가 대거 소속되어 있다. 정호연에 대한 관심이 단순히 <오징어 게임>의 인기에 편승한 부산물이 아니라는 의미다.
정호연은 어느 모로 보나 월드 스타의 자질을 갖춘 배우다. 톱 모델 출신답게 무표정으로 사연을 전달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녔고, 신체를 활용하는 솜씨 또한 뛰어나다. 강새벽이 정호연에게 적역이었던 건 4백65억원을 건 게임에 참여해 격렬하게 몸으로 부딪히고, 모진 고생을 겪어 희망이 사라진 감정을 포커페이스 하나로 주변의 공감을 이끈 역할이어서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정호연을 캐스팅한 황동혁 감독의 안목은, 그래서 평가할 만하다. 이런 맥락에서 정호연은 배우의 특징을 잘 파악하는 연출자를 만나면 또 한 번 ‘호연’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세계를 무대로 런웨이를 누빈 까닭에 영어 구사 능력도 뛰어난 정호연의 활동 반경은 한국뿐 아니라 할리우드까지 커버한다. 한국과 할리우드의 연예산업에는 능력 있는 연출자가 즐비하다. 정호연은 그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세계적인 인지도까지 갖췄다. 할리우드에 진출했던 기존의 한국 배우와는 다른 차원의 출발점에 서 있다. 그 누구도 정호연이 차세대 배우의 리더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다.
WORDS 허남웅(영화평론가)
➋ 웹예능 딩동댕 대학교 붱철 조교
딩동댕 대학교 붱철 조교는 조류에 진심인 EBS 놈들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차세대 크리에이터다. 부엉이 철은 <자이언트 펭TV>를 기획하고 연출한 이슬예나, 박재영 PD가 어른들을 위한 모바일 웹예능 <딩동댕 대학교>를 선보이며 등장한 캐릭터다. 딩동댕 대학교는 딩동댕 유치원에선 가르쳐주지 않았던 다양한 인생 실전 학습을 다룬다. 축의금 내는 기준, 직장 상사와 스몰 토크 하는 법 등 사회생활 노하우를 알려주는 교양 강좌와 성교육에서 데이트 폭력까지 다루는 연애톡강이 주요 강좌. 코끼리 낄희 교수 밑에서 조교로 일하고 있는 붱철은 하루 2시간 쪽잠으로 버티는 탓에 늘 눈을 반만 뜨고 다니는, ‘대학원생의 초상’이다. 쥐어짜는 듯한 발성, 맞는 말만 골라서 하는 입담, 노래 실력을 비롯한 예능감까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는 EBS 펭수 선배를 쏙 빼닮았다. 펭수가 어른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는 크리에이터라면, 붱철 조교는 현대인의 고단함을 안구로 표현하는 공감의 크리에이터다. 날개가 무거워 택시를 탈 수밖에 없는 고된 사회생활, 낄희 교수님의 노잼 농담에도 웃음을 지어야 하는 피곤한 인간관계, 연애조차 쉽지 않은 20~30대 청년들을 대변한다. 펭수가 본체를 무조건 지켜야 했다면 붱철은 다르다. 딩대 1학기 때부터 KBS 공채 개그맨 이재율이 목소리 연기자라는 걸 밝혔다. 그래서 가끔 차승원 성대모사를 한다거나, 2학기부터 합류한 광희 선배에게 선 넘는 개그를 치고 들어와도 놀랍지 않다. 어른이 되어도 모르는 것투성이다. 어른이들에게 딩동댕 대학교가 필요한 이유다. 붱철 조교는 정답을 알려줄 순 없지만, 정답을 함께 고민해줄 수 있다. 공감력 만랩의 수리부엉이 붱철 조교는 2022년 차세대 웹예능 크리에이터를 넘어 어쩌면 어른이들의 멘토가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WORDS 서동현(대중문화 칼럼니스트)
➌ 웹툰 만화가 삼
많은 사람들에게 ‘인터넷=네이버’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많은 독자들에게 웹툰은 곧 네이버웹툰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네이버웹툰도 완벽한 건 아니었다. 네이버웹툰은 2010년대 소위 ‘신-노-갓’으로 불리는 <신의 탑> <노블레스> <갓 오브 하이스쿨>과 같은 이른바 ‘왕도 소년만화’나 <마음의 소리> 같은 일상물, <여신강림> 같은 현실 기반 로맨스가 인기였다. 웹툰계에서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인 ‘로맨스 판타지’는 네이버웹툰에서 약세를 보이는 장르였고, ‘네이버웹툰을 대표하는’ 이미지에 로맨스 판타지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 판을 깨부순 사람이 있다. 바로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의 삼 작가다.
삼 작가는 등장부터 이슈 만발이었다. 2019년 개최된 공모전 ‘네이버웹툰 최강자전’ 16강에 진출했고, 5만2천1백91표를 얻어 전체 득표 3위를 기록해 쾌속질주가 보장된 작품이었다. 하지만 8강에서 돌연 기권하고 만다. 원고 마감 4분을 남기고 수정할 부분을 발견해 급하게 수정하다 원고 마감 기한을 9분 넘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모전이 끝난 지 반 년도 채 되지 않은 2020년 1월 6일 밤 11시, 공모전 당선작보다 빠르게 네이버웹툰에 입성한다. 국내 최대 플랫폼에서 상대적으로 약세인 로맨스 판타지 장르를 선보였고, 빠르게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로맨스 판타지가 가지고 있던 클리셰는 물론, 주인공들이 갖춰야 할 미덕으로 여겨지던 ‘로판’ 캐릭터의 클리셰까지 모두 깨부수고 독자들을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데뷔부터 연재까지, 파격 아닌 것이 없다. 파격과 혁신으로 네이버웹툰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작품을 읽어보면 느낄 수 있다. 이 작가의 야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걸. 2022년, 삼 작가가 기대되는 이유다.
WORDS 이재민(<웹툰인사이트> 기자)
➍ 디지털 아트 전방위 예술가들
사진의 등장으로 회화의 죽음과 동시에 컨템퍼러리 아트를 촉구하고, 디지털의 등장으로 크리에이티브 영역 확대, 미래지향적 예술 영역이 열렸다. 이후 NFT(Non Fungible Token) 아트의 등장이 예술계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NFT 아트는 테크놀로지를 필수 요소로 현실–디지털–가상현실에서 예술가들이 크리에이티브를 확장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며, 기존 예술계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전혀 다른 ‘새로움’을 선언할 것이다. 이는 특정 작품에 국한된 것이 아닌, 예술계 전체의 완벽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예고한다.
전통 경매 시장에서 NFT의 진가를 인정하게 만든 ‘비플(Beeple)’, NFT 아트 1세대 슈퍼레어(Superrare)의 첫 한국 작가 ‘미스터미상(Mr.Misang)’, 일론 머스크가 사랑한 ‘팍(Pak)’, 미래 현실의 우울감을 적나라하게 그리는 ‘매드 도그 존스(Mad Dog Jones)’ 등 2021년은 NFT 아트라는 새로운 시장에 ‘처음’으로 돌격했던 행동파 디지털 아티스트들이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활약을 2022년에도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는 탈중앙 블록체인 세상에서는 예술 장르의 경계,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며 자유로운 디지털 경험을 팬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 ‘누구나’가 누가 될지는 사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
2021년 단순 수집형 NFT 형태를 지나 2022년에는 사용성(Usage)이 더해지면서 디지털 참여형 NFT 아트가 대거 등장할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2022년 기대되는 작가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잘 노는’ 전방위 예술가들이다.
WORDS 김태은(트라이엄프×소속 NFT 마켓플레이스 Sole-X와 ENFTEE 운영자)
➎ 인플루언서 가상모델
‘광고주와 에이전시 지금 비상이겠군. 어떡하냐?’ 연예인 사생활 논란이 터지면 이 생각부터 든다. 사람끼리 사람답게 하는 일이기에 100% 보장이라는 단어는 광고 모델 계약서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요즘 브랜드들은 자체 캐릭터를 만들고 그들을 모델로 내세우려 한다. 비싼 모델비에 대한 부담감도 이유겠지만,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문제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광고 모델로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를 기용했다. 흥겨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화면 속 가상인간의 모습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MZ세대가 선호하는 외관을 모아 탄생시켰다는 로지는 SNS에 인스타그래머블한 일상 사진을 올리며 진짜 사람처럼 소통한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다는 설정에 힘입어 ‘쉐보레’와 ‘GS25’의 친환경 캠페인 모델이 되기도 했다. 또 다른 가상인간 ‘루이’는 AI가 새롭게 만들어낸 가상의 얼굴을 사용하는 버추얼 유튜버다. 호감형 외모에 노래와 춤을 좋아하고 한국관광공사의 명예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이들은 코로나 시국에 마스크를 쓸 필요 없고, 국경을 넘나들며, 사고도 안 친다. 화제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좋은 대안임은 확실하다. 이들이 앞으로 어떤 설정을 더 탑재할지, 어떤 활동을 펼칠지도 당분간 더 기대해볼 만하다.
아직 국내에 유명한 남성 가상인간은 없다. 호감도와 전달력 때문에 지금까지는 주로 여성 인물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2022년에는 ESG에 관심 많은 남성 가상인물도 한 명쯤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과연 사이버 가수 ‘아담’만큼 임팩트가 있을 것인가?) 그러나 연예인 덕질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간미가 있기에 재밌는 것. 감정과 숨결이 없는 화면 속 데이터를 모델로 섭외하는 게 과연 브랜드에게 득인지 실인지, 그 효용성은 더 지켜봐야겠다.
WORDS 장원(IT 브랜드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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