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21년의 끝자락이에요. 변한 게 있나요?
바뀐 게 많아요. 예전부터 자존감이 높아서 생각에 확신이 있었는데, 요즘은 좀 더 열린 맘으로 인정하는 성격이 됐달까?
계기가 있었나요?
2021년의 경험이 제게 유독 크게 다가왔어요. 연기도 했고, 멋진 선배님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도 잦았고, 솔로 앨범도 냈고….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어 변한 게 아닐까 해요.
만족할 만한 한 해였나요?
아직 드라마 <불가살> 방영 전이라 실감이 나지는 않아요. 드라마가 시작하면 제 기분도 색다를 것 같아요. 음반 활동도 더 하고 싶었는데, 하나 밖에 못 했고요. 한 해를 총평하기에는 아직인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개인적 성취라면 만족해요.
<불가살> 촬영은 어땠나요? 웹드라마 <트웬티 트웬티>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에요.
너무 재밌었어요. 이렇게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지 몰랐거든요. 아직 방영 전이라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남도윤은 굴곡도 있고 감정 연기가 중요한 인물이에요. 연기하고, 촬영팀 그리고 선배 배우들과 촬영하며 배운 게 많아요.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레슨을 촬영마다 받은 기분.
촬영 초기 남도윤을 흰 도화지 같은 인물이라고 설명한 적 있죠. 촬영을 마친 지금은 어떤가요?
여전해요. 때 묻지 않은 인물이거든요. 빨간색 물감을 칠하면 빨갛게 물들고, 검은색을 뿌리면 검게 변하는 캐릭터거든요. 하얀 도화지 같은 소년이 어떻게 변해가지는지 보는 게 <불가살>을 보는 즐거움이기도 할 거예요.
그나저나 남도윤은 조증 같은 밝음과 하이 텐션 인물이라던데. 이렇게 차분한 우석 씨와는 정반대 인물 아닌가요?
맞아요. 장영우 감독님은 제가 아이돌이기도 하고 평소에 애교가 많고 밝은 친구인 줄 아셨대요. 미팅과 오디션을 거치며 생각과 다른 걸 아셨다고 해요. 그래도 제게 도윤 역할을 해보는 게 도움이 될거라며 감사하게 설득해주셨어요.
연기란 잠시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일이기도 한데, 그 과정을 통해 새로 알게 되는 것도 있나요?
마냥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한 도윤과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 거? 그러면서 애정이 커졌어요. 도윤이는 믿어주는 사람도, 믿는 사람도 없는 외로운 친구인데, 그럼에도 한없이 밝은 기특한 친구예요. 그러다 자신에게 영웅과도 같은 단활(이진욱)을 만나며 강아지처럼 졸졸 쫓아다니게 돼요. 그게 밉지 않고 귀엽죠.
처음 <불가살> 대본을 받았을 때는 어떤 감상이었나요?
대본을 보고 꼭 참여하고 싶다 느낀 첫 작품이에요. 너무 재밌게 읽었거든요. 그리고 감독님을 만나 작품과 도윤에 대한 제 해석을 이야기했는데 어느 정도 받아주신 것도 있어요. <불가살>은 제가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는 작품이에요.
감독이나 배우 이진욱 등 선배 배우들과 나눈 대화 중 마음에 남은 것도 있나요?
정진영 선배님이 특별히 예뻐해주셨어요. 조언도 잘해주셨고요. 그런데 선배님이 평소 다른 배우들에게 코멘트를 잘 안 하시는 편이라는 얘기를 듣고 더 감사하더라고요. 그리고 감독님이 잘했다고 칭찬해주신 장면들도 기억에 남아요.
촬영 현장에서 예쁨받는 후배였나요?
말이 적고 낯을 좀 가리는 편이라 조심스러웠는데 다들 잘해주셔서 친해졌어요. 마음은 저도 더 살갑게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는 성격이에요. 그래도 용기내서 다가가면 웃으며 반겨주셨어요.
도전을 즐기는 편인가요?
좋아해요. 작년에 <트웬티 트웬티>를 찍는 것도 도전이었고, <불가살>은 그 도전의 연장선이죠. 사력을 다했어요. 연기를 한 뒤로 감정이 풍부해진 것 같아요. 맡은 캐릭터의 삶과 감정을 이해해야 하니까요. 저는 평소 친구들 사이에서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 방안을 제시해주는 편인데, 도윤을 연기한 뒤로는 좀 더 공감하는 감성적인 면이 생기기도 했고요.
새로운 시도가 뮤지션 김우석을 바꿔놓은 게 있다면요?
음악 할 때는 비슷한 것 같아요. 곡을 만들 때 저만의 룰이 있고, 함께하는 뮤지션 동료들이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감정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야 가사를 잘 쓸 수 있기도 해서 곡의 주제를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해요.
직접 곡도 만들고, 가사도 쓰죠?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뭐예요?
급하게 하지 않는 것. 천천히 마음에 들 때까지 수정하고 제 한계를 넘는 곡을 만들고 싶어요. 더 성장하고 싶거든요. 자신에게 엄격한 편이에요.
자기 검열을 한다는 건 자존감이 높다는 말이기도 하죠.
맞아요. 세상에 음악을 잘하는 사람도 많고, 때때로 어떻게 이런 곡을 만들었나 싶을 만큼 충격을 받기도 하는데,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걸 잘하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아요. 그래야 자신감도 붙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거든요.
마침 가사에 ‘내일’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는 사실이 떠오르네요.
요즘은 덜 쓰는 편인데, 과거와 오늘이 있어야 더 나은 내일이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오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건 내일이니까요.
요즘은 어떤 음악을 만들고 있나요?
다음 앨범에 대한 방향을 잡고 있어요. 지난 앨범은 식욕이라는 주제를 제 방식대로 풀어낸 작업이었으니, 다음은 또 어떤 곡을 만들지 저도 궁금해요.
다음 앨범은 <1ST DESIRE [GREED]>와 <2ND DESIRE [TASTY]>에 이은 욕망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앨범인가요?
아직 작업 중이라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욕구를 색다르게 해석해서 저만의 분위기를 담은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지난 앨범들과는 어느 정도 반전처럼 느껴지는 곡도 만들고 싶고요.
곡을 만드는 프로듀서로서 누군가에게 음악을 주고 싶다는 생각도 하나요? 데뷔 초부터 존경하는 뮤지션으로 언급한 박효신은 어떨까요?
곡을 줄 단계라기보다는 제 음악을 잘하자는 생각이에요. 박효신 선배님은… 제가 어찌 감히.(웃음) 만약 드리게 된다면 오랜 팬으로서 선배님의 옛날 정통 발라드 느낌의 곡을 만들어보고 싶네요. ‘추억은 사랑을 닮아’, ‘좋은 사람’ 같은 명곡을 여전히 좋아하거든요.
그림도 잘 그리죠? 연기와 음악과 더불어 그야말로 전방위 아티스트가 아닐까 해요.
그림은 즐거운 취미죠.(웃음) 시간이 되면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어요. 제 머릿속의 그림을 더 잘 표현하고 싶거든요. 한편으로는 예술이라는 게 각자 다른 표현이잖아요. 저는 그런 작업이 좋아요. 예술이라는 범주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고 싶어요.
아티스트를 목표로 삼나요? 분야에 구애받지 않는.
콕 집어 예술가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자유롭게
이렇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표현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인데, 학창 시절에는 연예인이 될 거라 생각을 안 했다면서요.
그랬죠. 당시에는 ‘내가 무슨 연예인이야’ 이런 생각 했었어요. 그런데 연예인이 됐네요.(웃음) 학교 친구들 만나면 여전히 신기해해요.
시간을 되돌려도 연예인을 선택할 건가요?
그럼요. 모든 게 순탄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과정이 즐거웠고 만족스러워요. 계속 배우는 게 이 직업의 묘미인데 그것도 즐겁고요.
중학교 3학년 때 마흔다섯 살까지의 계획을 짰을 만큼 현실주의자라고 들었어요. 당시 상상하던 스물여섯 살과 지금의 김우석을 비교하면 어때요?
돌아보니 이상주의자였다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당시 상상했던 것과 지금은 너무 다르죠. 이렇게 큰 사랑을 받는 일을 하게 될 줄 몰랐고요. 저는 시간을 돌려도 다시 이 직업을 선택할 거예요.
뭐가 가장 맘에 들어요?
하고 싶은 걸 작업에 표현할 수 있다는 것과 엄청난 사랑을 받는다는 것. 늘 감사한 일이에요.
마지막 질문으로 다시 태어나면 뭐로 태어나고 싶은지 물어보려 했는데….
최근에는 자유로운 화가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스트레스 없는. 그 외에는 주짓수를 비롯해 운동을 좀 배워볼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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