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Missing You Come Christmas’
New Kids on the Block
1990년대 최고 아이돌의 크리스마스 앨범은 여느 캐럴 앨범과 차원을 달리했다. 클래식보다는 창작곡의 비중이 높았고, 모리스 스타가 작곡한 그 창작곡들은 모두 하나같이 감미로운 현대적인 모타운 사운드를 담고 있었다. 조던 나이트의 소름 돋는 팔세토는 그야말로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낭만성 그 자체를 소리로 구현해낸다.
‘My Grown-Up Christmas List’
David Foster
린다 톰슨-제너가 글을 쓰고 데이비드 포스터가 곡을 붙인 이 크리스마스 클래식은 그 어느 팝 캐럴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사랑의 영원을 믿지 않는 나이가 되어 ‘사랑이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어찌 그저 간지럽다고만 할 수 있을까.
‘Hark the Herald Angels Sing’
Take 6
이제 일부 기독교인들을 빼고는 그 누구도 크리스마스를 ‘구주가 오신 날’로 축하하고 기리지 않는다. 그게 누구의 잘못인지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 기본 정신에 충실한 가스펠풍 캐럴을 들으면 그 각별한 ‘기쁨’이 뭔지 조금은 알 수 있다. 교회 전통의 콰이어 스타일에 최고난이도의 재즈 화성을 가미해 아카펠라로 소화했다. 더 이상 완벽한 보컬은 존재하지 않는다.
WORDS 김영대(음악평론가)
‘Radiance, Pt.3’
Keith Jarrett
몇 년간 취기 없이 크리스마스를 지내본 적이 없는 내게 연인이자, 가족이자, 술친구였던 곡. 나의 연말을 매번 반성의 시간으로 만들어줬고, 나를 외롭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잠시 멀어지기 위해 피난처로 삼았던 바로 그 곡. 어느 계절에 들어도 결국 따뜻함이 최고라는 걸 깨닫게 한다. 따뜻한 방 안에서 홀짝이는 위스키와 함께 창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 라이브 앨범이라 곡 마지막에 청중들의 박수갈채가 담겼는데, 1년간 수고한 내게 주는 격려 같다. 아무튼 올해는 만나지 말길.
‘sympathy 4 the grinch’
100 gecs
이 곡도 결국 크리스마스 시즌 음악이긴 하다. 그저 올해 크리스마스는 이 음악을 들으며 함께 춤출 수 있는 사람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홀로 궁상 떨며 술과 함께 창밖에 내리는 눈 구경 같은 거 제발 하지 말고, 심심한 사람들 다 모아 이 노래 들으며 춤춰라. 즐거움에 모든 크리스마스 기운이 날아가버리길 바란다면!
‘Only You’
Flying Pickets
곡의 구성 요소들을 떼놓고 보면 묘하게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요소가 많은 곡이다. 인트로와 곡 중간중간에 깔리는 홀리한 패드와 아카펠라를 메인 테마로 가져가는 구성이 그렇다. 곡을 듣다 보면 늦은 겨울밤 빛나는 장식들 사이로 연인의 손을 꼭 잡고 어딘지 모를 따스한 곳으로 걸어가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것도 그렇지만, 이 곡은 <타락천사> 엔딩 장면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곡이다. 그 엔딩 신의 달콤 쌉싸름함이 12월 25일의 차가운 공기와 닮았다고 느꼈을지도.
WORDS 산얀(‘바밍타이거’ 디렉터)
‘Deep Down Body Thurst’
N.E.R.D
사연이 담긴 곡이다. 3년 전 크리스마스 즈음 이별 후 ‘Deep Down Body Thurst’를 지겹도록 들었다. 잡생각 할 틈도 없이 빠른 템포로 이별의 후유증도 없었다. 무엇보다 가사가 와 닿았다. 사실 인종차별과 종교적 부조리에 반박하는 내용이지만 반박하며 소리 지르고 싶은 심정은 정확히 일치했다. 특히 ‘네 의도는 죄다 글러먹었다’는 가사가 귀에 꽂혔다. 어쨌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하는 이별만큼 처참한 일이 또 있을까.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분명 이 곡을 틀 것이고, 다시는 처참한 일이 벌어지지 않길 기도하며 잠들 것.
‘Atomic Vomit’
Steve Lacy
베이스 연주를 들으면 겨울의 찬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이유는 모르겠다. 특히 ‘스티브 레이시’의 음악을 들을 때 더욱이. 스티브 레이시는 ‘디 인터넷’의 기타리스트이자 솔로 뮤지션으도 활동한다. 그의 곡은 보통 묵직한 베이스 사운드로 시작된다. 심장에 펌프질하는 베이스 사운드와 담백한 드럼 연주가 흐르는 가운데, 무심하게 내뱉는 스티브 레이시의 보이스가 얹히면 기가 막힌다. 작년 12월 공개된 곡이라 당시 엄청 들었다. 올해도 크리스마스 저녁은 스티브 레이시와 함께할 계획이다. 동일한 앨범의 ‘That’s No Fun’도 엄청나다.
‘Hey Ya!’
OutKast
‘Hey Ya!’의 뮤직비디오 때문일지도 모른다. 뮤직비디오 의상, 무대, 커튼, 벽지, 모든 요소가 초록색이다. 초록색 그린치가 떠올랐고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로 이어졌다. 거기다 코러스가 성스럽게 외치는 ‘Hey Ya’와 리드미컬한 사운드를 들으면 빨간 내복 입고 트리 앞에서 현란한 댄스 스테이지를 선보이고 싶어진다. 한 해 동안 켜켜이 쌓여 묵은 때 같은 고생을 훌훌 털어버리며!
EDITOR 정소진
‘Skating’
Vince Guaraldi Trio
애초에 캐럴 앨범으로 제작된 건 아니었지만 애니메이션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의 OST는 이제 크리스마스에 빼놓을 수 없는 음악이 되었다. 피너츠를 상징하는 ‘Linus and Lucy,’ 캐럴 명곡이 된 ‘Christmas Time is Here’ 같은 곡들도 있지만 정작 마음을 끄는 건 ‘Skating’이다. 뒤뚱거리면서도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가는 피아노 연주는 상상만으로도 유쾌한 그림을 그리게 한다.
‘You’ve Got A Friend In Me’
Gil Goldstein, John Patitucci, Billy Kilson
크리스마스 선물을 뜯는 어린아이의 설렘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길 골드스타인의 잔잔하게 경쾌한 피아노 연주는 잊고 있었던 감정을 다시금 불러일으킨다. 원곡이 삽입됐던 <토이 스토리>에서 느꼈던 신선함, 그리고 만남의 즐거움까지 함께 끌고 온다.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 같지만 끝에서는 아쉬움과 여운을 남긴다. <토이 스토리 3>가 만남의 끝에는 이별이 있다는 걸 알려주었던 것처럼.
‘Chetty’s Lullaby’
Chet Baker
중력에 저항하듯 천천히 내려오는, 그리고 포개지지 않고 각자의 거리를 유지한 채 사뿐하게 쌓이는 눈은 우리에게 여유를 느끼게 한다. 쳇 베이커가 가을에 어울리는 뮤지션이라 하지만, 이 곡만큼은 그에게서 겨울의 차분함과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그가 이탈리아에서 지내던 시절, 영화음악계의 전설 ‘엔니오 모리코네’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소중한 녹음이기도 하다.
WORDS 류희성(재즈 칼럼니스트)
‘Jolly Holiday(Marry Poppins Original Soundtrack)’
Julie Andrews, Dick Van Dyke
크리스마스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영화 중 하나가 <메리 포핀스>다. 엄청 오래된 영화지만 여전히 크리스마스에 보기 좋은 작품이며 전혀 촌스럽지 않다. ‘졸리 홀리데이(Jolly Holiday)’는 그 안에서도 모두가 행복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곡이다. 꼭 영화를 보지 않아도, 어떤 영화인지 몰라도 상관없이 즐길 수 있다. OST만 들어도 그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질 것.
‘Someday at Christmas’
Stevie Wonder, Andra Day
크리스마스 하면 다양한 캐럴이 생각날 것이고, 워낙 세련된 크리스마스 음악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따뜻하며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곡을 골랐다. 원곡은 먼 옛날 스티비 원더가 홀로 불렀지만, 안드라 데이와 함께한 버전은 2015년에 나온 곡임에도 빈티지한 감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시간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덜 아픈 시간이었으면 한다.
‘Every Year, Every Christmas’
Luther Vandross
화려하고 기분 좋은, 들뜨는 크리스마스보다는 차분하고 편안한 크리스마스를 좋아한다. 그래서 듣는 음악도 빠르고 흥겨운 노래보다는 발라드 넘버를 선호한다. 좋은 재즈곡이 많지만 가장 좋아하는 보컬의 곡을 택한 이유는 사랑했던 사람을 그리워하는 곡이기도 하지만 어릴 때는 그 대상이 산타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서다. 코로나19 때문에라도 이번 크리스마스는 모두가 조용히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WORDS BLUC(음악 칼럼니스트)
‘misty’
Ella fitzgerald
여러 편곡의 ‘misty’ 중 엘라 피츠제럴드의 발라드 버전 미스티가 베스트다. 크리스마스에 연인과 방 안에서 틀어두고 바빠 못다 한 이야기들 나누면 너무 좋겠다. 그런데 어디 있을까, 나와 함께할 연인은.
‘눈’
Zion.t
한국에서 가장 크리스마스 같은 노래가 아닐까. 형형색색의 빛들 속 축제 현장이 벌어지는 크리스마스엔 알 수 없는 외로움이나 상실감을 느끼곤 한다. 그럴 때 ‘눈’을 들으면 그 무드를 대변해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쓸쓸한 크리스마스에 위로가 되어주는 따스한 곡이다.
‘Hot Chocolate’
Tyler the creator, Jerry pepper
이 앨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톡톡 튀는 편곡에 그린치를 위한 앨범. 귀여움 그 자체다. 특히 ‘Hot Chocolate’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곡이다. 커버 아트도 녹색과 빨간색이 전부여서 크리스마스 완전체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이놈이다.
WORDS 카키(뮤지션)
‘One Last Cry’
Brian McKnight
대중적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이 곡은 크리스마스 음악이 아니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없던 노래다. 몇 년 전 11월 말경 인생 처음으로 갔던 뉴욕 여행 중 <나 홀로 집에 2>에서 케빈이 엄마와 만났던 록펠러 센터엔 이미 그해의 크리스마스트리가 올라와 있었다. 내가 갔던 그날은 트리 조명을 시험 중이었는지 운 좋게도 앞에서 구경하던 중 잠깐 조명이 반짝 하고 켜졌다. 그날 저녁 호텔 룸 스피커로 들었던 이 곡은 반주도 충분히 노스탤직하지만 다시 들어도 뉴욕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떠올리게 한다.
‘2019358250’
250
기획 계기는 기억 안 나지만 ‘250’이 크리스마스 음악을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딱 한 곡 공개했었다. 공개 당일 받은 노래에 맞춰 갑작스레 아트워크를 만들었는데 곡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크리스마스 천사가 내려와 따스하게 안아주는 것 같은 연상을 받아 커버에도 아기 천사 얼굴을 넣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명절이지만 쓸쓸하게 보내는 사람도 많은 날인데, 이 곡을 듣고 나와 같은 기분이 들었으면 한다.
WORDS 김현지(비스츠앤네이티브스(BANA) 비주얼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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