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명품’이라 불리는 수많은 패션 하우스가 손목시계를 선보이지만 시계 마니아들이 인정하는 건, 에르메스 뿐이다. ‘패션 시계’가 아닌 제대로 된 ‘하이앤드 시계’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에르메스 워치의 역사는 무려 1912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이후 럭셔리 시계 브랜드와의 교류로 다양한 시계를 선보이다 1978년 스위스 비엔에 시계 부문 자회사이자 매뉴팩처인 ‘라 몽트르 에르메스’를 설립하면서 전문 시계 제조사로서의 역량을 갖추기 시작했다. 시계의 ‘심장’이라 불리는 무브먼트 제작에까지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이후에도 에르메스는 시계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03년에는 연간 3만5천 개의 무브먼트를 생산하는 메뉴팩처 보셰(Vaucher)의 지분을 인수한 것을 비롯, 2012년에는 다이얼 제조사 나테베르, 2013년에는 케이스 제조사 조세프 에랄드를 잇달아 사들였다. 또한 2006년에는 ‘라 몽트르 에르메스’ 매뉴팩처 내에 가죽 스트랩 공방을 따로 마련해, 에르메스 가방에 사용하는 최고급 가죽으로 시계 스트랩을 제작하고 있다. 럭셔리 워치 메이커 중 스트랩 가죽 선별부터 마감까지 인하우스로 생산하는 브랜드는 현재까지 에르메스가 유일하다.
이런 과감한 ‘투자’가 만들어낸 결실이 바로 ‘슬림 데르메스 스켈레톤 룬’이다. 2015년 처음 탄생한 에르메스의 ‘슬림 데르메스’ 라인은 그동안 퍼페추얼 캘린더와 GMT 등 다양한 버전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새롭게 출시한 ‘슬림 데르메스 스켈레톤 룬’은 에르메스가 시계 분야에서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모두 집약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모델이다. 우선 무브먼트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스켈레톤 방식으로 시계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뿐 아니라 시계에 장착된 ‘울트라 신 오토메틱 무브먼트 H1953’은 더블 문페이즈를 품었다. 6시 방향을 장식한 두 개의 달은 에르메스가 표현하고자 하는 우주적이고 꿈같은 시간을 본떠 디자인됐다.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간결하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계를 구성한 소재 또한 예사롭지 않다. 지름 39.5mm의 무광 티타늄 케이스는 비드 블래스티드 마감 처리하고, 플래티넘 베젤과 화이트 골드 크라운을 얹어 소재의 차이에서 오는 미묘한 빛과 질감의 대비를 강조했다. 무광과 광택 마감이 교차하는 짙은 색조의 스켈레톤 다이얼은 기계적인 매력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 위를 수놓은 푸른빛의 시곗바늘과 악어가죽 위에서 빛나는 스티치는 아름다움의 ‘방점’을 찍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정교하게 움직이는 무브먼트와 스트랩은 모두 에르메스 시계 공방 장인의 손에서 탄생했다. 한마디로 에르메스 워치의 ‘정점’에 위치한 타임피스랄까. 한 해를 보내며 시계 구입을 계획 중이라면, 구매 리스트 가장 상단에 올려두고 고민해봐도 좋은 모델이다.
문의 02-542-6622(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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