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매일이 바빴다. 마침 테슬라 주식도 성적이 좋다. 쭉쭉 올라서 테슬라를 사면 참 좋겠지만, 쉽지 않고. 이건 사실 여자 핸드백인데, 왜인지 테슬라를 닮았다. 유연한 곡선에 매끈하고 둥글넓적한 실루엣, 섬세하게 각진 매무새가 뭔가 전기차 같다. 분명 내가 좋다고 사두면 여자친구가 더 좋다고 들고 다닐 게 뻔하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은 나도 들 수 있지 않을까. 무조건 제일 큰 사이즈로, 끈을 길게 늘려 크로스백으로 매면 딱 좋겠다. 아이패드며 다이어리, 스케치 노트, 필통 등 매일같이 내 손 타는 납작하고 가는 것들을 넣고 다니다가 손만 쑥쑥 넣었다 뺐다, 동선이 딱 나오네. 다 떠나서 그냥 프라다가 갖고 싶다.
WORDS 화가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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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에 큰맘 먹고 산 명품 반지를 하수구에 떠나보내고, 똑같은 걸로 또 샀더니 이번에는 술이라는 놈이 몰래 훔쳐갔다. 이후로 패물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목걸이며 반지며 하나씩 사 모으는 건 나이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 때문일까. 2021년 어느 해보다 열심히 산 나에게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쯤 선물로 주고 싶다. 4줄의 얇은 링이 합쳐진 듯한 디자인이 심플하지도, 그렇다고 과하지도 않으니 남자의 손가락에 턱 하니 끼워놔도 좋을 법한 부쉐론의 콰트로 링으로 말이다.
WORDS <아레나> 디지털 디렉터 노현진 -
생각해보니 최근에 좋은 의자를 하나 집에 두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너무 비싸긴 한데, 가능하면 프리츠 한센의 PK22. 이걸 집에 두고, 그냥 아무 때나 아무렇지 않게 늘어지듯 앉아서 멍하게 하늘이나 봤음 좋겠다. 매일같이 지하 스튜디오에 있어서 그런가. 생각 없이 멍한 상태로, 해가 지든 말든 그냥 가만히 앉아 있고 싶다. PK22는 앉았을 때 느껴지는 가죽의 촉감도 너무나 고귀하고, 허리의 각도가 마냥 앉아 있기에도 아주 적절하다. 그냥 내가 이걸 가진다면 삶이 편안할 거 같다.
WORDS 사진가 채대한
2년째 내 손목에 피부처럼 감겨 있는 애플 워치에 대한 애착은 사뭇 진지하다. 여기저기 부딪힌 흔적에, 곱디고왔던 스트랩은 검게 졸아들었다. 실밥도 사라질 듯 말 듯. 그냥 지난 1년간 모질게 굴러온 나 같아서 마음이 짠하다. 제발 나도, 애플 워치도 맘 편히 쉬어봤으면 좋겠다. 스트랩도 단단하고 우아한 것으로 교체해주고 싶다. 까르띠에 가죽 스트랩 같은 것. 영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아예 까르띠에 탱크를 차는 것도 방법이긴 한데. 까르띠에라면 내 애플 워치를 대신할 가치는 충분하다. 그렇다면 무조건 고귀한 빈티지 숍에서 찾아낸 것 같은 클래식하고 우아한 탱크 루이! 그간 거칠게 구르고 달려온 날들을 떠올리면, 난 충분히 가질 자격이 있다. 자금이 없을 뿐이지.
WORDS <아레나> 패션 디렉터 최태경
생 로랑의 시크하고 록적인 무드를 좋아한다. 요즘 워낙 오버사이즈 코트만 많으니까, 난 좀 더 실루엣이 가늘게 딱 떨어지면서 몸에 잘 맞는 코트를 입고 싶다. 색은 시크한 블랙이나 클래식한 베이지. 스키니한 핏의 날렵한 데님 팬츠에 잘 어울리는 건 당연하고, 통이 넓은 데님 팬츠도 잘 어울릴 거 같다. 알 사람은 다 알 텐데, 올 한 해 유독 바빴다. 참 유난스러웠던 2021년을 마무리하는 심정으로 나를 위해 플렉스한다면, 그래도 이왕이면 스타일링하기 좋고 유용한 것으로. 생 로랑은 참 실용적이니까.
WORDS 모델 박경진
올 한 해는 해외여행도 못 가고, 지속되는 코로나 속에 일에만 몰두한 해였다. 쉰다는 걸 잊고 지낸 거 같다. 지쳐가기만 하는 거 같아서. 멀리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소소하게 좋은 사람들과 와인 한잔하면서 ‘불멍’도 하고, 또 가끔은 혼자 좋은 음악에 마냥 취할 수도 있는 유유자적한 여유가 있었으면 싶다. 몸도 마음도 머리도 느긋하게 쉴 수 있는 그런 시간. 얼마 전 지인에게 그레이 맨션 에탄올 난로를 선물했다. 대리만족이었나? 사실 나한테 필요한 거였다.
WORDS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구현미
올해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바빴다. 돌아보니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어렴풋하다. 오늘은 어제와 다름없이 소중한데, 사진이라도 좀 찍어서 붙잡아둘 걸 그랬다. 흘러가는 시간을 예쁜 기억으로 붙들어놓으려면 좋은 카메라로 정성 들여 찍으면 된다. 좋아하는 사람의 웃는 얼굴 같은 것들 잘 찍으면 된다. 카메라는 시간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기억을 매만지는 기계다. 좋은 카메라로 예쁜 기억들을 남기고 싶다. 그래서 라이카를 장만하고 싶다. 솔직히 라이카 M10을 갖고 싶지만 그건 너무 과한 소비고, 라이카 Q2 정도면 내 신용으로 비벼볼 만하겠다.
WORDS <아레나> 피처 디렉터 조진혁
<GREEN CUP> 계정에 내 빈 스윙 제보 영상이 가득이다.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상대적으로 오래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깊숙이 빠져들어 있다. 그렇게 좋아하던 서핑도 아침에 하는 법이 없었는데 새벽 라운딩엔 벌떡 일어나니까. 트랙맨은 스윙 동작을 체크하고 치밀하게 분석해준다. 이런 혁신적인 기계가 있다니! 집에 연습 공간을 마련하고, 이걸 설치해두면 실력이 저절로 늘 거 같은 느낌. 촬영하고 들어와서 몸 풀고, 편집하다가 몸 풀고, 마감하다가 몸 풀고. 생각만 해도 너무 완벽한 삶이다. 웬만한 중형차 가격이지만, 그러니까 플렉스지!
WORDS 사진가 정재환
발목 시린 계절이 오니 부츠에 눈이 간다. 그렇다고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눈에 띄게 화려한 건 딱 질색. 스웨이드 부츠, 그것도 생 로랑의 첼시 부츠라면 또 모르지만. 로큰롤 요소를 가미한 날렵한 실루엣, 단단한 가죽 밑창, 부드러운 송아지가죽은 고아하기까지 하다. 유스 컬처를 수면 위로 올린 에디 슬리먼이 만들었다. 그래서 붙은 에디 첼시 부츠란 이름. 노릇하게 잘 구운 빵 같은 부츠가 이번 겨울을 완성해줄 것만 같다.
WORDS <아레나> 패션 에디터 김성지
막연하게 미우미우는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설원에서 펼쳐진 미우미우의 21 F/W 컬렉션인 마운틴 클럽 영상을 보자마자 이런 생각은 눈 녹듯 사라졌다. 두툼한 실루엣, 색색의 크로셰, 이누이트 같은 장갑과 부츠는 오롯이 내 취향에 부합했으니까. 혹한의 겨울에도 홑겹 코트만으로 거뜬하게 보내면서, 매년 겨울마다 고질적으로 해오던 완벽한 시어링 재킷을 찾는 여정도 이걸로 끝이 보인다. 이 흘러내릴 듯 풍덩한 브랜디색 시어링 재킷은 안 입어봐도 안다.
WORDS <아레나> 패션 에디터 이상
아직 내 돈 주고 명품 가방을 사본 적이 없다. 전부 부모님이나 할머니가 물려주신 명품 가방을 빈티지마냥 들고 다녔는데, 최근 들어 그렇게 발렌시아가 르카골 백이 갖고 싶어졌다. 흰색이 가장 마음에 들고, 그 다음이 검은색. 촬영 핑계로 구석구석 만져보는 것마저 굉장히 즐겁기만 하고. 적당히 콤팩트한 사이즈에 <아레나> 선배들이 질겁할 하트 손거울, 지갑 등 이것저것 주렁주렁 달고 있지만, 난 그 점이 미치게 귀엽나 보다. 교복처럼 입고 다니는 올 블랙 룩에 르카골 백 하나만 매도 완벽할 것 같다.
WORDS <아레나> 패션팀 어시스턴트 하예지
사실 지난여름에도 씨흐 트루동 타딘을 구입했었다. 푹푹 찌는 한여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캔들에 불을 붙이자마자 샌들우드의 따뜻한 온기 덕분에 겨울 내음과 잘 어울리겠다며 ‘불멍’하던 기억이 난다. 오래 태우고 싶은 마음에 분명 조금씩 켰는데 이내 바닥을 드러낸 캔들을 보니 12월엔 타딘 하나를 더 구입해야겠다. 이번엔 더 오래오래 향을 간직할 수 있는 라 끌로쉬도 고민 않고 집어 들 거다. 또 한 번 타딘이 내 연말을 꽉 채워주길 바라며.
WORDS <아레나> 디지털 에디터 유선호
올해 첫 독립도 했고, 요즘 같은 코시국엔 그저 ‘집콕’ 생활만 만끽하고 있다. 하나하나 천천히 내 취향이 닿는 것들로 집을 채우는 중이다. 아직 오디오 자리가 비었다. 라디오포노그라포 rr226이 갖고 싶은데 보통 가격이 아니라 불가능하다. 모듈 형식으로 되어 있어, 길게 뻗은 스피커 부분을 위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으니 어쩌면 내 작은 집에도 가능할 텐데…. 턴테이블도 있고, AUX 연결도 되면서 블루투스도 가능하다. 눈치 없이 왜 이렇게까지 실용적인 건지. 무엇보다 ‘웃상’이다. 왜 끌리나 했더니, 내 눈웃음이랑 닮았다. 언젠가 꼭 널 가지고 말겠어!
WORDS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은혜
집에 새로운 카우치를 들였다. 노란색 카우치다. 옆엔 오렌지색 사이드 테이블이 놓여 있고 바닥엔 체스판 무늬의 러그가 깔려 있다. 사이드 테이블 위엔 선물받은 이케아 조명과 너바나 책이 놓여 있는데 어딘가 허전하다. 노랑, 주황, 파랑색 커튼, 오색찬란한 우리 집에 화려한 오브제 하나 놓으면 완벽할 텐데. 그러던 중 메종 바카라의 ‘파우나크리스토폴리스 부엉이’ 오브제를 발견했다. 보랏빛이 오묘하게 아른거리고 부리가 날카로운 부엉이가 머리엔 트레이를 얹고 있다. 엉뚱하고 기발한 스페인 출신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과 세련된 감각의 ‘바카라’의 작품이다. 오렌지색 테이블에 신비롭고 귀여운 부엉이가 놓이면 집이 갤러리로 변할 수 있을까? 올해 고생한 내게 안겨주고픈 플렉스 제품이다.
WORDS <아레나> 피처 에디터 정소진
올해의 ‘플렉스’는 이거다. 이유는 간단하다. 발 편한 신발보다 클래식한 구두가 신고 싶어졌다. 나이를 먹은 건지 트렌드가 오는 건지,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사야 할 것만 같았다. 어떤 녀석이 좋을까 고민하던 차 영국발 ‘네임드’의 한 켤레를 골랐다. 구두 좀 신어본 사람이라면 근본 중의 근본 처치스를 모를 리 없으니까. 동전만 쏙 넣을 수 있는 페니 포켓 디테일을 빼곤 전부 덜어냈다. 뭉툭한 모양새도, 점잖은 가죽도 딱 좋다. 합격이다. 슬쩍 주름진 청바지에 무심하게 신을 거다. 클래식한 느낌 살려 주머니에 손을 툭 넣고, 엄지는 빼고.
WORDS <아레나> 디지털 에디터 차종현
집중력이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느새 저 멀리까지 가 있는 나를 발견하거나 주위의 소리에 정신을 뺏기는 경우가 종종 생겨났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 있다면 좋을 텐데!’ 도구 탓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매끈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세상으로부터 나를 완벽 차단해줄 노이즈 캔슬링, 그리고 부담 없는 가격대까지. 이 세 가지 요소를 갖춘 헤드폰이라면 올해 고생한, 그리고 내년에도 힘을 내야 할 나를 위해 선물해줄 만하지 않을까.
WORDS <아레나> 디지털 에디터 이아름
겨울엔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매고 다니는 걸 좋아한다. 어차피 멋 따위 포기할 거라면 추위라도 확실히 이기자는 마인드다. 포근한 니트 모자와 어그 부츠면 된다. 세련된 맛은 없어도 부드러운 감성이 있으니까. 그런데 셀린느 니트 버킷 해트라면, 얘기가 완전히 다르지. 빈티지한 트라이엄프 로고와 하늘하늘한 챙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낯설면서도 친근하다. 어딘지 모를 유럽 시골 마을 스타일 같기도 하고. 찬바람에도 마음을 따끈따끈하게 덥혀줄 거 같고. 무엇보다 셀린느니까. 무조건 예쁘지. 올겨울은 눈도 많이 온다는데, 따뜻하게 무장하고 펑펑 내리는 눈을 감상하는 낭만쯤은 챙기고 싶다.
WORDS <아레나> 패션팀 어시스턴트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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