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귀국한 지 얼마 안 됐다고 들었다.
새 앨범 뮤직비디오 촬영차 갔다. 새소년 첫 앨범 이후 오랜만의 재방문이다. 그때와는 다른 에너지를 얻었다. 꽉 막힌 배수구 속 머리카락들이 좀 걷힌 느낌이랄까?
새소년 유튜브 채널을 봤다. 집에서 토마토를 키우던데 아직 잘 자라고 있나?
지금은 로즈메리와 바질을 키우고 있다. 날이 추워져 토마토는 떠나보냈다. 식물을 잘 키우는 타입은 아니다. 방목하는 스타일이다. 꽃이든 식물이든 신선한 것도 좋지만 시든 모습도 예뻐 보관한다. 사람들이 집에 놀러오면 식물이 산 건지 죽은 건지 묻는다. 무서운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 인터뷰에서 마포구보다는 이태원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 마음 여전하나?
그랬지. 그것보단 아무도 없는 시골이 좋다. 서울은 항상 빠르고 바쁘게 흘러가니까 좋다가도 피곤한 도시다. 꼭 서울에서 꼽아야 한다면 종로.
최종 목적지는 어딜까.
새소년 ‘집에’의 내용은 ‘이제 나의 집은 어디고, 내가 살아갈 곳은 어디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그 곡을 발매하고 느낀 게 있다. 육체보다는 마음이 머물 곳이 중요하다는 거다. 그런데 마음이라는 게 달팽이처럼 늘 갖고 다니는 거잖아. 난 다양한 환경과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자극을 받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달팽이처럼 마음의 집만 잘 갖고 있다면 육체는 어디 있든 상관없다. 계속 다른 곳에 존재하는 게 더 잘 맞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는 게 최종 목적이다.
올해 초 ‘자유’라는 곡을 선보였다. 지금 소윤은 자유롭나?
아니. 어느 누가 완벽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늘 속박당하지만 자유를 갈망하고, 자유를 향해서 가고 있다는 게 훌륭하지 않나. ‘자유’를 냈던 올해 초반보다는 훨씬 자유로워진 기분이 든다. 근데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뭔데?
내 일상을 공유하며 자기 어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유가 관객이나 대중에게 내 상태를 굳이 알리지 않아도 곡을 통해 안다. 정서가 바뀌면 그 정서에 맞는 새로운 곡을 선보이니까 내 관심사와 인생의 흐름이 자연스레 표현된다. 그 사실이 정말 흥미롭다.
관객 있는 무대에는 언제 오를 수 있을까?
사실 너무 기대하진 않으려고. 기대와 좌절의 시간이 길어지니까. 막상 관객과 마주하면 ‘드디어 왔구나’ 하겠지. 관객 유무의 차이가 엄청 크다. 외람된 말이지만 내가 요즘 축구를 한다.
그렇지. 잘 보고 있다.
얼마 전에 축구 경기를 했는데 무대랑 똑같더라. 축구할 때 목표는 훌륭하게 경기에 임해서 결국 이기는 거다. 카메라 수십 대가 날 찍어대든, 누가 소리를 지르든 중요하지 않다. 무대도 마찬가지다. 그 순간에는 곡을 멋있게 완주하는 것. 순간과 곡에 집중하는 게 목표다. 관객 있는 무대에 대한 갈증을 축구로 해소하고 있는 것 같다.
무대와 축구 모두 역동적이다. 어릴 적부터 활동적인 걸 좋아했나?
어릴 때 축구를 좋아했다. 사실 성인 되고선 축구 할 기회가 없었다. 근데 난 몸을 써야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더라. 에너지가 정말 많다. 정말 많아 다양한 것들에 에너지를 뿌린다. 그만큼 불덩이 같은 사람인데, 지칠까봐 고민이다. 정신적·신체적 힘을 잘 컨트롤하고 사용하는 것. 그게 정말 성숙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그 고민에 꽂혀 있기도 하고.
건강한 고민인데?
근데 에너자이저 스타일은 아니다. 많은 걸 질려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주 지친다. 최근에 소모보다 충전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잘 충전하는 법’에 집중했다.
잘 충전하는 법을 이제는 아나?
잘 안다. 여행하면 충전되더라. 여러 번의 실험 끝에 발견했다. 잘 충전하는 방법을 알았으니 남는 에너지 활용하는 법을 연구하려고.
왠지 모험을 좋아할 것 같다.
역설적이지만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걸 모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험을 좋아한다.(웃음) 이를테면 누군가에게는 새벽 4시에 떠나는 여행이 아주 큰 모험일 수 있다. 반면 모험을 즐기는 사람은 새벽 4시에 갑자기 훌쩍 떠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그렇거든.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창작을 주저하지 않는다. 내겐 모험이 아니니까. 정말 위험하거나 죽음을 불사해야 하는 일이 아닌 이상.
스스로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연약한 건 아닌데 단단하지도 않다. 굳건하고 뚝심 있다고 내면이 단단한 건 아니니까. 물렁하니까 아티스트일 수 있고, 여태껏 살아 있으니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매년 ‘더 나은 사람 되기’라고 다짐한다던데, 올해는 지켰나?
그렇다. 예전엔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를 갉아먹는 생각이더라. 그래서 내면을 곱씹으며 성찰하고 진정성 있게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졌다. 알고 보니 따뜻하고 순수한 사람이더라.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몸과 정신이 맑아졌다. 아름다운 내면을 가졌다고 하는 게 맞겠다. 그래서 삶의 중요한 가치와 본질적으로 지녀야 할 마음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삶의 중요한 가치란 뭘까?
어떤 걸 취하고 버려야 하는지 항상 헷갈렸다. 내 인생이지만 나 혼자 존재하는 게 아니다. 내가 함께해야 할 구성원들이 있고, 더 크게는 사회에 많은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취하거나 버려야 할 것들이 많았다. 올해 나에 대해 성찰하면서 그 고민이 정리됐다. 조금 더 나 자신에게 집중하자고. 스스로를 잘 챙기려고. 그래서 삶에서 중요한 가치란,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간직하는 것.
어른이 되는 과정인가 보다.
그런가. 나이를 먹는 게 두렵거나 아쉽지는 않다.
요즘 관심사는 뭔가?
멋진 풍경. 베를린 다녀왔잖아. 거기서 멋진 풍경과 사람들, 그 속에서 벌어지는 해프닝들이 정말 멋지더라. 그래서 내가 사는 공간 안에서 어떻게 멋진 풍경을 만들지 생각한다.
황소윤도 두려운 게 있을까?
당연하지. 가장 두려운 건 나 자신이다.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제대로 막지 못하면 결국 무너진다. 막을 수 있는 힘은 단단함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가지려면 스스로를 잘 보듬어야 한다. 용기를 가지는 것도 결국 나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도 결국 나라서 내가 제일 두렵다.
고민은 뭔가?
고민은 늘 다양하고 많이 갖고 있다. 근데 오늘은 없네. 오늘의 고민은 없다!
어떤 꿈을 꾸나?
잘 때 꿈을 안 꾼다. 꾼다고 해도 잠에서 깨면 곧바로 잊어버린다. 그래서 남들 꿈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한다. 미래에 대한 꿈은 거창한 건 아니다. 그저 잘 사는 거. 아니, 잘 살 줄 아는 거. 그게 제일 어려우니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잘 살아가면 된다.
인터뷰가 나갈 때쯤 새 앨범도 발매됐겠다.
새소년 싱글 앨범이다. ‘자유’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블루스를 새소년만의 느낌으로 펑키하게 풀어냈다. 비주얼에도 신선한 변화를 줬다. 아주 올드한 느낌을 팝하게 풀어내 새소년이 할 수 있는 걸 한 것 같다. 정말 많은 요소들이 뒤섞여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내 정신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수세미처럼 얽혀 있다. 그 정신을 여과하고 언어화해서 창작 활동을 펼친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여과와 언어화 과정을 뺐다. 그냥 내 머리를 열고 뇌를 그대로 꺼내 보여준 앨범이다. 그래서 진심인지 농담인지 모를 수 있다. 진정성 있게 쓴 건지, 아니면 정말 생각 없이 쓴 건지 아무도 모를 거다.(웃음)
내년은 어떤 해가 될까?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 어떤 기운으로 어떤 작품을 남길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야가 넓어졌고, 이제는 고여 있지 않고 흘러갈 줄 안다. 내년엔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만들어가는 작품들이 고여서 썩지 않고 유유히 흘러갈 거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런 자신감은 늘 샘솟는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