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D.P.>가 공개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공개 직후 국내외에서 호평이 쏟아졌다. 감독으로서 한바탕 잔치를 치르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이맘때는 어떤 생각이 드나?
감사한 마음으로 한 달을 보냈다. 이맘때가 되면 작품을 떠나보내고 다음 작품에 대한 생각을 한다. 작품이라는 게 좋은 결과도 있고 아쉬울 때도 있지만, 공통적으로 차기작은 흥행과 관계없이 새로운 시작 아닌가. 마음을 새롭게 다잡고 있다.
<D.P.>에 대한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나 리뷰가 있다면?
실제와 드라마적 표현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게 늘 가장 어려운데, 이번 작품은 군대라는 민감한 소재라 더욱 신경 썼다. 그래서 군필자들의 실제 군대와 비교하는 리뷰가 기억에 남는다. 그외에는 세부적으로 신경 쓴 것들을 알아봐 주는 댓글이 고맙더라. 감독으로서 논의가 될 만한 작품을 만든다는 건 사회적인 질문을 던졌다는 것인데, 사회가 더 건강해지도록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군대는 언제나 민감한 소재다. 그와 별개로 ‘군대 얘기는 재미없다’는 술자리 농담도 있을 만큼 어려운 소재이기도 하다. 군대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겠다는 건 어떤 생각에서 출발했나?
원작 웹툰을 재밌게 보기도 했고, 대한민국 남자는 대부분 군대를 거치지 않나. 모두가 입대하면 문화 충격을 받을 텐데, 그게 충격인지도 모를 만큼 보편적인 사례가 된다. 어쨌든 수많은 사람들이 겪는 소재인데, 단순히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작품으로 사회에 질문을 건네면 어떨까 생각했다. 군대 내 세계는 특별하다. 누군가는 재밌게 생각할 거고, 누군가는 슬플 것이다. 그런 다채로운 세계를 <D.P.>에 담고 싶었다.
군필자들의 의견이나 공감도 중요하게 생각했을 것 같다.
매우 중요했다. 촬영 현장의 남자 스태프들은 대부분 군필자라 군 생활에 대해 물어보면 각자 다른 경험을 했더라. 디테일을 살려 촬영하면 어떤 스태프는 “이건 좀 과하지 않나?”라고 했고, 누구는 “좀 약하지 않나?”라고 할 정도였다. 적어도 <D.P.>에 실제 군대에 없는 이야기를 담고 싶지는 않았다. 군대 내 부조리 같은 장면을 보며 누군가는 뜨끔했을 것이고, 앞으로 조심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D.P.>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
군대 내 부조리에 대해 적나라하게 나온 장면도 있다.
폭력적인 묘사는 절제하려고 했다. <D.P.>에는 신체 훼손이나 폭력 묘사를 자세히 담은 장면은 없다. 최소한의 묘사만 남겼다. 군필자마다 겪은 가혹 행위와 불이익이 다를 거라 생각했다.
정해인, 구교환과 함께한 이유도 궁금하다.
정해인은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속 연기를 보고 꼭 한번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20대 남자의 앳된 얼굴이 좋았다. 어쩐지 한국 남자만의 멋진 매력을 느꼈다. 맹목적으로 세련된 모습이 아니라 좋았달까?(웃음) 그래서 군 생활에 대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정해인이 딱이라고 생각했다. 구교환 배우는 8년 전 알게 됐는데, 이후 그의 재능을 질투했을 만큼 꼭 한 번 협업하고 싶었다. 영화도 잘 만들고, 연기도 잘하고, 그야말로 만능 영화인이다. 대중매체에 큰 비중을 가진 역할로 그와 함께하는 첫 번째 감독이 되고 싶었다.
원작 웹툰은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부분을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나?
원작은 드라마보다 르포 성향이 강하고, 터프한 매력이 있다. 나는 드라마를 기획 단계부터 6부작으로 만들고 싶었고, 시리즈로 계획했다. 두 시간짜리 영화가 아니라 긴 호흡의 드라마니까, 구성에 대해 고민했다. 6부작이어야 하는 명분을 생각한 거다. 영화감독이 드라마를 만들면 어떤 차별점이 있을지도 고민했다.
몇 년 사이 영화감독이 드라마를 찍는 사례가 늘었다. 영화감독이 연출한 드라마는 어떻게 다른가?
어려운 질문이다. 영화는 드라마보다 호흡이 짧으니, 장면에 대한 집중력이 높은 게 아닐까? 사실 감독마다 다를 거라 이 또한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의 경계가 느슨해질 거라고 본다.
긍정적 의미로 동의한다. 영화 촬영 스태프가 드라마 촬영장에 있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나 또한 감독으로서 영화도 좋고, 드라마도 좋다. 작품에 맞는 장르를 고를 수 있으니, 선택의 폭이 넓어진 시대라고 본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먼저다.
넷플릭스 드라마라는 점은 어떤가? 아무래도 극장 개봉 영화와는 다를 것 같다.
OTT 서비스를 통해 공개한 작품은 극장 개봉 영화처럼 시청률이나 관객 수가 즉각적으로 나오지 않으니 마음 편할 거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웃음) 넷플릭스 홈페이지에 ‘Top 10’도 있고,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들이 주고받는 피드백도 빠른 시대다. 공개 직후 몇 시간 만에 정주행을 완료한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리뷰나 댓글을 열심히 들여다보지 않았다.
시즌 2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관련 소식이 있을까?
아직 확정된 건 없다. 만약 시즌 2를 만든다면, 시즌 1보다 질문의 스케일도 커지고, 다른 종류의 질문을 담아야 하지 않을까? 어떤 식으로든 성장한 인물들을 보여줘야 할 거라 생각한다. 못다 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다.
인터뷰에서 몇 차례 말하기도 한 ‘질문’이 감독으로서, 창작자로서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다.
맞다. 영화나 드라마가 감히 사회에 답을 제시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논의를 제공한다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본다.
빠른 시일 내 공개할 새로운 소식이 있을까? 차기작이나.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건 맨땅에 헤딩을 하는 것과 같다.(웃음) 이제 다시 빈 종이를 멍하니 바라보며 새로운 이야기를 구상할 시기다. 개인적으로는 다작하는 감독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만큼 나 또한 성실하게 작품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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