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고 푸른 달
궤도에선 달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궤도의 중심은 달이다. 자전하는 달 주변에서 커피를 마시고, 생각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 그것이 우리가 궤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커피 머신 뒤에는 대형 LED 전광판이 있다. 야구장에서 쓸 법한 크기의 거대한 화면이 하얀 벽을 채웠다. 그리고 화면에는 적월에서 만월로 바뀌는 영상이 반복 재생된다. 그 존재감은 너무 강하다. 창밖에 펼쳐진 서촌의 서정을 감상하다가도 고개를 돌리면 화면에 채워진 달의 모습에 도취된다. 달은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기에 달을 중심에 둔 카페의 모습은 어쩐지 역설 같지만, 우리 인생의 궤도에는 역설 아닌 게 없으니 주인의 의도가 ‘웃프기’도 하다.
궤도처럼
카페는 하얗고, 투명하며, 은색 금속과 검정이 포인트로 자리했다. 1960년대 스페이스에이지를 연상시키는 디자인 언어다. 커피 머신이 놓여 있는 투명한 아크릴 테이블은 바처럼 길게 이어지다 기둥을 중심으로 회전해 다시 길게 이어진다. 투명 아크릴에는 투명한 의자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연결 부위와 공간 구석에는 금속 큐브를 배치해 네모난 행성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게 중심에 위치한 곡선 바가 궤도의 특징을 잘 설명하는 것 같아요. 쉬어가는 정거장 느낌이랄까?” 채시후 대표가 궤도에 대해 설명했다. 궤도는 상자 궤에 길 도, ‘길을 담고 있는 공간’이라는 뜻의 카페다. 유독 한옥이 많고 고즈넉한 분위기로 유명한 이 동네에 인더스트리얼한 인테리어가 특징인 공간은 그 자체로 차별점이다.
우주의 별미
궤도의 특징을 한마디로 하자면 뭘까. 채시후 대표는 미디어 아트를 비롯한 비주얼 요소, 그리고 음악까지 작은 요소도 놓치지 않는다고 했다. “궤도의 특징을 하나만 꼽기 어려워요.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되거든요.” 궤도의 특징은 인테리어를 비롯한 비주얼 요소가 다는 아니다. 로스팅도 직접 한다. 궤도가 지향하는 커피 맛을 구현하기 위해 좋은 생두를 찾고, 맛을 실험한다. 대표 메뉴는 망종. 에스프레소 밑에 우유가 있는, 맛과 멋을 동시에 잡은 메뉴다. 저온숙성 우유를 직접 만들며, 정확한 농도의 에스프레소를 우유 위에 얹어 먹는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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