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요즘 서울 카페의 인테리어는 미니멀리즘일까? 아니. 제대로 비워진 카페는 드물다. 비우는 것은 채우는 것만큼 힘들다. 카페에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있다. 의자와 테이블. 커피 잔을 편히 둘 곳과 몸을 편히 기댈 곳. 상대와의 대화가 비는 행간에 잠시 시선 둘 곳. 볼거리도 필요하다. 테이블은 다른 테이블과 적당한 거리를 두어 개인의 영역이 지켜지도록 배려하는 것. 역시 카페가 갖춰야 할 필요조건이다. 공간은 비워질수록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채워야 한다. 그건 커피의 향일 수도, 감성일 수도, 분위기일 수도 있다. 충무로에 위치한 ‘춤’은 미니멀리즘이 실현된 카페다.
태양계
‘한 공간에 각기 다른 것들이 춤을 춘다’, 카페 춤의 콘셉트다. 춤의 가구들은 창가에 있다. 아무런 특징 없는 묵직한 질감의 검정 가죽 소파들은 가지런한 어금니처럼 마주 보고 있다. 그 사이에는 과묵한 혀처럼 하얀 나무 테이블이 놓여 있다. 반대편 창가에는 키 낮은 우드 큐브와 책이 없는 낮은 책장 같은 것이 벽을 채운다. 의자이기도 하고, 테이블이기도 한 것. 몸이든 커피든 잠시 얹어둘 수 있는 것들이다. 중앙은 비어 있다. 천장에는 둥근 등과 둥근 거울 오브제가 슬그머니 지상을 비춘다. 태양계를 은유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우주야말로 비어 있는 곳이니까.
빅뱅
춤의 빈 공간에선 빅뱅 현상처럼 충돌과 탄생이 발생한다. 가게를 찾은 손님부터 협업할 브랜드, 아티스트 등이 춤의 중앙에서 무언가를 펼쳐 보인다. 지난 8월에는 패션 브랜드 앤초비의 오프라인 프리오더를 진행했다. “날것 같되, 정돈된 느낌. 그리고 춤 앞에 카페, 와인 바라는 수식어가 안 붙으면 좋겠어요. 그냥 공간 자체로 존재하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춤 대표의 이 말은 이 공간이 나아갈 방향을 설명하는 듯했다.
춤의 매력은 인테리어나 시각 요소가 전부가 아니다. 아인슈페너처럼 진하게 내린 블랙커피에 춤이 직접 만든 동물성 생크림을 올리고, 가니시로 간 원두를 올린 메뉴는 벌써 입소문을 탔다. 또한 크루아상과 젤라토, 양저 치즈 등을 재료로 한 춤의 대표 디저트 메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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