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좋아해요?
좋아해요. 올여름은 유독 더웠잖아요. 그래서 가을이 더 반갑더라고요. 걷고 싶은 계절이잖아요. 팬데믹 전 이맘때 뉴욕을 여행한 적이 있어서 그런가?
다솜 하면 어쩐지 여름이 떠올라요. 지난 여름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나요?
아름다웠어요. 씨스타 해체 이후 가수가 아닌 배우로만 활동했으니까, 여름에 언니들과 공연하고 관객을 만나던 시절도 생각났고요.
효린과 함께한 신곡 ‘둘 중에 골라’도 여름의 절정에 나왔어요.
익숙해서 몰랐던 무대의 즐거움과 감사함이 느껴졌어요. 노래하고 춤추는 게 이렇게 재밌는 일이구나, 했죠. 당시에는 바빠서 즐길 여유가 없었거든요. 효린 언니와 온전히 무대에 집중하니까 너무 즐겁고 새로운 거예요. 마주하기 힘든 시국이라 관객을 만나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다솜이 무대를 즐기고 있구나, 했어요. 음악 방송 <유희열의 스케치북> 무대에서도.
정말요? 다행이다. 정말 즐겼거든요. 한편으로는 신인으로 돌아간 것처럼 긴장했어요. 마이크에 제 심장 소리가 들릴 것처럼 쿵쾅거렸어요.
그룹이 아닌 효린과 듀오로 활동해보니, 어떻게 다르던가요?
활동 기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죠. 효린 언니와 안 하던 대화도 나누며 더 알게 된 것도 있고요. 서로 보듬고 배려하는 시간. “나 언니 팬이야”라고 자주 말했을 만큼 효린 언니는 정말 대단한 아티스트예요.
‘둘 중에 골라’ 활동을 돌아보면 어때요? 음원 차트 1등은 물론 7일 만에 조회 수 400만 돌파, 한 주간 한국에서 가장 많이 본 뮤직비디오 톱5에도 이름을 올렸어요.
정말요? 저 지금 알았어요.(웃음) 감사한 일이에요, 정말.
정말 즐겼나 봐요. 외부의 요인을 생각하지 않고요.
그런가 봐요.(웃음) ‘둘 중에 골라’는 음원 수익을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 계층에 전액 기부한다는 취지의 프로젝트거든요. 관심을 받는 만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활동이죠. 저희를 기다려준 팬이 많다는 점에 감동하기도 했고요.
씨스타 시절이 그립기도 한가요? 해체 이후 씨스타의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에요. 그렇게 건강하고 여름다운 그룹이 없죠.
좋은 노래로 무대에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해요. 너무 즐거운 일이고요. ‘둘 중에 골라’처럼 좋은 기회가 온다면 언제든 마음이 열려 있어요. 다만 지금은 제 어렸을 때부터 꿈인 배우 활동에 집중하고 싶어요.
배우로서 욕심도 있나요?
연기자로서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예요. 막 걸음마를 뗀 거죠. 대중적으로 저를 알린 드라마는 <언니는 살아있다>의 양달희가 아닐까 해요. 악역이기도 했고요.
더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도 있나요?
줄리아 로버츠의 팬인데, 그녀가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며 ‘나도 저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 생각했어요.
요즘도 메모를 하나요?
메모를 자주 하는 편인데, 스마트폰 메모 앱을 보면 당시의 제 기분을 알 수 있어요. 요즘은 고민이나 걱정거리를 쓴 게 없더라고요. 대체로 요리 재료나 하고 싶은 것들을 적었어요.
부쩍 즐거운 시기인가 봐요?
정확해요. 사소한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즐거운 생각을 하자는 마음이에요. 새로운 취미라면 가구에도 관심이 생겼고, 집을 꾸미게 됐어요. 팬데믹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주변을 살피게 됐어요. 청소도 열심히 하고, 일상적인 것들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집에서 혼자 먹더라도 맛있게, 예쁘게 담아서 먹고 싶고요.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걸 들여다보는 거네요.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마음에 여유가 없었고, 조급했고, 넘치게 진지했던 것 같아요. 예전과 달리 혼자 있는 시간도 즐기게 됐어요. 생각도 정리하고, 글도 쓰고요. 그러다 내린 결론은 유머와 심플한 생각을 잃지 말자는 거예요. 이 두 가지는 제 삶의 철학이 됐죠.
유머가 없는 삶은 한편으로 정신적 가난이 아닐까 해요.
그런 것 같아요. 즐거움을 곁에 두고 싶어요. 무겁고 멋지기만 한 것보다 유머러스한 사람이 더 근사한 것 같아요. 누구나 낯을 가리지만, 용기 내서 타인에게 가벼운 농담 한마디 건네는 건 멋진 일이잖아요.
‘둘 중에 골라’ 활동도 끝났겠다, 지금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의식적으로 고민을 줄이려고 해요. 복잡한 생각을 끊고 싶거든요. 물론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생각은 늘 안고 있죠. 좀 가벼워지려고 해요. 날씨가 좋으면 한강에서 러닝도 하고, 즐거운 삶의 태도와 루틴을 만들고 싶달까? 요즘은 몇 시에 자든 아침 9시에 꼭 일어나요. 일어나서 커피 한잔 내리고, 음악 듣고, 하루를 시작하죠. 틈틈이 책도 읽고, 영화를 보기도 하고요.
자신을 돌보는 시기네요.
가끔 심심한데, 재밌어요.(웃음)
올해 스물아홉이에요. 나이의 숫자가 뭐 중요하겠냐마는 뒷자리가 9가 되면 지난 10년을 돌아보기 좋은 시기이기도 하고요.
70%는 일로 꽉 채운 것 같고, 30%는 다채로운 경험을 한 것 같아요. 배우 활동을 시작한 것도 다채로운 경험 중 하나예요. 그리고 여행을 자주 다닌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죠. 친구랑 둘이 배낭 메고 카리브해에도 갔고, 미국도 갔어요. 그렇게 저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30대를 어떻게 보내고 싶어요?
침착하게 평점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유머를 잃지 않는 사람.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요. 주변을 즐거운 사람으로 가득 채우고 싶은 바람도 있고요. 배우로서든, 가수로서든 다시 팬들을 만나고 싶고요. 건강을 생각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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