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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 chapter4. Unsupervised Learning AI

미래는 언어로 다가온다. 게이미피케이션, 디지털 트윈, IoB, 비지도학습 AI 등 낯선 용어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입에는 익지 않은 개념들이지만 의미와 기능을 들여다보면 익숙한 것들이다. 지금보다 더 오래전, 10년 전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래된 시절, 막연히 그렸던 공상과학 세상의 개념들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상상은 실체가 되며 새로운 이름을 얻었을 뿐이다. 지금 미래 개념으로 알려진 게이미피케이션, 디지털 트윈, IoB, 비지도학습 AI를 다각도로 다룬다. 미래 개념을 경험한 이들의 기대와, 미래 개념이 낯선 이들이 느낀 공포를 담았다.

UpdatedOn September 03, 2021

비지도학습 AI(Unsupervised Learning AI)를 이해하기에 앞서 우리에게 알려진 머신러닝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AI는 빠른 속도로 반복 학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만 번 반복해서 보다 보면 이게 사과인지 감인지 구분하는 것이다. 그 시간이 무척 짧아 사람에겐 찰나와 같이 느껴질 뿐이다. 이것이 지도학습 AI다. 감인지 사과인지 답은 정해져 있고, 기계가 반복 학습을 통해 감과 사과를 구분하는 것이다. 비지도학습 AI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사과랑 감을 섞어서 주면 AI 스스로 감과 사과의 차이를 발견해낼 때까지 보고 또 본다. 그리고 비지도학습 AI는 인간에게 사과와 감의 차이를 보여준다. AI는 인간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었지만, 비지도학습 AI는 인간의 명령 없이도 스스로 학습한다. 이미지 프로그램 ‘스타일 갠(Style GAN)’ 등으로 대표되는 비지도학습 AI는 많은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딥페이크나 가상인물 제작 등 수많은 데이터를 조합해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창조할 때 쓰인다. 1920년대 흑백사진을 컬러사진으로 바꾸거나, 인물의 얼굴을 나이대별로 바꾸거나, 바다를 산으로 산을 바다로 만들 때 비지도학습 AI가 사용된다.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나 사진을 만들어내는 건 너무 쉬운 일이다. 비지도학습 AI는 글도 쓸 줄 안다. 소설도 물론이고. 이쯤에서 미래를 생각해보자. 인간의 창작물이란 경험을 토대로 하지만 발전된 AI는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낸다. 미래의 우리는 AI보다 더 나은 창작자가 될 수 있을까. 기사에서는 비지도학습 AI에 대한 작가들의 근심과 기대가 이어진다. 먼저 사진가와 소설가가 불안을 드러냈다.

기계처럼 변하는 인간으로서

최근 비지도학습 AI라는 용어를 접하고 그것과 관련한 몇 가지 영상을 검색해보았는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머신러닝, 딥러닝, 빅데이터와 같은 모든 용어를 자세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기계가 데이터를 분석, 통계, 생성하며 스스로 진화한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주목한 점은 이미지의 생성이다. 나는 오로지 사진가의 관점으로만 이 현상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몇 개의 선으로 구성된 간단한 스케치 혹은 주어와 동사, 수식어로 구성된 하나의 문장 데이터를 학습한 기계는 현실적이고 매우 구체적인 사진 이미지를 생성해낸다. 이는 카메라 없이도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나에게는 꽤나 충격이다. 언뜻 생각해보면 카메라 안에 내장된 디지털 센서가 생성하는 이미지와 스스로 학습한 AI가 창조해내는 이미지 모두 디지털 프로세스를 거쳐서 탄생한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렌즈 베이스의 이미지인지 아닌지를 따진다면 전혀 다르다고도 할 수 있다. AI의 학습력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밤 사진을 낮 사진으로, 낮 사진을 밤 사진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며, 애초에 컬러 정보를 갖지 못한 흑백사진이 컬러사진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한 사람의 얼굴은 거의 무한에 가깝게 타인의 얼굴로 둔갑할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이 이미 먼 과거에 사진이 사람의 눈을 속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사진을 더 많이 찍게 됐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미지의 진실과 거짓 여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사진을 보는 행위가 경험한다는 의미로 축소되어가는 지금,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한 채 경험했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아찔해진다. 하지만 지금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요점은 고도로 발전하는 디지털 문명이 모든 이원화된 논리들을 해체하고, 그중에는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자연히 전문성을 지닌 직업으로서의 사진작가가 계속 존속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물론 전부터 사진을 찍는 행위가 비교적 보편화되어 사진작가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만약 이와 같은 모든 기술을 아주 쉽게 구사할 수 있다고 가정해본다면 사진작가에게 돈을 지불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것은 기술을 습득하는 것만으로 전문가가 되는 세상의 종식으로 볼 수도 있겠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이미지를 창조해왔다. 19세기 사진이 발명되었을 때부터의 200년 가까운 세월뿐만 아니라 약 3만5천년 동안 이어져온 인간 활동으로 간주해본다면, 디지털 문명은 이제 막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AI가 제대로 실력 발휘를 시작한 것은 10년 정도다. 기계가 인간의 학습법을 모방하고 점점 더 인간다움을 습득해가는 지금, 인간의 사고는 점점 더 기계화되어가는 게 아닌지 반문할 때가 되었다. 어쩌면 기계는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계가 인간처럼 변하는 게 아니고 인간이 기계처럼 변하는 것이라고.
WORDS 김선익(포토그래퍼)

왜 나는 나쁜 이야기를 써야 하지 싶은가

이유는 인공지능 때문이다. GAN 이야기로 시작하자. GAN은 생성 모델과 판별 모델이 경쟁하면서 어떤 분야의 새로운 산물을 생성할 수 있는 기계학습 모델이다. 생성 모델은 계속 함수를 만들어내고, 판별 모델은 그 함수가 어떤 함수와 비슷한 모양인지 확인한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생성 모델은 판별 모델과 더 비슷한 함수를 만들어내게 된다.
페이스앱(FaceApp)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애플리케이션으로 쌓아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입한 인물 사진을 늙어 보이게 바꾼다든지, 표정을 바꾼다든지 하고 놀지 않았나? 업계에서는 이것을 ‘스타일 트랜스퍼(Style Transfer)’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모델은 우회적 방법을 통해 자연어 처리에도 사용할 수 있다. 깃헙의 ‘MrBananaHuman’이라는 계정의 ‘TextToBible’이라는 리포지토리에서, 보통 문장을 투입하면 성경 말투로 바꿔주는 극도로 성스러운 예시를 목격했다. ‘오늘은 빨리 퇴근하고 싶다’를 인공지능은 ‘오늘은 속히 도망하기를 원하더라’로 수정했다.
아주 재미있지만, 마냥 즐길 수만은 없다. 나는 바로 이야기로 벌어먹고 사는 소설가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발전 속도를 보면 언젠가 배경, 사건, 인물이라는 소설의 3요소를 집어넣고 돌리면 컴퓨터가 좋은 이야기를 하나 뚝딱 만들어내는 날도 오긴 올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좋은지 아닌지를 확실히 판가름할 수 있는 어떤 함수가 있어야 하겠지.
좋은 이야기에는 공식이 없을까? 인간의 창의성이 한계가 없어 이야기도 무한히 새롭고 좋을 수 있을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사람들은 긴 역사 동안 같은 감정을 품으면서 살아왔다. 좋아하는 이야기의 원형은 이미 다 발견된 지 오래다. 2000년 전에도 지금도 로맨스는 고전적인 삼각관계가 맛집이고, 2000년 후에도 인간이 인간으로 남아 있는 이상 삼각관계가 최대의 맛집일 것이다. 현대의 할리우드 영화 시나리오들이 꽤 많이 정형화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액션 이만큼, 로맨스 이만큼, 유머 이만큼을 넣고 소재랑 합치면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게 수치로만 나타낼 수 없는 신성한 영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정도로 천재가 아닌 나는 언젠가 다가올 파국에 대비하여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포스트모더니즘에 투신해야 하나? 갈수록 정형화되는 이야기의 구조를 파괴하고, 인물들이 아무 동기도 복선도 없이 행동하도록 해야 하나? 그 결과물은 끔찍하지만 적어도 인공지능에 대체되지는 않을 것이다. 좋다. 끔찍한 이야기를 쓰자. 잠깐, 그러다가 내 소설이 지금 안 팔리게 되면 어떡하지?
WORDS 심너울(소설가)

MZ세대의 사랑

미디어아티스트 오주영은 비지도학습 AI를 이용해 MZ세대의 온라인 데이팅을 이해하는 데 영감을 얻었다.
‘당신의 사랑 상담봇’ 프로젝트는 아트센터 나비 ‘AI X LOVE Hackathon’의 참여 작품으로, 온라인 데이팅 앱 사용자들의 사랑을 주제로 했다. 작품의 한쪽에서는 데이팅 앱 사용자들이 주고받는 텍스트를 학습한 AI를 챗봇으로 구현했고, 옆에서는 비지도학습 AI가 생성한 4개의 각기 다른 사랑에 대한 소설을 영상으로 만들어 영화처럼 틀었다. 데이팅 앱은 사람 간의 연애가 텍스트와 이미지 등의 정보 교환만으로 가능하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때문에 이용자들은 타인을 알아가는 과정의 많은 부분을 텍스트로 접하는 데 거부감이 없으며 더 쉽게 자신을 드러낸다. 이렇게 쓰인 사랑 데이터를 학습한 비지도학습(GPT-3) AI는 어떤 소설을 쓸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할 일이 많지 않았다. 매끄럽게 쓰여진 4편의 작품은 나보다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훌륭하게 소설에 나올법한 문장을 모방하고 있었다. 작품에서는 데이터의 익명성이 상징하는 바를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해 등장인물의 얼굴을 모두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을 활용해 가짜 얼굴로 대체했다.
AI 소설이 인간의 데이터를 학습해 글을 썼지만 그 이야기가 그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것처럼, 그 영상 속 인물 역시 실제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누구의 얼굴도 아닌 사람의 얼굴임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또한 얼굴이 변화되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노이즈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불편한 지점들을 의도적으로 추가함으로써 AI가 쓴 글은 몸이 없는 프로그램이 연산해낸 낱말 뭉치임을, 어쩌면 그 글들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기계의 인간을 향한 기만은 아닌지 질문하고자 했다.
인공지능이 적절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학습한다면 창작의 변주로 수만 건의 이야기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며, 인간의 노동뿐 아니라 창작까지도 많은 인력이 대체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프로젝트였다. 이러한 기술이 가진 장점 이면에는 단점도 존재한다. 작품을 제작하면서 데이터 필터링 과정에 매우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이는 그대로 나온 이름이나 욕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기도 하지만 부작용도 따른다. 결국 어떠한 기술도 사람이 뒤에 있을 때는 절대 가치중립적일 수 없다는 생각이다.
WORDS 오주영(미디어아트 작가)

오주영 작가의 <Your Love is Fake as Mine>은 아케이드 극장 형식으로 감상할 수 있는 4개의 인공지능 창작 소설이다. 데이팅 앱 속 사용자들의 사랑과 이별의 대화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창작한 소설은 아바타, 딥페이크, 성우의 목소리를 통해 끊임없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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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정소진
ASSISTANT 김나현
ILLUSTRATION 리베스

202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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