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B는 행동인터넷이다. 센서나 카메라, 기계를 이용해 사람들의 행동을 수집한다. 그리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다음 행동을 예측한다. 달리 말하면 우리의 행동에는 패턴이 있다는 뜻이다. 아침에 전철역 가고, 12시에 점심 먹는 것 외에도 사람의 행동에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반복된 흐름이 있고, 비슷한 데이터를 수없이 비교하다 보면 다음 행동이 예측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IoB 기반 서비스들은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나은 선택을 제안한다. 과연 우리는 후회 없는 선택을 하게 될까? 지금도 그렇지만 미래에도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인지는 사용자가 판단할 것이라 기대하며, IoB와 함께하는 미래를 슬쩍 상상해보자. IoB는 대부분의 생활 영역에 적용될 것이다. 건물 출입문마다 설치된 얼굴인식 체온기 같은 것도 IoB로 분류된다. 대중교통이나 자율주행, 건강관리, 맛집 앱, 독서 앱, 넷플릭스 등 인간의 행동이 개입되는 곳에 IoB가 쓰일 것이다. 디지털 흔적이라 불리는 사용자의 모든 인터넷 활동을 수집하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 당신이 뭘 검색했는지 다 안다는 거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주로 듣는 음악 장르나 영화 장르를 추천하는 것 정도야 좋지만, 때로는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사용자의 주요 이동 경로를 알고, 주로 구입하는 품목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 범죄나 위험 행동을 예측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죄짓지 않아도 위험군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다. 다음은 기업들의 서비스에 IoB가 더해진 미래를 예상해봤다.
신제품을 기다리며
우리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미래에는 이런 제품을 출시하길 바란다. IoB 기반의 ‘신박’한 서비스들을 예상했다. EDITOR 조진혁
삼성전자 : 체질 분석 에어컨
북아메리카와 유럽 대륙을 휩쓴 열돔 현상을 보니, 미래에는 여름이 얼마나 뜨거울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를 겪는 건 모두지만 어째서인지 열에 민감한 건 사람마다 다르다. 젊은이는 덥다 하는데 노인들은 선선하다 하고, 나는 불쾌해서 잠이 안 오는데, 누나는 추우니까 에어컨 끄라고 성화다. 세대와 성별, 인종을 화합할 에어컨 적정 온도란 몇 도인가. 이 난제를 IoB가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먼저 에어컨을 발명한 윌리스 캐리어 선생께 감사인사를 올리며, IoB가 적용된 미래의 에어컨을 예상해본다. 20XX년 삼성전자가 출시한 최신 천장 빌트인 에어컨은 갤럭시 생태계의 일원이다. 에어컨이 있는 공간에 설치된 갤럭시 사용자를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에어컨 모서리에 있는 열감지 센서는 사용자의 체온을 감지해 적절한 온도의 바람을 보낸다. 화장실 문 옆에 앉은 태양인 체질의 땀 많은 나에겐 18℃의 차가운 바람이 오고, 소파에 앉은 아버지 방향으론 23℃의 선선한 바람이 간다. 누나는 샤오미폰 사용자라 패스. 유독 차가운 바람이 나를 쫓아오기에, 내가 아버지 옆에 앉으려 하면 아버지가 성을 내신다. 추우니까 저리 가라고. 가족의 화합 도모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시원했다.
LG전자 : 옷을 아는 건조기
내가 무던해서 그런 건 아니고, 다들 그러지 않나? 요즘 세탁기를 보면 세탁 모드가 참 많다. 앱까지 연동하면 별의별 코스가 다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건 오직 표준모드. 다른 모드는 쓸 줄 몰라서가 아니라, 뭘 넣어야 할지 몰라서 못 쓴다. 더 어려운 건 건조기다. 아무 옷이나 한데 모아 넣고 건조기 돌리면 끝이다. 끝. 끝장나게 혼난다. 옷이 줄어든다. 오늘 입은 티셔츠가 복면이 되어 있다거나 한다. 뭘 돌려야 할지 모르는 사용자를 위한 건조기를 상상해봤다. 제조사는 LG전자로 설정한다. 우리 집 건조기가 LG전자라서 그렇다. LG전자는 건조기를 구입한 고객에게 센서가 탑재된 빨래 바구니를 제공한다. 라이다와 적외선, 레이저, 냄새 감지, 8K 카메라가 조합된 센서는 빨래 바구니 옷을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사용자가 입었던 옷이 무엇인지 감지하며, 옷의 소재, 색상, 크기, 습기, 악취 등을 데이터로 수집한다. 그리고 해당 옷을 세탁한 후 건조기에 넣었을 때 옷감이 상하지 않는 코스로 건조한다. 너무 막연한 상상일까. 여하튼 미래니까.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나이키 : 자세 교정을 부탁해
러닝이 취미였다. 살이 찌고 골반이 틀어진 다음에는 러닝을 끊었다. 러닝 때문에 건강이 나빠질 리는 없고 비만이 된 것도 아니지만, 인과관계는 무시하기로 하자. 여기선 미래만 이야기하겠다. IoB는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한다는데, 신발과 옷이 내 걸음걸이를 분석하고, 올바른 자세로 교정해줬으면 한다. 더는 못 뛸 정도로 지쳤을 때 신발이 알아서 뛴다거나. 그건 너무 나아간 소린가. 어쨌든 셔츠부터 바지, 팬티와 머리띠, 신발에 이르기까지 내 몸과 닿아 있는 것들이 나를 제어해줬으면 한다. 거북목을 하면 티셔츠 목 부위에서 진동이 온다거나, 다리를 꼬고 앉으면 알림을 주거나, 자세가 삐딱하면 척추 디스크 부위에 찌릿한 자극이 오는. 가학적인 기능이 있다면 바른 자세와 건강한 정신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서비스를 훌륭하게 해낼 스포츠 브랜드로 나이키를 슬쩍 밀어본다. 나이키는 오랫동안 러너들을 지원해왔다. 함께 모여서 뛰는 문화도 만들었고, 러너들을 위한 신발과 의류, 양말, 심지어는 앱까지 만들었다. 스마트워치에 나이키 런 클럽 앱을 설치하면 내 기록 외에도 다른 사용자들의 러닝 기록을 보고, 경기에 참여할 수도 있다. 나이키는 승부욕을 자극할 줄 안다는 점에서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자극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본다. 나이키는 참여하지 않고는 못 배길 짜릿한 서비스를 만들 것이다. 그 전에 자세 교정 옷부터 출시 부탁하고.
애플 : 가장 안전한 자율주행차
언젠가는 애플카가 나오겠지. 소문만 무성한 애플카를 예상하면 이렇다. 재생 알루미늄을 사용한 환경 친화적인 차량일 테고, 아이맥 M1처럼 산뜻한 색상으로 마감했을 것이다. 실내에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만든 화면과 아이폰 거치대가 있을 테고, 시동을 켜면 애플카플레이가 동작하며 운전자의 정보를 펼쳐 보일 거다. 최근 사용한 앱을 화면에 띄우고,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을 선곡해주거나, 페이스타임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겠다. 자율주행 기능도 예상해본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주행하고, 차선을 바꾸는 건 기본. IoB가 사용된 애플카는 운전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며 주행한다. 운전자 심박수가 너무 빠르다면 속도를 늦추고, 잠이 들었다면 미세한 알림이나 외부 공기를 환기시켜 운전자를 깨운다. 안전한 주행을 돕는 기능들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래에도 안전운전이 중요하니까.
현대자동차 : 판단은 UAM에 맡겨
자동차 제조사들이 미래에도 자동차를 만들까? 만들긴 하겠지만 그보다는 다른 탈것들에 더 힘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는 미래 전략을 세우며 UAM(도심 항공교통)에 전력투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UAM을 타고 날아다니면 도시의 교통체증을 피하고, 이동 시간이 단축될 것이다. 여기에 IoB를 결합한 UAM 서비스가 있다면 어떨까. 김유신의 말이 습관처럼 천관으로 갔다가 목이 베인 사건. 인간 행동 습관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AI에게 전하는 경고는 천 년 전부터 이어져왔다. 데이터만 믿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다. 인간은 갑자기 정신 차리고 열심히 사는 경우도 있고, 성실한 친구가 갑자기 술 먹고 전 여친 집 앞에 찾아가기도 한다. 그러니 인간의 행동에는 변수가 있다는 것이다. IoB가 결합된 UAM은 변수가 나오더라도 막아줬으면 한다. UAM은 탑승자가 술에 취했는지,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지, 판단력이 정상인지부터 체크해야 한다. 만일 탑승자의 의식 상태가 불분명하다면 몇 번이고 재차 목적지를 물어봐주길 바란다. 게다가 탑승자가 카톡 차단된 인물의 집에 가겠다고 하면 경고와 함께 그의 본가로 직행하길 권한다. 마음까지 안전한 UAM이 되길 바라며.
맥도날드 : 칼로리 추천 키오스크
수제 버거가 유행이라고 하지만 주로 찾는 곳은 맥도날드다. 혼자 가도 부담 없고, 값도 저렴하고, 해피밀 사면 장난감도 주니까. 여튼 미래에도 살아남을 패스트푸드를 꼽자면 맥도날드다. 그리고 미래에도 키오스크로 버거를 주문하게 될 것이다. 지금 키오스크와 달리 미래 키오스크에는 IoB가 탑재됐을 테고. 미래 키오스크의 IoB는 무엇을 하게 될까. 사용자 분석이다. 키오스크에 얼굴 인식 기능을 추가하면 사용자 자신도 모르는 정보까지 키오스크로 전달될 수도 있다. 지금 중국이 그러하니 얼굴을 지문처럼 쓰게 될 날이 마냥 허튼소리는 아닐 것이다. 얼굴로 로그인하는 거 익숙하지 않나. 체온 측정기처럼 키오스크에 얼굴을 갖다 대면, 키오스크는 국민의료보험공단에 저장된 사용자의 건강 정보를 받는다. 현재 사용자의 콜레스테롤 수치라든가 체지방률 같은 생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건강한 메뉴를 추천한다. 쿼터파운드치즈버거에 치즈 한 장 더 추가하려면 마음을 꼭 닫게 만들 것이다. 그때쯤이면 맥도날드가 건강식이 돼 있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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