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중 발견했어요. 영빈의 타투와 인성의 갈빛 눈동자.
영빈 오른쪽 가슴에 탄생일자, 왼쪽 가슴엔 ‘All By Myself’를 새겼어요. 팬덤 판타지가 안 좋아할 텐데…. 정말 소중한 의미를 지닌 건 왼쪽 가슴, 해보고 싶은 건 오른쪽 가슴에 새겨요.
인성 아, 저는 원래 동공이 갈색이에요. 간혹 컬러 렌즈 꼈냐고 묻는 분들도 있어요.
최근 활동을 끝마쳤어요.
인성 만족스러운데, 판타지랑 함께하지 못한 게 아쉽죠. 판타지도 아쉬워하셨고요.
정확히 1년 만의 컴백이었는데,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 더 아쉬웠겠어요.
영빈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점차 좋아지면서 팬분들도 거리두기 하면서 입장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죠. 무대와 스태프분들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팬분들이 있고 없고 차이가 엄청 커요. 무대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 주는 에너지가 커요. 그 힘 때문에 몸도 자연스러워지고 퍼포먼스도 잘 나와요.
<Turn Over> 앨범에서 SF9의 자신감이 보였어요.
인성 경연 프로그램 <킹덤 : 레전더리 워> 이후에 발표한 앨범이라 우리 색깔을 확실히 굳힐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 다양한 콘셉트를 시도해왔는데, <킹덤 : 레전더리 워>에서 비로소 우리와 어울리는 것, 강점을 찾을 수 있었어요. 그 강점을 <Turn Over> 앨범에 녹였고요.
<킹덤 : 레전더리 워>가 큰 영향을 줬죠.
영빈 그렇죠. 경연 프로그램에 나간 건 돌이켜보면 우리에게 장점으로 작용했어요. 다양한 무대를 경험하며 발전했고 얻은 게 굉장히 많아요. 사실 <킹덤 : 레전더리 워>에 합류한 기간에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못 한 게 아쉬워요. 그래도 제일 기분 좋았던 건 ‘킹덤으로 입덕했다’는 댓글 볼 때. 신기했어요.
인성 SF9의 아홉 명이 모두 잘 보이면 최선이겠지만, 상황상 그렇지 못한 순간도 있었어요. <킹덤 : 레전더리 워> 무대에서 멤버 개개인에게 초점을 둘 수 있었고, 모두의 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어서 되게 기분 좋았어요.
‘Tear Drop’이 서정적인 곡인데, 감정 표현할 때 어려움은 없었어요?
영빈 저는 얼굴에 힘을 빼면 슬퍼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이번 활동에서 이점이 되었죠. 입꼬리가 처졌나? 그래서 사람들이 ‘어, 쟤 우나?’ 할 때가 있어요.
인성 저는 번갈아 손동작 하는 안무에서 틀려버려서. 하하. 표정은 세상 슬프게 지어야 하는데, 안무를 틀리는 바람에 혼란이 왔죠. 그래서 깨달은 건 실전에서 잘해야 한다는 거.
인성과 영빈에게 찬란했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인성 되게 많은데. 최근에 기억에 남는 순간은 <킹덤 : 레전더리 워> 마지막 녹화날이요. 그날 우리 SF9이 팀으로서 많이 가까워졌다는 걸 느꼈어요. 제일 가까운 사이지만, 유독 그날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마지막 무대를 마치고 뒤로 도는 순간 SF9에게 새로운 문이 열린 것 같았죠. 그 순간이 좋았어요. 팀으로서가 아닌 개인으로서도 많이 성장했고요. 컴백 준비도 자신 있게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판타지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었어요.
영빈 인성이 말대로 그 순간에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추고 있는 3절 후렴이 끝나면 완전히 끝이구나.’ 엔딩 포즈 하고 뒤돌아 걸어나가는데 기분이 묘했어요. 다른 팀들과의 경쟁이기도 했지만 자신과의 경쟁이기도 했어요. 제가 잘못하면 팀 전체에 피해를 주니까요. 그래서 모두 부담감이 컸을 거예요. 그걸 이겨내는 것 또한 경쟁의 일부였기 때문에, 멤버들에게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반면 되돌아가 결말을 바꾸고 싶은 순간도 있나요?
영빈 저는 생각이 많은 타입이라, 떠올려본 적 있어요. ‘이날로 돌아가면 어떨까.’ 근데 지금이 저는 좋아요. 실패했던 나도 그냥 나니까요. 그때로 돌아가 바꾼다고 해도 제가 만족스러운 삶을 살진 않을 거예요. 또 다른 실패를 맛보고 또 다른 내가 되어 있겠죠. 무엇보다 당시로 돌아갔을 때 SF9이 되어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지금이 좋아요.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면 무조건 데뷔 후?
인성 멋진 대답이다.
영빈 왜냐하면 SF9으로서 더 잘하고 싶어요. 인성 저도 동감해요. 팀의 목표치에 한계를 두지 않는 건 중요해요. 꿈은 많고, 현재를 만족하긴 어려우니까요. 저, 갑자기 생각난 건데 중학교 3학년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당시에 투피엠 선배님들이 하셨던 모히칸 스타일이 유행이었는데, 그걸 하고 다녔어요. 근데 뿔테 안경 쓰고 그 머리를 했단 말이죠. 당시엔 내가 정말 멋있는 줄 알았어. 하하하. 그때 중계동 은행 사거리 쪽에 살았는데, 모히칸 헤어에 하이톱 신발, 형광색 옷을 입고 사거리를 걸어다녔지. 그때로 돌아가 말해주고 싶어요. ‘그만둬라, 그렇게 하지 마라’라고. 다 추억이 되는 거죠.
영빈 그때 자신감이 지금의 인성이를 만들었죠.
인성 유행하는 건 다 해본 것 같아.
영빈 맞아. 교복 바지는 항상 6통.
운명을 믿어요?
인성 운명이 있기는 한가 봐요. 신기하게 다시 만나게 되는 인연이나 상황이 있어요. 가수가 된 것도 정말 우연찮은 계기로 시작하게 됐거든요. 그냥 그날따라 그곳에서 그 행동을 하고 싶었고, 지금의 제가 되었죠. 하지 않아도 되는 행동인데 이상하게 이끌려 예측 못 한 결과도 낳게 되더라고요.
영빈 인성이 말에 정말 공감하는데, 그래서 운명을 안 믿어요. 왜냐하면 내가 바꿀 수 있잖아요. 내 미래는 지금도 바꿀 수 있거든요.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고, 바꾸고 싶으면 그렇게 만들면 되죠. 운이나 운명은 없지 않을까요?
인성 득도한 느낌인데?
영빈 그래서 실패해도 아쉬움이나 타격이 없어요. 간절히 원했지만 노력을 안 해서 실패하면 빨리 인정하는 편이죠.
요즘 새롭게 발견한 게 뭐예요?
영빈 스포티해진 내 모습이요. 옷도, 시계도 요즘은 캐주얼한 것보단 스포티한 걸 찾아요. 그리고 닭가슴살! 식단 관리하면서 몸이 변하는 걸 보니까 새로워요. 내가 이렇게 변할 수 있다고? 하하하.
인성 저는 휴대폰 녹음기요. 최근에 경연 프로그램, 컴백 준비 때문에 노래 연습을 해야겠더라고요. 텔레비전에 블루투스 연결하면 노래방 MR을 틀 수 있거든요. 틀어놓고 녹음해서 들어봐요. 내 목소리를 더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어요.
향이 좋아요. 무슨 향수 써요?
영빈 향수 좋아하고 많이 갖고 있어요. 사람들이 저와 제일 잘 어울린다고 했던 향수는 톰 포드 오드우드예요. 100mL를 두 번째 쓰고 있으니까, 꽤 오래 쓴 거죠.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다른 걸 뿌려요. 운동 갈 때는 디올, 비 올 때는 마크 제이콥스의 레인을 뿌립니다. 향이 좋은 사람은 호감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금방 친해질 수 있어요.
인성 영빈이는 향수 되게 좋아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샤프란 케어 뿌려요. 향수 잘 몰라요. 하하하.
서로의 어떤 점을 가장 사랑해요?
인성 영빈이는 믿음직스러운 친구예요. 누구나 챙겨 받고 싶은 순간이 있잖아요. 그런 날 항상 함께 해주는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의지할 곳이나 그저 친구가 필요할 때, 영빈이가 함께했더라고요. 그래서 단지 친하다고 하기보단 신뢰가 기반이 된 관계라고 생각해요. 제가 어려워하는 부분은 영빈이가 해주기도 하고요. 섬세한 스타일이 아니어서 놓치는 부분을 영빈이가 잡아주죠.
영빈 저는 인성이에게 부러운 점이 많아요. 부모님이 항상 ‘마음 부자가 되라’고 하셨는데 인성이가 그래요. 예스맨 같아요. 인성이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줘요. 모든 사람이 느끼더라고요. 제가 요즘 꽂혀 있는 게 인간의 심리인데, 마음이라는 게 고치기 어렵더라고요. 인성이는 넓은 마음을 이미 탑재하고 있는 게 부러워요.
인간 심리에 꽂히게 된 계기가 있어요?
영빈 어느 순간 타인에 치우친 삶을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어요. 타인의 시선을 생각하고 의식하더라고요. 그 계기로 저를 되돌아보게 됐어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부터 시작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찾았죠.
인성 친구로서 영빈이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리더라는 직책을 맡고 있고, 첫 댄스팀의 리더이자 아홉 명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중요한 자리에 있는 게 스스로에게 큰 부담이었을 거예요. 알게 모르게 압박이나 시선을 의식했을 거예요. 그래서 스스로를 찾아가는 영빈이 모습이 너무 좋아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힘든 순간을 어떻게 극복해요?
인성 무너졌다는 걸 인정하는 게 극복하는 방법이지 않을까요? 실수도 멘탈이 무너지는 원인 중 하나죠. 실수했더라도 ‘실수했다’는 사실에 사로잡히면 다음 도전에도 지장이 가요. 회피하지 않고 인정하는 게 이롭다고 생각해요.
영빈 오히려 일적으로 힘든 건 극복하기 쉬워요. 근데 정말 견딜 수 없는 건 인간관계 같아요.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빨리 내 인생에서 배제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해요. 계속 붙잡고 있다간 나만 힘들거든요. 그리고 나를 갉아먹는 생각은 하지 않으려 해요.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치 않으니까요.
10주년을 꿈꿔본 적 있어요?
인성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요즘 드는 생각은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겠다는 거. 더 오래오래 보여줄 수 있는 게 많겠다. 왜냐하면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게 너무 많아요. 다 하려면 당장 10주년이 아니라 20, 30주년이 될 수도 있어요.
영빈 벌써 6년이나 흐른 걸 보면 10주년이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다행히 멤버 모두 각자의 열정과 목표치가 뚜렷해서 10년은 가볍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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