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GEOMETRIC KNIT
시린 계절을 나기 위한 단 하나의 아이템을 뽑자면 단연코 도톰한 니트다. 셔츠와 터틀넥 니트와 레이어링하기에도, 코트나 패딩 등 어떠한 아우터의 이너로도 자연스레 어울리니까. 이번 시즌의 니트 트렌드는 더없이 명확했다. 복고적인 기하학 패턴과 오버사이즈 실루엣을 더하는 식. 에르메스는 앙리 마티스가 떠오르는 원색 프린트를 넣었고, 디올 맨은 아티스트 피터 도이그와 협업한 니트를 내놓았다. 오버사이즈 하면 빠질 수 없는 라프 시몬스는 자신의 첫 프라다 쇼에서 트레이드마크를 여과 없이 발휘했다. 무엇보다 이번 시즌의 니트는 밝고 대담한 색을 사용한 것이 주목할 포인트.
② TEENY TINY BAGS
최근 몇 년간 남자 가방 트렌드에서 신선한 기류였던 미니 백이 작금의 사태를 맞아 더 앙증맞아졌다. 활동 반경이 줄어든 요즘, 기본적인 필수품만 휴대하도록 디자인된 것. 우영미와 OAMC는 크로스로 메는 방식을 연출했고, 에트로와 펜디는 목걸이처럼 착용하는 등 각양각색 작은 가방이 다수 등장했다. 불필요한 것은 빼놓고 휴대폰과 지갑을 비롯한 손 세정제와 마스크 등 필수품만 지니도록 시대에 맞춰 실용성을 택한 변화다.
③ CITY SKIER
올겨울도 많은 사람들이 스키를 타러 갈 수 없을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슬로프가 아닌 일상에서도 입는 스키복을 닮은 옷들이 등장했는데 만듦새가 꽤 그럴싸하다. 도톰한 패딩 및 퀼팅 소재 팬츠는 물론, 실제 스키복처럼 단열성 높은 방수 원단과 고어텍스를 사용한 팬츠 및 아우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 우영미처럼 부츠를 매치하거나 드리스 반 노튼처럼 로퍼를 신으면 슬로프가 아닌 도심 속 스키어 룩이 연출 가능한 셈.
④ EXTRA SHORTS
패션에서 계절을 구분하는 건 고리타분하다는 듯 이번 가을·겨울 옷장은 포근한 소재의 버뮤다 팬츠로 채우는 게 좋겠다. 유수의 브랜드가 상의는 따뜻하게 여미는 반면, 하의는 다리를 훤히 드러내며 양말과 레그 워머에 힘을 실었다. 그중 발군의 스타일링을 자랑하는 건 캐시미어 쇼츠와 레그 워머를 활용한 드리스 반 노튼. 이외에도 가죽, 누빔, 울 등 계절감이 느껴지는 다양한 쇼츠가 런웨이를 채웠다. 앞서 언급했듯 겨울 쇼츠 스타일링의 포인트는 레그 워머와 양말의 활용이다.
⑤ NEW TAILORING SUIT
유독 남성복에서 큰 변주가 없던 수트.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작은 파동을 보였다. 돌체앤가바나는 오버사이즈 수트 재킷에 지퍼를 달아 해체주의를 표방하는가 하면, 우영미는 큼지막한 벨트를 재킷 위에 감쌌고, 드리스 반 노튼은 재킷 안에 우아한 셔츠를 매치했다. 백미는 프라다였다. 다양한 색상의 자카르 패턴 보디 수트에 소매를 롤업한 재킷을 입어 신선함을 더한 것. 평이했던 수트 트렌드에 잔잔한 변화를 볼 수 있는 시즌이다.
⑥ VARIOUS TRENCH COAT
가을의 상징 격인 트렌치코트에 소재와 실루엣, 스타일링의 변주가 가득했다. 가죽에 일가견 있는 보테가 베네타, 절개를 넣은 와이 프로젝트, 혁명가 뎀나 그바살리아의 큼지막한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에 쿨한 스타일링을 더한 발렌시아가 등. 그럼에도 트렌치코트 본연의 클래식한 스타일도 유효했다. 이를테면 루이 비통이나 펜디, 그리고 견장과 플랩 등 디테일이 살아 있는 버버리의 코트.
⑦ WINTER BOMBER JACKET
지난 시즌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셋업 스타일 보머 재킷을 연출했던 프라다는 시린 계절을 대비해 볼륨감을 강조한 도톰한 가죽 소재 재킷을 내놓았다. 드리스 반 노튼은 누빔 소재를 사용한 보머 재킷에 쇼츠와 레그 워머를 더한 귀여운 스타일링을 연출했다. 지난 시즌보다 보머 재킷을 선택하는 데 운신의 폭은 좁아졌지만, 계절에 초점을 맞춰 코트와 패딩의 훌륭한 대안이 될 전망이다.
⑧ PAJAMA PARTY
이번에도 재택 시대에 부합한 룩이 유효했다. 다양한 형태의 파자마 파티가 펼쳐졌는데 우아함 혹은 편안함으로 나누어졌다. 전자는 기품 있는 실크 파자마에 호피 무늬 가운으로 존재감을 더한 톰 포드, 후자는 폭 안기고 싶은 따듯한 색감의 니트 셋업을 제시한 프라다가 좋은 예시다. 이외에도 파이핑 디테일이 돋보이는 디올 맨, 에스닉한 패턴을 수놓은 드리스 반 노튼과 흰 눈을 닮은 순백색의 어 콜드 월 등 다양한 파자마 스타일링이 등장했다.
⑨ POSH WELLIES
무릎 가까이 올라오는 승마 부츠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작년까지 주를 이뤘던 날렵하고 뾰족한 부츠는 자취를 감췄고, 투박하고 클래식한 승마 부츠가 등장했다. 토즈는 고무를 사용해 부러 장화의 느낌을 더했고, 질 샌더는 매끈한 가죽으로 고전미를 살렸다. 재기발랄하게 아웃솔에 포인트 색상을 넣은 로에베도 돋보였지만, 기수 모자를 쓰고 걸어 나오는 구찌의 모델들이 가히 압도적이었다. 검은색과 갈색 가죽은 물론 GG 로고를 대담하게 넣어 정체성을 표명한 것까지.
⑩ GLEAM LEATHER
가을·겨울 트렌드를 논할 때 가죽을 빠뜨리면 어딘지 허전하다. 이번 시즌에는 매끈하게 윤이 흐르는 가죽 코트가 정답이다. <매트릭스>가 떠오르는 GMBH의 코트부터 방종한 카사블랑카, 전통적인 실루엣의 로에베와 큼직한 단추를 단 프라다의 가죽 코트도 빼놓을 수 없는 스타일. 번지레 흐르는 광택을 보고 있으면 견고한 가죽의 계절이 왔음을 깨닫는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