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후 방송 촬영 등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들었다. 피곤하겠다.
방송이나 예능 등 촬영을 하느라 어제 오랜만에 운동을 했다. 방송 촬영할 때는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운동을 다시 시작하니(웃음), 운동이 제일 힘들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그 힘든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해 금메달을 땄다. 축하한다. 개인적으로 세웠던 목표를 잘 이뤘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솔직히 세계 랭킹 1위다 보니 심리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인 욕심을 많이 버리려 했다. 그 덕에 개인전이 끝나고 심리적으로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고, 단체전에 몰입할 수 있었다.
단체전에서 마지막으로 피스트에 올라 금메달을 따냈다. 경기장에 오를 때 어떤 생각을 했나?
가끔 자신이 없을 때 ‘지면 어쩌지?’ ‘잡히면 어쩌지?’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면 대부분 지곤 했다. 도쿄 올림픽 결승전 당시 시합에 너무 집중했다. 덕분에 복잡한 생각이 내 머릿속을 사로잡지 않았다. 내가 이 경기를 마무리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피스트에 올라가 내 게임을 뛰는 거다’란 생각만 했다. 단체전 포인트가 아닌, 그냥 내가 상대로부터 얻고 잃은 포인트가 몇 대 몇인지에만 단순하게 집중했다.
이번 올림픽은 많이 달랐다. 선수들이 메달과 상관없이 올림픽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상욱 선수는 어땠을까? 결과 상관없이 그냥 즐길 수 있었을까?
솔직히 난 그러지 못했을 거 같다. 세계 랭킹 1위다 보니 메달을 딸 확률이 높았다. 기대도 많이 받았다. 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웃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육상의 우상혁 선수를 개인적으로 안다. 고향이 같고,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다. 이번에 그 친구가 경기를 하는 모습을 봤는데 너무 멋있었다. 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즐긴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데… 우상혁 선수 너무 보기 좋았고, 최고였다.
한국이 펜싱 강국이 된 건 참 놀랍다. 도대체 어떤 노력이 있었나?
런던 올림픽 선배들이 길을 잘 닦아준 덕분이다. 그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모든 걸 알려줬다. 운동뿐 아니라 생활적인 부분까지 그들의 생각과 노하우 모두를 전해줬다. 그 당시 그 선배들은 펜싱계에선 신 같은 존재였다. 조언 하나하나가 우리에겐 감동으로 다가왔다. 런던 올림픽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시스템 그리고 운동 노하우 등 그들이 만들어놓은 것에 우린 숟가락만 얹은 거다. 그 형들이 다 했다.
네 명의 샤브르 펜싱 선수들이 똘똘 뭉쳐 이런 결과를 냈다. 샤브르 팀에서 김정환, 구본길, 김준호, 이렇게 세 명은 오상욱에겐 어떤 존재인가?
우리 넷을 마라톤 선수로 치면 페이스메이커 같은 존재다. 누군가의 페이스가 확 떨어지면 다른 세 명이 끌어준다. 특출하게 한 명이 앞서지 않고, 넷이 단단히 함께한다. 서로에게 믿음을 주는 믿음직한 동료들이다.
아직 나이가 어리다. 김정환 선수를 보면, 오상욱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횟수가 여전히 많이 남은 듯하다. 앞으로 어떤 목표를 세우고 운동을 계속할 계획인가?
칼을 잡고 피스트에 섰을 때 몸이 잘 만들어졌다는 판단이 서면 자신감이 생긴다. 이럴 땐 시합에 졌다 해도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 이번 올림픽에서 아쉽다고 생각했던 건, 연습할 때 생각을 더 많이 했다면 더 큰 자신감으로 시합에 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졌을 때 뭔가 게임의 내용이 좋지 않았다. 더 깊게 분석과 생각을 했어야 했다. 이런 게 좀 아쉬웠다. 앞으로 준비를 더 잘해,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즐길 줄 아는 마인드를 가지는 게 앞으로의 숙제인 거 같다.
런던 올림픽 이후 펜싱 강국이 되었지만, 올림픽이 끝나고 몇 달 지나면 다시 비인기 종목이 된다.
맞다. 그게 아쉽다. 선수 생활을 끝마치고 나면 펜싱에 대해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 선수로 뛸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서… 우선 펜싱 국가대표로서 펜싱의 저변을 확대하고 더 알릴 수 있는 결과를 내는 것에 열과 성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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