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 브랜드가 스케이트보더에게 하는 후원은 간단하다. 물건이나 돈을 주는 것. 후원을 받는 스케이터는 지원받은 관련 용품을 알차게 누리면 된다. 브랜드는 이를 통해 홍보 효과를 얻으며 공생하는 관계다. 스폰서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플로(Flow), 아마추어(Amateur), 프로 스케이터(Pro Skater). 플로와 아마추어는 관련 용품만 후원받는 스케이터이고, 프로는 해당 브랜드 소속으로서 월급 혹은 연봉과 비슷한 개념으로 지원금도 받는다. 프로 중에서도 출중한 실력과 개성으로 명성을 얻은 스케이터는 브랜드와 협업 제품을 발표하기도 한다. 나이키- 에어 조던과 같은 형태로, 나이키의 폴 로드리게스(Paul Rodriguez)와 협업한 SB 덩크 ‘P-로드’가 좋은 예다. 25년 역사의 스케이트 슈즈 반스 ‘하프캡(Halfcab)’은 전설적인 스케이터 스티브 카발레로(Steve Caballero)와 협업한 시그너처 슈즈다. 컨버스 또한 자체 스케이터 팀을 운영하고 신발 ‘컨스(Cons)’를 비롯해 스케이트보딩 라인을 만들어 판매한다.
이런 활동이 모여 스케이트 신과 밀접한 브랜드와 스케이터의 관계는 문화로 확장된다. 스케이트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중 가장 세계적이고 규모가 큰 브랜드 반스는 각종 행사를 개최하며 지역과 로컬 스케이터를 위한 일을 벌이고,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고 스케이트보딩 데이(Go Skateboarding Day)’는 하루 동안 프로 스케이터는 물론 스케이트를 좋아하는 일반인까지 함께 즐기는 행사다. 그 외 우승자를 가리는 대회도 있고, 스케이트는 물론 서브 컬쳐와 음악까지 포괄하는 세계적인 이벤트 ‘하우스 오브 반스’도 있다. 스케이트 브랜드의 관련 행보 중 스케이터들이 가장 열광하고 기대하는 건 관련 영상 콘텐츠일 것이다. 스케이터라면 누구나 멋진 트릭과 스타일을 갖춘 유명 스케이터의 영상을 보고 영감을 받고, 꿈을 키우기도 한다. 영상 속 주인공의 실력뿐 아니라, 그의 패션, 배경 음악, 촬영한 지역의 분위기도 주목한다.
반스, 나이키, 컨버스 등 대형 브랜드도 스케이트 필름 콘텐츠를 자주 공개한다. 스케이트 비디오 중 클래식으로 꼽히는 윌리엄 스트로벡(William Strobeck)이 촬영한 슈프림의 ‘체리(Cherry)’처럼 신에 큰 영향을 끼친 콘텐츠도 있다. 한국에서는 함량 높은 스케이트보드 매거진 <데일리 그라인드>의 편집장 조광훈의 스케이트보드 필름 시리즈 ‘몽타주(MONTAGE)’가 한국 스케이터들의 고유한 매력을 담아, 국내외 스케이터들에게 귀감이 됐다. 스케이트보드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지역 스케이트 숍과 규모는 작지만 힘 있는 브랜드도 빼놓을 수 없다. 먼저 뉴욕에는 슈프림이라는 걸출한 숍도 있지만, 레이버(Labor)라는 로컬 스케이터들이 열광하는 멋진 숍도 있다. 스케이트 숍은 로컬 스케이터를 후원하는 것은 물론, 이 문화의 허브 역할도 자연스럽게 병행한다. 국내에는 팀버샵, 팔팔 스케이트 숍, 워스트 스케이트 숍을 비롯한 근사한 숍이 더러 있다. 단순히 스케이트보드 관련 장비만 판매하는 게 아닌, 관련 의류나 서적 등 문화를 소개하는 편집숍이라 이해하는 게 더 적합하다. 또한 스케이트 숍은 현재 스케이트보더와 신의 트렌드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폴라, 마젠타, 올아니서트, 다임, 쿼터, 브론즈 56K와 같은 개성 뚜렷한 관련 의류 브랜드가 스케이터들 사이에서 주목받았다.
그런 스케이터들의 패션과 트렌드는 문화 곳곳에 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17년 <쇼 미 더 머니 6>에 출연한 래퍼 우원재의 상징과도 같은 비니와 의류는 전형적인 스케이터 룩이었고, 유행처럼 번졌다. 나이키와 반스의 스케이트보드 스니커를 신은 사람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최근 프라다는 21 S/S 리네아 로사(Linea Rossa) 캠페인 영상을 스케이트파크에서 촬영해 화제였다. 스케이터이기도 한 미국의 유명 래퍼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크루와 동명인 골프왕(Golf Wang)이라는 의류 브랜드를 운영 중이며,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와 협업하는 등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처럼 스케이트보드는 거리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됐다. 스케이트보드 문화는 다른 유명 문화처럼 관련 영상과 콘텐츠를 통해 우리에게 다양성을 경험하게 하는 것 아닐까? 단순히 스케이트뿐 아니라, 패션, 음악, 영화를 비롯한 전반적인 문화를 아우른다. “저는 스케이트보드가 자유로움의 상징 중 하나라고 봐요”라는 조광훈 편집장의 말처럼.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