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거 르쿨트르는 6월 16일부터 7월 4일까지 서울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그랑 메종의 워치 메이킹 사운드 예술을 기념하는 <사운드 메이커(The Sound Maker)> 전시를 진행했다. 예거 르쿨트르의 본질이자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차임 시계의 본고장 스위스 발레 드 주의 자연의 소리를 기념하는 전시. 이를 위해 예거 르쿨트르는 소리의 본질을 기리고 시험하는 작품을 선보이는 아티스트 지문과 함께 ‘사운드 스컬프처’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당신은 어떤 아티스트인가?
스위스 베른에 거주하며 음악과 미술 두 분야를 아우르는 아티스트다. 설치 미술과 공간 관련 작품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내 작품을 구성하는 소재는 기계 시스템으로 활성화되어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렇듯 공간적·음향적·시각적 측면을 모두 담고 있는 내 작품은 종종 ‘사운드 스컬프처’나 ‘사운드 아키텍처’와 같은 용어로 표현된다.
당신 역시 ‘The Sound Maker’가 아닌가. 당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소리는 어떤 것들일까?
난 개개인의 적극적인 참여, 관심사와 배경을 바탕으로 내 작품에 대한 해석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를 위해 작품을 제작할 때 최대한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한다. 나는 관객이 관찰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관객 스스로가 주변과 자신에 대해 질문하고 많은 생각을 하길 바란다. 제목을 매우 기술적으로 짓고 사용된 소재만을 설명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리’라는 소재를 작품화하게 된 계기가 있나?
어릴 적부터 다양한 악기를 경험했다. 작곡을 하기도 하고, 밴드에 소속돼 연주도 했다. 한편으로는 낡은 제록스 복사기와 페인트 또는 아날로그 사진을 실험하면서 시각적 질감과 활동을 탐색하기도 했다. 20대 초반 기계 시스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멀티 채널 사운드 시스템을 실험하고 공간에 퍼져 있는 여러 스피커를 위한 곡을 작곡했다. 그 당시 나는 주로 종이 소리와 같은 물리적 재료로 미리 녹음된 소리를 사용하여 작업했다. 미니멀한 접근 방식과 사고방식에 눈을 뜨면서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가장 즉각적인 사운드를 생성할 수 있는 방법에 집중했고, 그것을 위해 기계 시스템 실험을 시작했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설치 미술에 시각적 텐션과 소리와 공간을 융합하게 된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당신 작품의 기계적인 움직임은 ‘시계’의 메커니즘과 흡사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금속으로 구성되어 있고 기계적인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워치 메이킹과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완전히 다르기도 하다. 정확성이 매우 중요한 워치 메이킹과는 반대로, 내 작품의 경우 약간의 차이와 미세한 부정확성이 시각적·음향적으로 조화로운 유기적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을 구상하기 위해 예거 르쿨르트 공방을 방문했다고 들었다. 그곳에서의 어떤 부분이 이번 작품에 어떻게 적용되었나?
우선 이번 작품은 소형 DC 모터, 핸드밴딩 와이어, MDF 패널 및 매우 얇은 금속 디스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디스크들은 음원 역할을 하기 위해 예거 르쿨트르에서 받은 워치 메이킹 부품들이다. 와이어는 모터의 회전축에 연결되며, 이로써 매우 얇은 금속 원반이 바닥에 떨어지는 동전처럼 움직인다. 거의 2천 개의 금속 디스크가 비슷하게 움직이며, MDF 패널과의 마찰을 통해 소리가 발생한다. 모든 모터에 동일한 전류가 공급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모두 동일한 속도로 회전한다. 그러나 금속 디스크 위에 놓인 모든 와이어는 일일이 사람이 손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각각의 와이어는 미세한 차이가 생기며, 이로 인해 금속 디스크의 회전도 전부 달라진다. 일부는 패널에 평평하게 붙어 있고, 일부는 더 빠르게 회전한다. 이것은 복잡한 개성을 만들고, 각각의 요소들은 고유의 특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소리는 매우 복잡해지고 미세 구조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만든다. 자연의 소리와 비슷하게 다시는 정확하게 동일한 소리를 내지 않는다.
나지막한 사운드를 무한정 듣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미세한 소리 체계들이 만들어내는 복잡성이 잘 펼쳐질 수 있는 소리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그 소리들은 때로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자연의 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예를 들면 바람, 물, 비에서 나오는 소리. 아마도 이러한 이유로 당신의 마음이 편안하게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
앞으로도 계속해서 내가 하고 있는 사운드 예술 분야를 개척해나갈 거다. 소리는 내 작품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벌써 이 영역에서 일한 지 20여 년이 되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소리라는 우주 속에 이제 막 진입한 사람처럼 항상 새롭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현재도 미래도 계속해서 이 영역을 공부하고 탐구하고자 한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