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출신이라고. 서울 온 지 얼마나 됐나?
2019년 말에 왔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을 때다.
첫 번째 믹스테이프를 발표했을 때 맞나?
그렇지. 2019년 수능을 몇 달 앞두고 입시를 과감히 포기했다. 음악대학 입학 전형에 맞춰 내 창작물을 평가하는 게 충격적이었다. 교수님들은 정해진 무드에 어울리는 멜로디, 코드, 악기만 허용하며,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틀린 것으로 치부한다. 그래서 입시를 포기했고 교수님들이 ‘극대노’할 음악을 선보이고 싶어 첫 믹스테이프 <이큐에이터>를 냈다. 협소한 음악 세계에서 탈출하고자 배설하듯 만들었다.
머드 더 스튜던트의 음악은 추상적이고 복잡한 소리를 낸다. 기계음이나 기괴한 효과음도 들린다. 거칠고 날것의 느낌을 좋아하나 보다.
그 어떤 것도 리듬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비트가 소위 ‘쿵치딱치’잖아. 이게 곧 킥, 스네어, 하이햇으로 구성되는데, 그 구성을 해체시키거나 생뚱맞은 소리로 대체해도 리듬이 만들어질 수 있다. 우리 조상들만 해도 ‘덩기덕쿵더러러러’로 리듬을 창작했다. 마음 가는 대로 비트든 음정이든 일단 넣고 보는 거다.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것’, 이 시대 음악을 표현하는 말일까?
젠지 세대 음악이나 예술 작품의 매력은 ‘근본 없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힙합 골든 에라를 경험하지도 않았고, 1980~90년대 록 전성기를 살아본 것도 아니다. 근본이 없는 세대다. 그래서 오히려 다양한 장르를 융합시키고, 허물고, 실험해볼 수 있다.
갑자기 들이닥친 팬데믹 시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면 공연 없는 현실은 슬프지만 오히려 연습 기회로 여긴다. 곧바로 무대에 뛰어들었다면 아쉬움이 컸을 거다. 공연에 대한 갈증은 방구석에 처박혀 음악 창작으로 해소하는 중이다. 그리고 산얀 형이 이런 말을 했었다. “K-팝이 점령하고 있는 이 시기에 네가 한국에서 음악 하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음악에 어떤 철학을 담나?
사랑 노래를 남녀의 사랑에 국한해 쓰고 싶지 않다. 사랑의 주체와 대상은 무엇이든 될 수 있으니까. 믹스테이프 앨범 <머드>에도 LGBT 철학을 담았다. 사랑의 가치를 누릴 수 있는 건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하며, 비단 사랑이 아니더라도 모든 주제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그 철학이 반영된 노랫말이 있나?
가사에서 꽉 막힌 존재는 ‘아빠’로 표현하는데, ‘이 씬은 아빠가 보면 안 돼, 그만해’라는 가사는 정형성을 따르는 고리타분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내 음악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랑이든, 사운드든, 어떤 것이든 틀을 깨고자 하는 게 내 가치관이기 때문이다.
‘이기 팝’ 좋아한다며, 이외에도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는 누군가?
너무 많은데! 이번 EP 앨범은 1980~90년대 인디록 사운드에서 영향받았다. 1980년대 인디 밴드 ‘다이노소어 주니어’에게 특히. 거친 사운드에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듯한 보컬이 특징인데, 듣는 순간 그 시대가 피부로 느껴진다. 밴드 ‘페이브먼트’도 좋아한다. 리듬과 음정이 엉망진창인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보컬도 대충 부른다. 그게 매력이다. 말하고 보니 내가 1980~90년대 인디록의 조악한 매력을 좋아하네.
EP 앨범 <필드 트립>에는 어떤 내용을 담았나?
사회 초년생이 겪는 혼란을 다양한 내용으로 풀어냈다. 처음 서울 올라와 겪은 설움과 상처를 녹였다. 지금까지 만든 앨범 중 가장 솔직한 앨범이다.
왜 상처받았나?
내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고 무시하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사운드클라우드에 믹스테이프를 만들어 올릴 때는 되도록 긍정적이고 환상적인 곡만 담으려 했다. 그런데 서울에서 온갖 핍박을 당한 후엔 긍정이라는 강박을 버리고 마음에 담아둔 걸 그대로 쏟아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나온 곡이 ‘쥐락’이다. 언젠가 우주비행사들의 가속도 훈련 영상을 봤는데 그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버티려면 1G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9G에 도달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훈련 도중 의식을 잃어버린다. 그 상태를 ‘쥐락’이라고 칭하는데, 마치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패닉 온 사회 초년생의 모습 같아 차용했다.
<필드 트립> 속 다른 곡들도 ‘쥐락’과 같은 맥락인가?
다섯 곡이 세 갈래로 나뉜다. 방구석에 갇혀 있던 히키코모리가 아빠 차를 끌고 세상으로 나오면서 ‘오프로드 잼’이 시작되고, 그 히키코모리가 점차 사람들을 만나는 내용이 ‘필드 트립’이다. 실제 내 모습을 투영했다. 두 번째 갈래 ‘셰퍼드 보이’에서는 미성년 딱지를 뗐음에도 결코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피터팬 증후군에 걸린 아이를 그렸다. 그리고 앞서 말한 ‘쥐락’이 시작되고, 사회 초년생이 패닉 상태로 헤매는 내용을 그린 ‘7654’로 막을 내리며 결국 비극에 도달하고 만다.
이전에도 ‘바밍 타이거’와 함께했지만 ‘머드 더 스튜던트’라는 이름을 내걸고 앨범을 선보였는데,
사람들을 정말 잘 만난 것 같다. 바밍 타이거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첫 EP 앨범도 냈겠다, 지금 가장 사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일까?
집에 스피커가 없어 매번 헤드폰으로 작업한다. 좋은 스피커 하나 마련하고 싶다.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 적 있나?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데?
많은 사람에게 영감이 되고 싶은데, 한 번 ‘슥’ 하고 지나가는 수준이 아닌 “머드 더 스튜던트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고, 틀에 박힌 사람에서 탈피해 나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됐고 나는 다시 깨어났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영감을 주는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
머드 더 스튜던트라는 세계는 어떤 곳일까?
틀 없고 자유분방하며 꼰대 물리치는 세계.
꿈이 뭔가?
그래미 어워드 수상. 근데 내가 그래미 어워드 수상하면 진짜 완전 멋있을 것 같다. 우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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