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안이라고 하나요? 눈빛이 강렬해요.
그런 말 많이 들어요. 남들이 무섭다고 하지만 저는 제 눈을 좋아해요. 강하게 메이크업했을 때 센 느낌도 좋고요.
무대 위에서도, 프로듀싱할 때도, 작은 몸에서 어떻게 그런 에너지가 나올까 싶을 때가 있어요.
항상 나답게,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해서 작아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하려고 해요.
사실 (여자)아이들보다 솔로로 먼저 데뷔했죠. <Windy>는 2017년 데뷔 싱글 ‘젤리’ 이후 첫 미니 앨범이에요.
맞아요. 이번엔 팀의 리더로서도 아니고, 연예인 전소연으로서도 아닌, 인간 전소연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작업했어요. 저는 늘 말해요. “바람처럼 살고 싶다”고. 어디로든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자유롭게 살고 싶거든요. <Windy>는 제 또 다른 자아인 ‘윈디’가 하고 싶은 이야길 하는 앨범이에요.
윈디는 어떤 친구인가요?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20대, 패스트푸드점 ‘윈디스 버거’에서 알바를 해요. 바람처럼 살고 싶고 열정 넘치는 아이죠. 이 앨범을 준비하며 또래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제게도, 친구들에게도 매일매일 드라마처럼 자극적으로 살고 싶다는 열망이 있더라고요. 안정보다는 자극이 우리를 움직이는 거죠.
‘자극’이라는 말을 긍정적으로 쓰네요?
지금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말이에요. 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엔터테이너잖아요. ‘야, 이 노래 자극적이다’라는 건 꽂힌다는 거고, 당연히 칭찬이에요. 이젠 노래도 영상도 5초는 길어요. 3초 안에 보는 사람을 사로잡아야 해요.
치열하게 살죠?
네. 욕심이 많거든요. 하나에 꽂히면 한 달 내내 그것만 해요. 그런데 한번 막히면 아무것도 못해요. 아까 일로 통화하는 거 들으셨죠? 완벽주의가 심해서 뭐 하나 삐끗하면 집중이 안 돼요. 이번 솔로 앨범에선 하나부터 열까지,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다 관여하고 있거든요.
앨범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전 과정을요?
네. ‘윈디’라는 콘셉트부터 비주얼, 프로듀싱, 뮤직비디오 콘셉트, 마케팅 과정에서 어떤 날에 어떤 콘텐츠를 선공개할지, 전략에 대해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어요. 많은 분들이 고생해주시는 걸 알았고, 많이 배웠죠.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있어요?
그냥 제가 직접 해야 속이 편해요. 내 일에 대해서는 남탓하고 싶지 않아요. 차라리 내 생각대로 하고선 안 되더라도 제가 책임질 몫이죠. 저 고기 엄청 잘 굽거든요. 고깃집 가면 누가 구울지 눈치 보는 상황이 싫어서 고깃집 알바하던 친구한테 배운 거예요. 제가 집게를 드는 게 편한 거죠. 게다가 내 일에 대해서는 남 탓하고 싶지 않아요. 제 생각대로 하고 안 되면 그건 제가 책임질 몫이죠.
이번 솔로를 위해 전소연 팀이 꾸려졌다면서요?
같이 일하고 싶은 팀원들을 직접 섭외했어요. ‘저 언니랑 하고 싶어요’ 이런 식으로. 하하. 단톡방도 있어요. 저와 직접 소통하며 일하니 그분들도 더 애착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티저부터 이미지, 영상, 뮤직비디오, 무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콘텐츠가 한 사람이 프로듀싱한 것처럼 일관적이에요. 소통이 잘된 결과죠.
어떤 사람들에게 러브콜을 보냈어요?
직급이 다 달라요. 사원도 있고, 팀장도 있고,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분도 있고. 하지만 우리 팀은 수평적이에요. 경력이나 직급보다 그 사람이 낸 아이디어가 중요하죠.
사람들이 전소연과 일하는 건 어떻다고 해요?
고집 세다는 말 많이 듣는데, 맡길 때도 있어요. 스타일리스트가 “이 귀걸이 할래요, 저 귀걸이 할래요?” 하면 “언니가 좋은 걸로 주세요” 라고 하죠. 저보다 전문가니까. 전 관계에 있어서 트러블을 잘 안 만들어요. 신경 안 쓸 것 같죠? 되게 신경 써요. 그런데 할 말은 해야 하니까 균형을 잘 잡죠. 오늘 함께 온 팀 언니와도 일할 때 나 이게 좋아, 난 이게 좋은데? 하면서 맨날 싸우는데, 밤에는 사적인 이야기로 한참 통화하면서 풀곤 해요.
되게 어려운 걸 잘하네요.
제가 균형을 잘 잡는 건, 손해 볼 만큼 깊은 관계를 맺지 않고, 배신당할 일도 만들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엄마는 늘 “만약 누군가에게 돈 빌려줄 일이 생기면 차라리 준다 생각해라. 주면 내 것이 아니라 여겨야 해”라고 말씀하셨어요. 마음도 똑같아요. 마음을 줬으면 그건 더 이상 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이 가지고 가버려도, 배신이라 생각하지 않거든요.
전소연의 자신에 대한 믿음은 어디서 와요?
제 감을 믿어요. 원래는 의구심이 있었어요. 제가 하고 싶다 해서 다 맞는 건 아닐 테니까. 그런데 회사 대표님이 “소연이는 감이 있는 것 같으니까 네 감을 믿어봐라”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게 이유가 될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죠. 돌이켜보면 항상 제 마음 가는 대로 했을 때 결과가 좋더라고요. 하하.
<Windy> 앨범은 패스트푸드 가게 메뉴판 같은 앨범 패키지가 무척 귀엽던데요.
세상에 앨범은 너무 많잖아요. 뭔가 하나를 해도 재미있고 특별했으면 했어요. 팬들이 예쁜 ‘윈디 버거’ 패키지를 받아봤으면 했죠. 왜 햄버거였냐면, 회사에서 “윈디가 도대체 뭐야”라고 물었을 때, “윈디는 일단 패스트푸드 좋아해요. 그런데 돈이 많지 않아서 알바를 할 거예요. 윈디 버거집에서 알바를 하면 어떨까요?”라고 답하면서 버거 집 디자인이 탄생했죠.
마지막 트랙 ‘Is this bad b****** number?’에선 이영지, 비비와 함께했어요. 지금 가장 핫한 여성 아티스트들이 모인 트랙이라 무척 기대돼요.
의미 있고 재미있는 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원하고 사람들도 원하는 것. 제가 원하는 건 멋있는 여성 아티스트들과의 합동 작업이었어요. 이 신에서 가장 ‘허슬’하고 색깔이 뚜렷하고 각각 개성이 다른 셋이 모였다고 하면 꽤 자극적이지 않아요? 하하. 이 셋이 아니면 이 노래는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처음부터 셋을 염두에 두고 쓴 곡이거든요.
전소연한테 ‘허슬’하다는 건 뭐예요?
열심히 일한다. 열심히 생산한다. 그냥 멋있기만 한 것보다는 계속해서 노력하고 작업물을 보여주는 사람이 좋아요. 그런 면에서 영지님은 정말 멋있죠. SNS를 통해서 자기만의 다양한 콘텐츠를 쏟아내잖아요. 비비님도 정말 부지런한 분이고요.
그렇다면 ‘허슬’하지 않은 건?
‘척’하는 거. 멋있는 척, 있는 척. 그런 거 되게 싫어해요.
전소연은 늘 음악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보여요. 굉장히 콘셉추얼하고 선명한 콘셉트를 지향하죠.
명확한 이미지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프로듀서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 하고 싶은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거든요. (여자)아이들의 경우는 대중이 우리에게 보고 싶은 게 뭘까, 어떤 이야기를 우리만이 들려줄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콘셉트보다 중요한 건 인간이에요.
인형놀이는 아니었으면 한다는 건가요?
맞아요. 아무리 콘셉트가 먼저라도 우리는 사람이고 싶어요. 이 친구들을 봤을 때 어디엔가 정말 살아 있을 것 같은 느낌, 실제로 어디에선가 놀고 있을 것 같은 애들이 무대에 있길 바라요. 그런 걸 염두에 두고 콘셉트를 짜요.
최근 메타버스와 가상 아이돌에 대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야심이 대단하잖아요. 당신도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캐릭터로 이루어진 K/DA로서 노래하고, 무대 위에 섰고요.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로서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요즘 이것에 대해 진짜 많이 생각하는데, 저는 언제나 사람이고 싶어요. 인간적인 감정을 노래하고,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 무대에 서길 바라요. (여자)아이들에게도 항상 사람의 감정을 입혀주고 싶어요. K/DA는 저라는 사람이 게임 캐릭터를 연기하며 무대에 서는 거잖아요? AI의 목소리가 아니라 캐릭터를 사람이 연기한 거니까 재미있고 좋았어요. 게임과 음악 간의 콜라보였고요. 하지만 가상 가수에게 이입한다는 건 저로선 좀 어려워요.
언젠가 AI가 감정을 갖는 세상이 오진 않을까요?
너무 무섭다. 하하. 하지만 ‘난 AI여서 인간처럼 사랑할 수 없어’라고 감정을 토로하는 단계가 되면 이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가사가 좋아서 음악을 들을 때가 많아요. 노래를 들으며 이 사람이 어떤 감정으로 어떤 생각을 했구나, 이입하며 듣거든요. 하지만 아직까지 어떤 것도 인간을 대신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서는 것과 프로듀싱하는 것, 어떤 게 쾌감이 큰가요?
무대에 서는 것도 짜릿하지만, 제가 프로듀싱한 프로젝트가 전체적으로 잘 나왔을 때 쾌감이 엄청나죠. 무대 위의 전소연도 제작자 전소연의 마음을 이뤄주기 위해 열심히 하는 거고요.
다른 뮤지션의 곡을 프로듀싱해볼 생각도 있나요?
너무 하고 싶고, 진짜 열심히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곡만 주는 건 싫어요. 전체적인 콘셉트까지 함께 만들어서 주는 제작자가 되고 싶어요.
굉장한 워커홀릭이지만 때론 놀고 싶지 않아요?
저 원래 올해부터는 놀려고 했거든요. 파티도 다니고 클럽도 가보고. 그런데 코로나19가 심각해지기 전 파티에 딱 한 번 가봤는데, 도망쳐 나왔어요. 재미없어서. 그렇게 놀고 싶었는데 막상 가보니까 제가 파티를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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