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호이어 앰배서더가 된 소감은?
태그호이어를 애용하고 좋아한다. 브랜드와 앰배서더로서 인연을 맺게 되어 무척 기쁘다. 도전과 혁신의 상징인 태그호이어가 호기심이 많고 도전하길 좋아하는 나와도 닮은 것 같다. 이 만남이 시너지가 되었으면 한다.
태그호이어 브랜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시계에 관심 있다면 누구나 좋아할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디자인과 성능 퀄리티가 훌륭하니까. 이번 화보를 함께한 아쿠아레이서는 도전하는 탐험가들을 위한 시계라고 얘기를 들었다. 기능 면이나 디자인 면도 마음에 들고, 아쿠아레이서와 함께 액티비티를 즐기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나저나 유튜브 채널 <유연석의 ‘주말연석극’>에서 보니 자주 캠핑 다니더라. 다른 것보다 클래식 오프로더 차량이 눈길을 끌었다. 연식이 어떻게 되나?
랜드로버 디펜더 110인데 열선 시트도 있는 2012년식이다. 요즘 차처럼 전자장치가 많은 건 아니다. 대부분의 기능이 수동이다. 수동 조작을 좋아해서 구입한 차량인데, 도심에서 주행하기는 불편하다. 회전반경도 엄청 커서 왕복 6차선에선 유턴하기 힘들다. 왕복 8차선 정도는 돼야 한 번에 유턴할 수 있을 정도로 회전반경이 크고 불편한 차량이다. 그 불편한 맛에 타는 거지만.
오프로드 주행을 좋아하는 분들은 대체로 모험심이 강하더라. 유연석도 모험을 즐기는 편인가?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안 해본 것, 가보지 않은 곳,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하는 욕심도 있다. 그래서인지 평소 안 하는 것, 시간 내서 해야 하는 것들을 찾아서 도전한다. 주변에서는 그런다. 바쁜데 굳이 시간 쪼개서 그런 걸 하냐고. 궁금한 것들은 직접 체험해보는 편이다.
주변에서 바쁜데 그런 걸 왜 하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나?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쉬는 것도 휴식의 일종이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내게는 휴식이다. 도시를 벗어나 안 가본 곳을 찾아가고, 평소 하기 어려운 것을 체험하는 것. 몸은 피곤하겠지. 그래도 정서적으로는 순화되는 지점이 있다. 한편으로는 일탈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모험을 떠나는 게 쉼의 일종이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에 머무는 것은 일탈이 되기도 한다. 또 드넓은 자연을 마주하다 보면 경이로움을 느낄 때도 있다. 때로는 그 경이로움에 매혹되어 도시를 떠나게 된다.
그렇다. 해외에 나가면 낯설면서도 거대한 자연환경과 광활한 풍경에 압도될 때가 있다. 그럴 때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 국내에서도 평소에는 도시에서만 생활하니까. 계곡이나 강이 흐르는 곳을 찾아가게 된다. 산에만 가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웃도어 환경을 체험하는 게 좋아서 캠핑을 한다거나 오프로드를 달리게 된다.
그런데 오프로드 주행은 꽤 어렵지 않나? 오프로드 주행에 맞춰 세팅한 차량은 일상에서 타기에도 불편하고.
위험한 코스를 다니진 않는다. 그저 포장이 안 된 산길을 달린다든가, 바닥이 고르지 않은 노면을 다니는 정도다. 바위 타고 오르는 사륜구동 차량으로 세팅하진 않았다. 그 정도 코스를 가고 싶은 욕심도 없고. 예전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사막을 달린 적은 있다. 아주 친한 친구가 그곳에 있어서 놀러 갔는데, 간 김에 함께 사막을 달렸다. 거기서 언덕도 좀 올라가봤고.
라스베이거스 인근 사막이면 데스밸리 아닌가?
지명은 기억나지 않는데, 오프로드 주행 코스가 몇 곳 있었다. 우리는 사륜구동 차량을 타고 오프로드 코스를 다녔는데, 누군가는 바이크를 타고 돌아다니기도 하더라.
포장된 도로를 지나 흙길에 접어들면 확실히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기분이 든다. 동시에 내가 처한 복잡한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도 들고.
물론이다. 그리고 약간의 스릴도 느껴진다. 편한 차를 타다가 일부러 불편한 차를 운전해 고생스러운 길을 찾아가는 과정. 또 내가 목표했던 코스를 완주하고 복귀할 때의 만족감. 그런 것들이 느껴지더라. 다시 편안한 차를 타면 그 부드러운 승차감이 너무 좋아진다.(웃음)
무더운 계절이다. 요즘도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나?
지금은 촬영 때문에 너무 바쁘다. 촬영 전에 친구들과 자주 캠핑을 다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원 제한에 맞춰 4인 이하로만 다녀야 했고, 캠핑 가서도 방역 수칙을 따라 조심해서 즐겨야 했다. 선선해지면 다시 캠핑 좀 다녀야겠지.
요트로 세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나, 바이크로 대륙 횡단을 하는 열정적인 모험가들은 모험 과정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모험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왜 모험을 한다고 생각하나?
예전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요트를 탄 적이 있다. 이틀째 되던 날 밤 망망대해에 떠 있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암흑 속에서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더라. 멍 때리게 된다고 할까. 아무 생각 안 들고, 무섭더라. 바다에 이정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레이더에만 의지해야 한다. 어두워서 앞이 보이질 않으니 요트 불도 꺼야 한다. 내 배가 밝으면 부표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해역에는 양식장이 많아서 그물을 많이 쳐놓는데, 바다에 부표를 띄워 그물이 있는 지역임을 표시한다. 요트 프로펠러에 그물이 걸리면 위험하기 때문에 부표가 있는지 잘 확인하면서 항해해야 한다. 실제 우리는 요트에 그물이 걸려서 항해를 멈춘 순간도 있었다. 다행히 밧줄을 끊고 빠져나가긴 했지만. 어쨌든 요트를 타고 바다를 횡단한다는 건 대단한 모험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없이 일하고, 예능 프로그램 촬영하다가 문득 암흑 속에서 멍하니 있다 보니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보게 되더라.
작품마다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배우의 숙명 또한 모험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작품은 만날 때마다 늘 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우들 중에는 자신과 잘 어울리는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완성해가고자 하는 분들이 있고, 매번 색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려는 배우들이 있다. 나는 후자에 가까워지려 노력한다. 낯선 인물이 되어보고자 새로운 캐릭터를 찾고 도전한다. 기존 작품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도 나만의 일관성이 묻어나긴 하더라. 그래도 계속해서 새로운 역할에 도전할 생각이다. 그래야 한다. 내가 제안받는 캐릭터는 어느 정도 비슷한 면이 있다.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형화된 이미지가 아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변주를 시도하지만 쉽진 않다. 달라지고자 노력할 뿐이다. 때로는 정말 도전이라 느껴지는 캐릭터도 있다. <강철비2: 정상회담>의 북 위원장도 상상해보지 못한 이미지였고, <새해전야>에서 외국어를 구사하면서 연기한 것도 도전이었다. 매 작품이 모험이고 도전이다.
모험가들은 말한다. 모험을 통해 자신을 발견한다고. 배우도 그럴까. 연기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까?
나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내 안의 다른 인물을 찾으려고 한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오래 갖기보다는 작품 속 인물에 대해 더 고민한다. 그는 어떤 인물일까? 의문을 갖고 인물에게 다가간다. 그 과정이 일종의 모험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새로운 인물을 발견하는 모험이다.
지금 유연석의 모험을 꼽으라면 연기일까?
그렇다. 연기는 내가 가장 오랫동안 꾸준히 해오고 있는 모험이다. 작품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대본을 받을 때마다 모험하는 기분이 든다. 배우로서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모험이 그렇다. 최종 목적지만 있을 뿐 어떻게 가야 하는지, 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다.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연기도 그렇다. 작품에서 캐릭터를 만나고 캐릭터를 연기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고, 또 배우마다 다르다. 연기가 모험이라면, 그 최종 목표는 관객의 감정을 끌어내는 것이다.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까. 정답은 없고, 방법은 많다. 드라마의 매회 대본을 읽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사실 유연석 하면 캠핑 얘기를 언급해야 한다. 캠핑 장비를 소개하는 영상을 봤다. 그중에서 가장 애정하는 장비는 뭔가? 하나만 자랑해보자.
제일 희귀한 건 내 차다. 다들 내 차에 관심이 많더라. 처음에는 서핑 다닐 생각이었다. 동해에서 서핑하는 게 꿈이거든. 그래서 차 지붕에 루프랙을 설치했는데, 아직 한 번도 서프보드를 싣지 못했다. 또 이 차는 캠핑에 최적화됐다. 아주 단순하거든. 어디든 갈 수 있고, 수동 기어라서 운전도 재밌다.
오프로드에 특화된 차니까. 운전하다가 비 오길 바랄 때도 있겠다. 길이 험해야 더 재밌지 않나?
눈 올 때 참 좋다. 사륜구동이라 하얀 눈밭을 다니는 게 재밌다. 겁날 것도 없고.
어느덧 데뷔 18년 차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면 세상 보는 시각도 달라질 것 같다. 직업의 영향을 받는달까?
관점이 변했다고 느낄 때가 있다. 새로운 물건보다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에 관심이 갈 때 그렇다. 요즘은 새로운 기기가 많이 생겨나고, 변화도 무척 빠르지 않나. 나에게 잘 맞고 오래 쓸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게 된다. 시계나 차가 그렇다. 옷도 오래 입을 수 있는 것을 선호하게 됐고. 내가 아날로그적인 성향이 있어서 그런 것도 같다.
그러고 보니 카메라도 라이카 M3를 사용하지 않나?
맞다. 완전 수동 카메라다. 디지털카메라도 많지만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좋아한다. 더 재밌거든.
손맛 나는 것들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손맛 좋다. 또 번거로움 속에서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결과물에 대한 즐거움이랄까. 결과물은 최신 디지털카메라보다 깨끗하진 않다. 하지만 필름 특유의 질감에는 따뜻한 감성이 담긴다. 그런 결과물을 얻는 재미도 있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과 달리 필름으로 찍은 결과물을 공유하기란 참 번거롭다. 현상하고 스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니까. 번거롭지만 내 시간을 아카이빙한다는 점에선 의미 있을 것도 같다.
정말 번거롭다. 에어드롭으로 전송하면 참 편한데, 사진을 인화해 액자에 담아 선물로 만드는 과정은 참 수고롭다. 그래서인지 받는 사람들이 좋아한다. 똑같은 사진이라도 휴대폰으로 전송하는 것과 액자에 넣어 주는 건 다르다. 받는 사람들은 선물에 담긴 정성을 느끼고, 그게 주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폴라로이드로 찍어서 선물하기도 했다. 즉석에서 바로 선물하는 재미가 있었다.
지금 호기심 갖는 주제는 뭔가?
요즘은 커피다. 얼마 전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촬영 현장에서 커피 내려서 제작진들과 배우들에게 한 잔씩 나눠준다. 직접 탄 커피를 선물하는 것도 나름 즐겁더라.
손으로 뚝딱하는 걸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이러다 목공까지 도전하는 거 아닐까.
이미 한 번 거쳤지.(웃음) 목공을 전문적으로 한 건 아니지만 만약 전원생활을 하게 된다면 진지하게 목공을 해볼 생각이다.
오늘 인터뷰 주제는 모험이니까. 모험하고 싶은 곳도 물어봐야겠다.
외국에 나가고 싶다. 안 가본 나라에 가고 싶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에 하와이를 가려다 못 갔다. 다들 너무 좋다고들 하는데, 아직 하와이를 못 가봤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꼭 하와이에 가보고 싶다. 거기서 도전해보고 싶은 해양 스포츠도 많고.
하와이에선 꼭 서핑에 도전하길 바란다.
꼭 하와이가 아니어도 좋다.(웃음) 해외여행하고 싶은 이 마음, 다들 비슷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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