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디 뮤지엄에서 열린 에르메스의 네 번째 헤리티지 전시 <에르메스, 가방 이야기(Once Upon a Bag)>에서는 다섯 개의 공간을 통해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방의 역사와 장인정신이 깃든 노하우를 감상할 수 있었다. 전시는 1910년 탄생한 ‘오뜨 아 크로아(Haut a Courroies)’ 백에서부터 시작된다. 승마용품을 담는 용도로 만들어진 이 가방은 승마문화에 뿌리를 둔 에르메스가 가죽 브랜드로 진출하는 전신이 된다. 이어지는 ‘에르메스 가방의 종류’로 이동하면 그야말로 에르메스 가방 아카이브를 한자리에서 만난다. 18세기 후반부터 오늘날까지 클래식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굵직한 모델들과 스토리텔링을 위한 공간으로 채웠다. 가방 디자인의 핵심적인 세부인 ‘잠금장치’를 위한 전시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
이곳에 전시된 베루 백과 모자이크 24 백 등을 통해 시계 부품만큼 정밀한 수준으로 제작된 걸쇠부를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이어지는 공간에 전시된 ‘유머가 있는 가방’ 컬렉션은 에르메스의 장 루이 뒤마 회장이 디자인한 1980년대 모델들이다. 위트 있고 정밀한 가죽 세공과 기발한 금속 장식으로 완성된 가방들이 쇼케이스 속에서 회전목마처럼 움직이며 에르메스의 창의적인 세계로 인도한다. 전시는 꿈과 상상이 현실로 된 가방들을 소개하며 마무리된다. 깃털로 장식된 켈리 플룸 백부터 상어 얼굴을 표현한 볼리드 45 샤크 트래블 백 등 작품에 가까운 비현실적인 가방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전시는 끝났지만 에르메스의 완전한 세계는 온전하다. 희귀하고 근사한 볼거리만을 늘어놓는 전시가 아닌, 공간을 통해 에르메스의 언어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소통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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