➊ 버지니 모르간드 Virginie Morgand
공원, 해변, 테라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주저앉아 그들을 관찰하고 곧바로 스케치 작업에 들어간다. 버지니 모르간드는 북적대는 군중을 그리는 걸 좋아한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관찰한다. 여름휴가를 보내는 동안에는 바다에서 영감을 찾는다. “해변의 심미적 요소를 사랑하고, 파라솔의 형태, 바다의 색감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풍경을 사랑한다. 내 작업물은 색감이 선명하고 음영이 과하지 않아 투명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인물의 움직임이나 물속에서의 모습을 그리는 게 더욱 유쾌하게 다가온다.” 그녀의 모든 작업은 스케치로부터 시작된다. 연필과 아크릴 마카펜으로 종이에 스케치한 후, 추가할 형태나 요소를 고른다. 명확한 요소와 방향이 정해지면 종이에 그린 스케치를 스캔하고 포토샵으로 텍스처와 투명도를 더하는 마지막 작업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을 바탕으로, 최근 그녀는 꽤나 고된 아트워크를 완성했다. “곧 선보일 작품에서 70명의 인물을 그렸는데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 이후에는 다이빙 플랫폼 위에 서 있는 수영 선수들을 그려보고 싶다.” 그녀는 평화롭고 에너지가 넘치는 터치가 담긴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고, 보는 이들에게 따뜻하고 즐거운 감정을 선사하길 고대한다.
➋ 로메인 피가로 Romain Figaro
프랑스 서부 해안에서 나고 자란 로메인 피가로는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해변에서 보냈다. 당시의 시간은 그의 인생에서 큰 파이를 차지했고, 해변에서 벌어지는 비현실적인 장면을 그리도록 이끌었다. “바다, 해변, 사구, 초현실적인 섬 같은 것들을 배경으로 한 그림을 그리는 건 마치 주마등이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오래된 꿈 또는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노는 것과 같은 행위다.” 로메인 피가로의 그림에 반드시 등장하는 요소들이 있다. 클래식 슈퍼카, 거대한 절벽, 바위, 건물이다. “바다 경치를 그릴 때 부가적으로 건축적인 요소를 집어넣는다. 혹은 디자인적인 오브제라든지, 인간의 손으로 창조한 걸 포함시키길 좋아한다. 반면 바위와 절벽에 초점을 두길 좋아하는 이유는, 바위나 절벽은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고 오직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상황이 탄생한다.” 바다 한가운데로 차가 떨어지거나, 해변에 차가 박혀 있는 엉뚱한 풍경을 묘사하는 그는 작품을 통해 꿈같은 시간을 선물하겠노라 말한다.
➌ 앨런 피어스 Alan Fears
앨런 피어스에게 바다는 특별한 장소다. “바다는 모험을 선사하고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긍정적인 힘과 행복한 시간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몇 년에 걸쳐 다양한 이미지를 모아왔고 수집한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작업한다. 흥미를 끄는 사진을 택하고 그 위에 새로운 사진을 얹는다. 기존의 장면에 새로운 장면이나 요소를 입힌다. 그런 다음 붓칠을 시작한다. 그래서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색감이나 자연, 사물을 덮고 있는 패턴이 초현실적이다. 앨런 피어스의 작품을 보면 그의 기분을 알 수 있다. “사물과 인물을 표현할 때, 영감을 잃을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이미지를 더욱 명확하게 만들기도 한다. 내가 어떤 기분이냐에 따라 그림의 판도가 뒤바뀔 수도 있다.” 야자수가 솟은 지면에서 롤러블레이드를 타거나, 모래성을 쌓은 채 환한 미소를 짓거나, 수영복을 입고 태닝을 즐기는 장면들이 담겨 있다. 모든 상황에는 그의 취향이 묻어나는 특정 도구들이 등장하는데, 이를테면 야자수, 미소, 수영복이 그것이다.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은 내게 항상 재미를 준다. 그래서인지 내 작업에 옷을 반만 걸친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식물과 나무 그리는 걸 좋아한다.” 작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바다라는 치유의 공간에서 편히 쉬듯 바라봐주길 바란다.
➍ 사만다 프렌치 Samantha French
사만다 프렌치는 어린 시절 미네소타 호수에서 여름을 보냈다. 그 기억을 꺼내 잠수하거나 헤엄치는 모습을 그린다. 피부에 반사된 빛의 굴절이나 물의 파동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그녀는 스스로를 ‘추상적인 페인터’라 소개한다. “물에 반사된 빛을 표현하면 작품에 추상적인 성격이 강해진다. 인물 피부 표면에 새겨지는 패턴과 피부색이 고르지 않고 페인팅마다 모두 다르다. 그 패턴들은 다른 모양과 색으로 변화하고 왜곡되기도 한다.” 물은 삶에 매우 중요하고, 끝없이 재생하는 자원이다. 물의 성질에 매료된 사만다 프렌치는 20년간 물에 관한 것들을 그려왔다. 장면, 상황, 물을 하나의 이미지로 결합하기 위해 거치는 과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진을 수천 장 찍어 레퍼런스로 활용한다. 이미지를 디테일과 함께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구아슈 기법을 사용한다. 섬세한 표현을 위해 연필로 스케치한 뒤 그 위에 덧칠을 반복하며 디테일을 더하고 뺀다.” 작업은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게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고, 받아들이는 방식은 모든 이가 다르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➎ 클라우스 크레머즈 Klaus Kremmerz
클라우스 크레머즈는 물은 자신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을 가졌다고 말한다. “바다는 요람 같은 곳이다. 우리는 물에서 왔고, 어쩌면 물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그의 작품은 간단명료하지만 힘이 있다. 다수의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색이 입혀진 것도 아니지만 자신만의 오묘한 색감, 그리고 하나의 사물이나 한 인물의 위치나 방향으로 그가 표현하고자 한 감정, 스토리를 느낄 수 있다. “특정한 앵글을 놓고 프레임화하는 작업을 추구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방식으로 바다 풍광을 포착하고 싶은 갈망이 늘 마음 한쪽에 자리해왔다. 바다의 형태와 함께 형성되는 음영에 대한 묘사 말이다.” 그는 자신이 몇 년간 생활했던 샌프란시스코의 해변을 사랑한다. 언젠가는 10월의 샌프란시스코 해변을 배경으로 희고 긴 수염을 가다듬으며 헐벗은 채 얼어붙은 물속에서 목욕하는 장면을 그림으로 연출하고자 한다. “우스꽝스럽거나 어딘가 익숙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에서 쾌감을 느낀다. 10월의 얼어붙은 물에서 목욕하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해변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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