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아웃사이더 성향이라 말한 적 있어요. 여전한가요?
일 없으면 밖에 잘 안 나가거든요. 기자님은 어떤 편이세요?
사람들과 어울리며 에너지를 얻는 편이에요. 그래서 아웃사이더라고 말하는 사람은 집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해요.
집에서 주로 대본을 외우거나, 배역을 위해 몸을 만들거나 해요. 제가 먹는 걸 좋아하거든요. 대식가이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날렵한 외모가 필요한 역할을 연달아 맡아서 더 안 나갔어요. 나가면 관리하기 힘드니까.
작품을 위한 자기 관리.
밖에 나가면 유혹이 많잖아요. 지인을 만나도 작품 활동 탓에 술 한 잔 못 마시면 미안하니까, 더 집에 있으려고 해요.
집돌이 성향과 별개로, 작년까지 이준혁은 SNS를 즐기지 않는 배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올해 2월, 공식 계정을 만들었죠. 이유가 있나요?
심경에 큰 변화가 생긴 건 아니에요.(웃음) 어느 시점에서는 SNS를 하냐 마냐 여부가 중요한 것 같지 않더라고요. 모든 게 디지털과 친밀한 시대잖아요. ‘일단 시작해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이었죠. 제가 SNS를 즐기지 않는 편이라 그런가?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긴 것 같지는 않아요. SNS를 처음 하거든요. 예전에 싸이월드도 안 했어요.
SNS는 취향이 드러나기 마련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팔로우 하는 두 계정 중 드웨인 존슨이 있다는 게 재밌었어요. 종종 존슨의 코믹한 이미지를 올리기도 했고, 다른 얼굴로 살 수 있다면 드웨인 존슨의 얼굴을 가져보고 싶다 말한 적도 있죠.
드웨인 존슨… 좋지 않아요?(웃음) 존슨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인데, 프로 레슬링 선수이기도 하고. 그의 SNS 계정을 보면 일상적이고 귀여운 포스팅이 많더라고요.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우는 많지만, 드웨인 존슨을 떠올리면 어쩐지 마음이 편해진달까? 한편으로는 취향과 맞닿은 사람 같고요. 다른 배우를 보면, 저도 연기자로서 영감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존슨은 편하고 유쾌한 느낌을 받아요. 그러면서도 저와 같은 일을 한다는 것도 재밌고요. 그리고 여러 의미로 대단한 사람이잖아요. 학창 시절에는 프로 레슬링 스타였는데,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무비 스타가 됐다는 것도 신기하고요.
준혁 씨도 배우로서 편안하고 유쾌한 걸 추구하나요?
추구한다기보다는, 제가 맡은 역할이나 출연작을 보며 대중이 느끼고 판단해주는 거라 생각해요. 사실 제가 드웨인 존슨을 좋아해도, 실제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잖아요? 제가 보고 생각한 거죠. 사실 뭐든 괜찮아요.
작년 <비밀의 숲>을 지나 <다크홀> 종영 2회가 남은 지금은 어떤 이미지인 것 같아요?
아… 그건 잘 모르겠어요. 팬들이 얘기하는 거나, 관계자가 얘기하는 게 다 다르기도 하고요. 요새는 타인이 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출연 중인 작품에 집중하는 편이거든요. <다크홀>을 본 사람이라면, 유태한의 인상을 받았을 거고, 다른 작품을 봤으면 그 이미지를 떠올리겠죠.
<다크홀>의 유태한은 경찰 출신이고 정의감 넘치는 렉카 기사예요. 한 인터뷰에서 유태한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MSG가 듬뿍 첨가된 제육볶음이라 했고요. 거칠고, 화끈한 면이 있어서 가볍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라며. 촬영을 마친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요?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아요. 작품에서 태한의 이미지가 편안한 면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봤을 때 편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있으니, MSG 듬뿍 들어간 제육볶음 같다고 말한 거예요.(웃음)
그럼 유태한을 동물에 비유하면 어떨까요?
러시아 불곰? 하하하.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니까, 빨간색이 떠오르기도 하고 얼마 전에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곰들이 밤에 쓰레기통을 뒤지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태한이라는 인물도 그 어디쯤 맞닿은 인물이 아닐까 생각해요. 쓰레기통을 뒤진다는 게 아니라, 곰처럼 자연 속을 누비며 살아야 하는데, 정서적으로 도시화되어 심적 방황을 겪는 것 같거든요.
유태한이 도시화된 인물이라.
태한은 평소 행동은 불도저 같지만, 본성은 착해요. 법도 지켜야 하고, 렉카 기사지만, 빨간 신호에 멈춰야 하는 것도 본성이 시키는 대로 한 거죠.
그런 유태한의 성향을 한눈에 보여주고 싶었나 봐요? “캐릭터를 맡으면 제일 먼저 의상으로 접근할 때가 있고 대사로 접근할 때가 있다. <다크홀>에서는 ‘유태한은 뭘 해도 될 것 같다’라는 믿음직한 이미지로 접근했다. 그래서 의상이나 헤어스타일에서 괴짜 같은 느낌을 내려고 했다”라는 말을 한 적 있어요.
대본을 받고 처음 생각한 건 포스터에서도 캐릭터의 성향이 잘 드러나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다크홀>이란 작품 특성상 세세하게 면면을 들여다보기보다는, 극이 사건 위주로 흐르니까, 한눈에 유태한이라는 인물의 특징을 표현하길 원했어요. 의상에도 성격이 드러날 수 있도록.
<다크홀> 촬영을 모두 마쳤고, 종영까지 2회 남은 지금, 유독 맘에 남은 대사나 장면이 있나요?
태한은 말이 많은 남자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냥 가!”라는 말처럼 툭툭 던지는 대사가 그다운 것 같아요. 솔직하고, 일단 앞으로 나아가는 거.
언젠가 “배우 일은 제게 마술 쇼 같아요. 모든 게 궁금하고 신기했거든요”라고 말한 적 있어요. 어느덧 데뷔 15년 차. <비밀의 숲> 동재와 <다크홀>의 태한을 지나온 지금도 여전히 그런가요?
그럼요. 마술사도 그렇겠지만,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니,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떤 기준으로 착하게 살아야 한다, 이런 게 아니라 모든 직업을 통틀어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게 최고의 마술인 것 같아요. 근본적인 삶의 태도 같은 거죠.
배우로서 더 해보고 싶은 마술 쇼가 있어요?
배우가 하고 싶다고 원하는 작품을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어떤 걸 원할 때 그에 맞는 작품이 와도 좋고, 오늘 촬영처럼 예상할 수 없는 순간을 맞닥뜨려도 좋아요. 다만 팀이 즐겁고, 제가 유용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어떤 걸 해보고 싶다기보다는요.
왓챠 어플로 영화를 2천여 편 보고 별점을 매길 만큼 자주 본다고요. 배우로서 영화를 보다가, ‘내가 저 캐릭터를 연기해보면 어떨까’ 생각한 적 있나요?
특정 영화나 드라마를 꼽기보다는 시대를 관통하는 공통의 관심사가 투영된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배우로서 참여하고 싶은 작품을 장르로 구분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장르 팬이 두터운 작품도 좋아요. 출연하고 싶은 작품을 장르로 구분하지 않아요. 관객과 시청자가 원하는 새로운 캐릭터가 있고, 제가 유용하게 쓰이길 바라요. 장르나 캐릭터는 상관 없어요. 많이 해보기도 했고요.
차기작은요?
특별 출연 예정인 작품이 몇 있고, 촬영을 마친 영화 <소방관>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그 외에는 당분간 좀 쉬려고 해요. 3년 가까이 휴식기 없이 일곱 작품에 참여했거든요.
쉬게 된다면 집에서 뭐하고 싶어요?
쉰다는 게 맘 놓고 푹 쉴 수 있는 건지, 예정된 작품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며 쉬는 건지, 간헐적으로 일이 있지만 쉬는 건지가 중요해요. 만약 맘놓고 쉴 수 있다면 집에서 감자칩을 원 없이 먹고 싶어요. 얼마 전에 트러플 감자칩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함께 있는 지인에게 농담 삼아 “은퇴하면 이걸 원 없이 먹을 수 있을까?” 얘기했다니까요.(일동 웃음)
못 살아요, 정말.
그랬더니 함께 있던 친구가 “네가 이렇게 행복해 보이는 건 처음 봤다”라고 했을 만큼 맛있게 먹었어요. 앉은 자리에서 네 봉지를 먹었어요. 당연히 은퇴는 농담이지만, 쉬게 되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어요. 오늘 촬영 오는 길에 유튜브를 보는데, 한 심리상담사가 그러더라고요. “스스로에게 보상을 줘라, 나 또한 하루에 맥주 한 캔과 견과류를 먹는다.” 저는 지금 그걸 못하고 있으니 더 간절한 거죠. 그래서 올해 안에 실험해보려고 해요. 트러플 감자칩을 많이 먹어도 살 안 찌고 부작용 없는 몸을 만들어 보려고요.(웃음)
작년에 한 인터뷰에서는 나초를 좋아한다고 말한 걸 봤는데, 올해는 트러플 감자칩이네요.
하하하. 이 느낌 모르실 거예요. 너무 맛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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