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준열은 환경 지킴이로 유명해요. 그린피스 홍보대사이기도 하고요. 환경 문제를 처음 인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여행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예전에는 멋진 건축물, 역사적 장소 등에 감흥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아프리카에 가서 대자연과 마주한 때부터 환경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사막이라는 공간을 처음 본 순간 그토록 아름다울 수가 없었어요. 한편으로는 슬펐어요. 우리가 이런 대자연을 잘 보존하고 잘 물려주자.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참 와닿았어요. 우리는 잠깐 머물다 가는 것이고, 지구라는 행성 자체는 억겁의 시간을 지나왔고 또 보낼 거니까요.
지금 제 앞에 플라스틱 컵이 두 개나 있네요. 그런데 이걸 아예 쓰지 않고 살기란 여간 어렵지 않거든요. 어디든 널려 있잖아요. 영화나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조차 말이죠. 그럼에도 류준열이 환경을 위해 행하는 작은 실천이 있을까요?
지금은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시지만, 에디터님도 분명 나름대로 환경보호를 위해 실천하는 일이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조명이 필요하지 않은 공간의 전등을 끈다든가, 면도할 때 수도꼭지를 잠근다든가. 이렇게 우리는 이미 환경을 생각하며 실천하고 있어요. 그러니 스트레스 받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꾸준히 실천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하나씩 챌린지를 하는 거죠. 실천하면서 불편함과 지속가능성을 느끼며 바꾸어 나가면 될 것 같아요.
<아레나>와 1년 2개월 전에 만나 인터뷰하면서, ‘사진을 많이 촬영했고 공개도 할 거다’라고 했어요. 그리고 전시회를 열었죠. 이제 류준열을 사진가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아요. 지금 당신에게 사진은 어떤 의미인지 말해주세요.
6년 정도 배우 활동을 하면서 알 수 없는 어떤 감정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세상과 잘 섞이지 못하는 것도 같고, 내가 배우인지, 류준열인지 정체성에 대한 생각들이죠. 이게 큰 문제는 아닌 건데, 그냥 고민이 따라다니는 듯했어요. 어떻게 이걸 해소해야 되나 싶던 차에 여행길에서 사진을 찍었죠. 그러면서 뭔가 뚫리는 기분을 느꼈어요.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조화로운 풍경을 포함한 다양한 이미지들이 있었어요. 그렇게 사진을 통해 내가 세상의 일부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고, 왜 그동안 세상과 섞이지 못한다고 생각했을까라는 의문의 답을 얻은 것 같아요.
그럼 류준열이 배우 일을 하지 않더라도 사진은 평생 가져갈 생각인가요?
그렇죠. 전 이게 진짜 좋아요. 2년 전에 잠시 휴식기를 가졌을 때는 정말 사진만 찍었어요. 그때만큼 행복한 때도 없었던 것 같아요.
카메라는 사진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요. 그리고 그 사진 속에는 어떤 순간의 시간이 기록되죠. 그 시간의 상징이 어쩌면 시계일 거예요. 그 시간들에 대해 류준열이 생각하는 가치 또는 사유가 있을까요?
삶을 살아간다는 건 스스로와의 싸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그저 운명과 부딪친다고 하면 승산이 없어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시간이라는 개념이 개입되면 내가 그걸 상대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요. 그 시간 속에서 스스로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으니까요.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표현될 수 있는 것들은 감정을 컨트롤한다든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들이겠죠? 막막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싸움이에요. 하지만 시간 약속을 잘 지키고, 스스로 시간을 한정해두고 그 속에서 뭔가를 하면 굉장히 어려운 시간이 상대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있어요. 아까 환경 이야기, 사진 이야기를 한 것 자체가 벌써 과거인 거죠. 류준열이 흘려 보낸 시간들 중에서 바로잡아야 할 것이나, 혹은 후회되는 것들이 있나요?
저는 가능하지 않은 일에 대해 언급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에요. 물론 후회되는 일은 있겠지만, 굳이 그걸 떠올리기 위해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것 같아요.
제가 지난번 인터뷰에서 무릎을 탁 쳤던 한 마디가 있어요. 여행에 대해 이야기한 때인데요. 당신은 ‘내가 마주한 하루하루가 여행이다’라고 말했어요. 그럼 지금의 류준열은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여행하고 있나요?
이 답변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어요. <외계+인>이라는 영화를 촬영하는 약 1년 동안 여행을 한 셈이에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게 계속 생각나니까요. 그 시간, 그 공간에 함께 있던 동료 배우, 스태프. 긴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같이 보낸 시간이 많았죠. 그렇게 그들과 함께 긴 여행을 한 느낌이에요.
오늘 우리는 짧은 시간이지만 환경, 사진, 여행이란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 것 같아요. 결국 우리 만남은 이번 IWC의 신제품 ‘빅파일럿 43’이라는 시계를 매개로 성사된 거예요. 시계를 꽤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오늘 촬영하면서 착용해본 시계의 느낌은 어때요?
이미 기존 빅파일럿을 가지고 있어요. 오늘 제품을 보니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딱 그만큼 정제해 담은 것 같아요. 지금 제 시계에는 뭔가 많이 들어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 제품은 초기 빅파일럿의 목적성을 잘 표현하면서, 깔끔하게 필요한 것만 보유하고 있는 듯해서 좋아 보여요.
이번 캠페인의 슬로건은 ‘마이 웨이(My Way)’예요. 배우 류준열은 자신의 길을 잘 걷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진짜 어려운 질문이네요. 잘 걷고 싶어요. 저뿐만 아니라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길을 잘 걸으려 애쓰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 같아요. 대신 얼마나 애를 썼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거고요. 그렇죠?
앞으로 류준열의 길이 어떻게 확장되길 원하나요?
결국 좋은 사람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쉽지 않은 일이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단지 좋은 사람이 되길 원해서만은 이루어지지 않아요.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들이 정말 중요할 듯해요.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계속 고민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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