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앨범 <BLOO IN WONDERLAND 2> 발매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매일 바쁘게 보내진 않았다. 앨범 준비는 작년 6월쯤 시작해서 이미 오래 전에 믹싱까지 완성했고 최근엔 화보 촬영 같은 사후 작업들을 진행 중이다. 이전 몇 달간은 뜻하지 않게 자가격리했다. 반려견 산책도 시키고.
첫 정규 앨범이니 의미가 크겠네.
그렇지. 준비 과정에서 어려운 건 없었다. 원래 내가 일을 복잡하게 만들거나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차분하고 편안하게 작업한다. 다른 아티스트들은 끊임없이 수정하고 만족하지 못하던데 난 좀 다르다. 일기 쓰듯 오늘 느낀 감정을 가사로 쓰고, 비트에 얹어 녹음하고, 믹싱 작업하면 끝. 다시 그 프로젝트를 가져와 재녹화하고 수정을 반복하는 타입은 아니다.
<BLOO IN WONDERLAND 2>는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나?
그냥 내 일상? 사랑에 대한 내용도 있고 평범한 내 하루들을 담았다. 책처럼 기승전결 없이 그때 그날들을 모았다.
블루가 있는 ‘WONDERLAND’는 어떤 곳일까?
EP 앨범 <BLOO IN WONDERLAND 1>을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본가 내 방에서 오롯이 홀로 작업했다. <BLOO IN WONDERLAND 2>도 작년 6월에 미국으로 날아가 혼자 만들었다. 누구의 개입도 없는 고요한 내 공간이 ‘원더랜드’다.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고 결과물들이 오로지 내 손으로 만들어지는 신비로운 나만의 공간인 거지.
‘다운타운 베이비’가 화려하게 주목받은 후 처음 선보이는 앨범이라 부담감도 있겠다.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팬들도 느낄 거다. 그렇지만 별 수 없지 않나. 명반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앨범 작업을 하지 않는다.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 내 모습 그대로 밀고 나가고 싶다. 어쩌겠나, 즐겨야지.
평소 대중의 피드백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타입인가?
그랬던 때가 있었다. 이를테면 초반에는 겁 없이 가사에 욕을 넣었다. 그런데 비속어가 포함되면 19금 딱지가 붙고, 성인 인증을 못하면 내 음악을 못 듣게 되니 피드백이 후두두 쏟아졌다. 이후 어느 순간부터 욕을 넣지 않게 되었다. 타협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내가 왜 타협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여담이지만, 사실 난 평소 욕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하하.
현재 블루의 고민은 뭔가?
어젯밤에 반려견 맥스가 오른발을 문 사이에 찧었다. 병원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이다. 오늘 아침에 보니 막상 또 잘 걸어다니더라.
촬영장에도 맥스를 동반하는 걸 보니 애틋한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지는걸?
요즘 내가 제일 꽂혀 있는 게 맥스다. 이제 막 8개월 차에 접어든 애기. 정말 순하다. 오히려 내가 분리불안을 앓는 중이다.
맥스 말고 또 꽂힌 게 있다면?
무언가에 좀 꽂히고 싶다. 이를테면 독서 중독, 운동 중독 같이 유익한 취미에 중독되고 싶다. 가끔 SNS를 보면 하루를 정말 바쁘게 사는 사람들의 피드가 뜬다. 아침 10시에 카페 가고, 오후 1시에 점심으로 오므라이스 먹고, 3시에 드라이브하고, 밤 9시에 뜬금없이 바다에 가 있더라. 이렇게 하루를 빡빡하고 알차게 보내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부럽기도 하고. 정신을 해치지 않는 활동에 꽂히기 위해 최근 운동을 시작했다.
블루를 자극하는 아티스트는 누굴까?
예전에 함께 작업했던 ‘니안’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 팬들이 ‘블루 감성’이라 부르는 나만의 몽환적이고 먹먹한 감성은 대부분 니안 형에게 영감 받아 만들어졌다. 한국 힙합을 거의 안 듣는데 유일하게 자주 듣는 아티스트가 니안 형이다. 특히 슬플 때 꼭 듣는다. 그 형은 진짜 과소평가됐다.
지금의 블루를 만들어준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
그렇지. 음악적으로 영감을 받았고 그 형의 믹싱 스타일을 거의 베낄 정도였으니까.
한국 아티스트를 제외하면 누구의 음악에 주목하나?
힙합보다는 팝을 자주 듣는다. 특히 빌리 아일리시의 음악을 좋아한다. 힙합은 인트로만 들어도 어떤 스타일인지 어느 정도 예상되지만 팝은 내가 모르는 장르라 오히려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팝 아니면 컨트리나 클래식, ‘쳇 베이커’ 같은 재즈 보컬도 좋아한다.
많은 뮤지션들이 본인이 하고 있는 장르는 피해서 듣더라.
맞다. 내가 하는 음악과 같은 장르의 음악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배워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 무의식적으로 같은 장르인 남의 음악을 따라가게 되고.
갑자기 느낀 건데 빌리 아일리시와 느낌이 비슷하네?
같은 ‘ㅂㄹ’ 돌림이다. 삼백안이 시그너처인 것도 그렇고. 하하.
블루는 현재 어떤 지점에 와 있나? 스스로 잘하고 있다 생각하나?
잘하고 있는 것 같고 스스로에게 만족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고, 돈도 많이 벌고 있는데 만족하지 못한 채 내가 제일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은 자존감을 떨어트리고 자신감도 갉아먹더라. 조급해 하지 않고 내가 지금 가진 것들에 만족하니까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잘하고 있다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끝없이 내게 되새긴다. 그래서 더 오래,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거운 고민은 어떻게 털어내는 편인가?
매니저 형에게 간다. 친구들과 모여 앉아 속얘기를 털어놓는 타입은 아니다. 친구들과 있는 자리에선 즐거운 얘기만 하려 하고, 진지한 고민은 나랑 제일 오래 붙어 있는 매니저 형에게 풀어낸다. 못 견딜 만큼 힘들면 오히려 혼자 있는 편이다.
블루가 아닌 김현웅은 어떤 사람일까?
김현웅은 사람 좋아하고, 함께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는 사랑이 그득한 사람.
김현웅이 원하는 이상적인 블루의 모습은?
원래 이름이 ‘배드 보이 루’였던 것처럼, 한 줄로 표현하자면 여자들의 이상형, 남자들의 워너비가 제일 이상적인 블루의 모습이다. 하하.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나?
여러 장르를 소화하는 아티스트들 있잖나. 어떤 옷을 입혀도 다 잘 어울리는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그냥 블루라는 장르가 있고 거기서 절정을 찍고 싶다. 내 체형에 맞는 옷을 잘 매치해서 입으면 충분히 잘 어울리니까. 자유롭게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 그게 블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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