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GT의 계보를 잇는 포르토피노 M은 편안하다. GT(Gran Turismo, 그란 투리스모)는 장거리 여행을 뜻한다. 굽이진 고속도로를 달리기도 하지만 시골 마을과 도시 주행에서 서행하기도 해야 한다. 어디로 갈지, 어떤 만남이 있을지 예상할 수 없는 게 여행 아니겠나. 포르토피노 M은 편안한 여행을 즐기길 권한다. 전작인 포르토피노는 페라리의 성공적인 GT 스파이더다. 이름은 같고 뒤에 M이 하나 붙었다. 여기서 M은 ‘변화(Modificata)’를 뜻한다.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성능과 기능의 변화도 있지만 생활의 변화도 담겼다. 포르토피노 M은 코로나19로 생산이 중단되었던 이탈리아 공장의 6월 재가동 이후 선보이는 첫 번째 신차다. 팬데믹으로 인해 잃었던 평범한 일상의 재발견을 상징한다.
포르토피노 M의 외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휠 아치 앞에 새로운 공기흡입구를 마련해 항력을 감소시켰고, 소음기가 제거된 배기 시스템을 장착해 간결한 뒷모습을 완성했다. 지붕을 여닫는 하드톱 방식인 것도 기존과 동일하다. 실내는 많이 다르다. 대시보드는 상단과 하단으로 구분되는데, 상단부가 얇아졌다. 상단에는 계기판과 송풍구, 보조석 터치 디스플레이가 있고, 하단부에는 중앙 디스플레이와 조작 버튼들이 배치됐다. 시트에는 통풍과 열선 기능이 적용됐다. 오픈톱 모델인 만큼 목 부분에 장착된 열선이 신선하다. 헤드레스트를 통해 감지된 공기 온도와 속도에 따라 열선 온도가 지속적으로 조절된다. 겨울에 지붕을 열고 달려도 덜 춥다는 뜻이다. 계기판은 중앙에 타코미터가 위치하고, 양옆에 TFT 디스플레이가 있다. 스티어링 휠과 동일선상에 위치해 고속주행 시 주행 정보나 속도를 보기 수월하다.
포르토피노 M이 편안한 건 사실이다. 페라리는 스티어링 휠 우측 아래의 레버로 주행 모드를 선택하는데, 포르토피노 M의 스티어링 휠에는 5개의 주행 모드가 탑재됐다. 차체 안정성과 제어에 중심을 둔 ‘웨트’, 일상 주행을 위한 ‘컴포트’, 역동적인 주행에 맞춘 ‘스포츠’, 주행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레이스’, 전자제어 장치 개입이 없는 ‘ESC-OFF’다. 컴포트 모드에 맞추면 승차감이 부드럽고, 운전대도 더 가볍게 느껴진다. 조금 과장하면 단단한 세단을 타는 듯하다. 과속방지턱이나 요철도 두렵지 않다. 운전대 스타트 버튼 위 가변식 댐핑 컨트롤 버튼을 누르는 순간 서스펜션이 부드러워진다. 말랑한 서스펜션이 노면의 충격을 완전히 흡수한다. 과속방지턱쯤은 충격도 없다. 감쇠된 댐핑은 약 5초가 지나면 다시 원 상태로 돌아온다.
레이싱 트랙으로 자리를 옮겼다. 포르토피노 M의 파워트레인은 기존 포르토피노의 3,855cc V8 터보엔진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20마력 향상된 620마력을 발휘한다. 분당 회전수를 5,000rpm 끌어올리는 스피드센서도 추가됐다. 기어는 새롭게 8단 습식 듀얼클러치를 탑재했는데, 터보랙 없이 가볍게 속도를 높인다. 구동력과 연료 효율을 기어에 맞춰 유연하게 조절하는 가변 부스트 매니지먼트도 적용했다. 최대토크는 77.5kg·m에 달한다. 8단 기어는 고단 기어가 자주 사용되는 도심 주행에 유용하다. 컴포트 모드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620마력짜리 엔진을 탑재한 포르토피노 M은 다루기 쉽다. 무슨 뜻이냐고? 페라리의 사이드 슬립 컨트롤 6.0과 페라리 다이내믹 인핸서가 차가 코너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해준다는 뜻이다. 사이드 슬립 컨트롤은 코너에서 차가 미끄러지는 각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차량을 제어하고, 페라리 다이내믹 인핸서는 각 브레이크 캘리퍼의 제동력을 조절해 차량의 좌우 움직임을 제어한다. 운전 실력이 부족해도, 제때 꺾고 제때 밟지 않아도 오버스티어 없이 코너를 빠져나간다. 믿음직하다.
포르토피노 M은 GT가 갖춰야 할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쿠페의 속도감과 스파이더의 여유를 제공하고, 일상에서의 편안한 주행과 서킷에서 남부럽지 않은 역동성도 골고루 보인다. 게다가 외형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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