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자판타
Martin Zapanta @martinzapanta
물안경 없이 바다 수영을 시도했던 날, 눈이 따갑고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맨눈으로 수영하는 것에 익숙해지려 했다. 그래야 바다의 일부가 된다고 믿었으니까. 마틴 자판타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스노클을 착용하고 바다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스노클에 물이 차올랐고, 마스크는 물이 샜다. 마틴은 당황한 나머지 익사할 뻔했고, 그 이후로는 배 위에서만 머물렀다고 한다. 그의 바다 수영 PTSD는 스쿠버다이빙 마스터인 친구 덕분에 사라졌다. 친구는 “공기와 탱크가 없다면, 그건 프리다이빙”이라고 했고, 마틴은 이후 프리다이빙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고 바다 깊은 곳으로 잠수한 사진들을 찾아보며 프리다이빙에 매료됐죠.” 현재 그는 수중 사진작가이자, 필름 메이커, 프리다이버로 활동하고 있다. 보홀과 팡라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필리핀 프리다이빙 강사이자 원톱 프리다이버다.
고래상어와의 스킨십
마틴이 찾는 다이빙 포인트는 보홀에 위치한 발리카삭섬(Balicasag Island)이다. 녹색 바다거북과 잭피쉬도 즐겨 찾는 섬이다. 바닷속에는 작은 동굴과 터널이 있어 촬영하기 좋다. 때로는 고래상어를 만날 수도 있다. 마틴은 몇 해 전 수면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고래상어를 만났다고 한다. 정확히는 고래상어가 마틴을 덮친 것이다. 당황한 마틴은 회색 피부만 보고 상어라고 생각했다. “적잖이 당황했죠. 하지만 흰 반점으로 보아 순한 고래상어였어요.” 마틴은 종종 고래상어를 만났다고 한다.
서서히 더 깊이
프리다이버가 갖춰야 할 자격은 다음과 같다. 마음을 편히 먹고, 자유로워지는 것. 수압에 적응하는 규칙적인 훈련도 필수다. 마틴은 목표 깊이를 정하고, 그 깊이에서 안정감을 느낄 때까지 반복 잠수하길 권했다. 편안해졌다면 깊이는 1m씩 천천히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깊이를 천천히 늘리다 보면 어느덧 자신감이 생기고 부상도 피할 수 있다는 게 마틴의 다이빙 지론이다. 그럼 프리다이버들이 두려워하는 건 무엇일까? “무모하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하지 않기에 두렵지 않습니다.” 마틴이 말했다. 점진적으로 깊이를 늘리는 것은 블랙아웃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고, 이는 단번에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프리다이빙에서 얻은 것
“물속에서 수면을 바라보면 눈이 아파요. 태양이 너무 밝거든요.” 마틴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잠수하며 상상한다. 물속에서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다면, 물속에서 숨 쉴 수 있다면…. 물속에 있으면 행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심도 있다. 그는 프리다이빙을 하며 해양 생태계와 환경 문제에 눈을 떴다고 한다. “평소에도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습니다. 환경 문제에 경각심이 생겼죠. 해양생물에 더 많은 관심과 마음을 쓰게 됐습니다.” 프리다이빙은 그의 숨은 재능을 깨우기도 했다. 수중 촬영이다. 마틴은 수중 촬영에 소질이 있음을 깨닫고, 수중 촬영가라는 직업도 갖게 됐다.
프리다이빙은 모험
마틴은 바닷속에서 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수중 아티스트라고 불러도 되겠다. 새로운 작업을 위해 그는 장소 헌팅을 다닌다. 차 타고 다니는 게 아니라 물속에서 헤엄치며 괜찮은 장소를 물색한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디프 다이빙을 통해 제 한계를 극복하고 싶어요. 목표에 도달했을 때 짜릿하거든요.” 마틴에게 프리다이빙은 모험이다. 해저의 아름다움을 찾아다니고, 자신을 발견해나가는 모험이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