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하니 어떤가. 기대와 다른가?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다. 하나씩 차근차근 도전하고 있다.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게 지금까지는 굉장히 즐겁다.
<펜트하우스>는 대형 드라마다. 단편과 독립 영화 작업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를 텐데.
이전에 하던 작업은 촬영장에서 제작진들과 함께 놀기도 하고, 촬영 마치면 함께 술도 마셨다. 지금은 조금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스스로 관리하게 된다.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건 언제였나? 언제 확신이 생겼나?
입시 준비 때였다.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매일 한 시간 반씩 버스 타고 연기학원을 다녔다. 하루도 안 빠졌고, 지각도 안 했다. 심지어 엄청 일찍 갔다. 한 번도 꾀부리지 않고 다닌 것에 나 스스로 놀랐고, 부모님도 믿고 날 응원해주셨다. 연기로 입시 준비를 하는 게 너무 행복했다. 학원에 들어가면 열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졌고, 그때 계속 연기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연기는 내가 가장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연기의 매력은 무엇인가?
정말 어렵다. 생각이 잘 안 풀리면 고민하는 과정이 고통스럽고, 맡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체력적으로 이겨내야 하는 어려움도 많다. 며칠을 준비해야 할 때도 있고. 그럼에도 카메라에 비친 내 새로운 모습을 보고, 나를 알아가면서 연기의 어려움을 하나씩 극복하고 발전하는 게 좋다. 그게 이 일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하면서 나의 다양한 모습을 알게 되었고, 연기할 때면 내가 자유로워진다.
연기하며 발견한 자신의 새로운 모습 중 가장 생소한 건 무엇이었나?
친구들과 어울릴 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려고 하지 않았다. 틀 안에 나를 가둔 거다. 대학에서는 새로운 분야를 배운다고 생각해 나를 내려놓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이 동기들이 보기에는 바보 같았나 보다. 맹하다는 소리도 듣고 놀림도 받았다.(웃음) 내가 좀 더 단순하게 살 수 있었고, 더 해맑았고, 자유분방한 걸 좋아하는 활달한 사람임을 깨달았다.
<펜트하우스>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하은별’ 캐릭터 첫 인상은 어땠나?
외로움이 많고 결핍이 심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서 있다고 느껴졌다. 포악해서 무서운 건 아니고, 가시가 따가워서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연기로 대학에 합격했고, 좋아하는 연기를 직업으로도 삼았다. 또 데뷔작이 흥행 드라마이기도 하고. 탄탄대로를 걷는 듯 보인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운이 들어왔으니 내가 더 열심히 해서 행운이 끝나지 않도록 잘 나아가야 할 테다. 거만하지 않아야 한다. 나 혼자 잘해서 되는 건 없다.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연기자는 자신이 가진 것을 끄집어내어 연기한다고들 하더라. 하은별은 불안한 정서가 돋보이는 캐릭터였다. 본인의 어떤 점과 닮았을까?
실제 불안감이 많은 편이다. 학교에서 에니어그램 검사를 한 적이 있는데, 불안을 많이 느끼는 6번 성향으로 나오더라. 그 이후로 불안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봤는데, 준비하면 되더라. 철저하게 사전 준비를 하면 불안하지 않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고 되뇌며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한다. 물론 은별이의 불안은 나보다 훨씬 높은 상태이지만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숨기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남이 본다고 하면 부끄러운 것 중 하나가 다이어리다. 매일 다이어리 앱에 스케줄을 강박처럼 기록하고 수정한다. 일정을 정리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머리가 복잡하면 정리하려고 한다. 머릿속을 정리하든 집을 정리하든.
즐겨 읽는 책에서 인상적인 문장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을 미리 했는데, 소설 <아몬드>를 가져왔다.
소설에서 달리기를 좋아하는 보라는 육상을 꿈꾼다. 그때 남자아이가 보라에게 달려서 뭐 하냐고 묻는데, 보라가 이렇게 답한다. “나한테 그건 있지, 살아서 뭐 하려고 하는 질문이랑 비슷해. 넌 무슨 목적이 있어서 사니? 솔직히 그냥 살잖아. 살다가 좋은 일 있으면 웃고. 나쁜 일 있으면 울고. 달리기도 마찬가지야. 1등 하면 좋고 아니면 아쉽겠지. 실력 없으면 자책하고 후회도 하겠지. 그래도 그냥 달리는 거야. 그냥 사는 것처럼. 그냥.” 나에게 하는 말 같아서 와닿았다. 과거에는 목적이 있어야만 하는 것 같았고, 거대한 무언가를 이뤄야만 할 것 같았지만 이제는 다가오는 하루하루를 받아들이며 지내는 게 좋다.
행복은 불안 위를 떠다니는 부표 같지 않나? 우리는 늘 불안하고 가끔 행복하다.
행복해도 불안하고 행복하지 않은 하루도 불안하다. 나는 불안한 사람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면 마음이 편하다. 불안하지 않으려고 무언가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생긴다.
최예빈은 무엇에 화가 날까?
어지간하면 말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문제를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서로 얘기해서 풀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대화하지 않으려는 상대의 태도를 보면 화가 나긴 한다.
그럼 오늘 가장 행복했던 것은?
화보 촬영한 거.(웃음) 화보 촬영이 너무 설레서 잠을 엄청 설쳤다. 네 번은 깬 것 같다. 오늘처럼 새로운 모습을 촬영하는 게 너무 좋다.
10년 뒤 자신에게 카카오톡을 보낸다면 뭐라고 하고 싶나?
10년 뒤면 34세다. “아마 촬영으로 바빠서 바로 연락을 못 볼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엄마는 더 젊어지시고 건강해졌다고 들었는데, 어머니 건강 잘 챙기고. 10년 뒤에 더 베테랑의 모습으로 현장에서 주변 사람들 챙기면서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지금의 내가 더 노력을 할게. 그리고 치킨 기프티콘 하나만 보내줘. 그 정도는 능력이 되겠지?”
최예빈이 가진 긍정의 힘은 불안에서 온다고 하면 될까?
맞다.(웃음)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