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진과 제이어스 둘이 화보를 찍은 건 처음인데 어땠나?
J 14년 지기와 추억을 만든 건 좋았지만 딱 붙어서 사진을 찍을 땐 좀 그렇더라.(웃음) 프로 의식을 발휘했다.
H 여태까지 보여드리지 않은 새로운 모습이라 좋았다! 제이어스가 포즈를 잘해서 부러웠다.
J 시안을 보고 어떤 표정과 포즈를 취하는 게 좋을지 고민해왔다.(웃음)
서서히, 하지만 꾸준히 올라왔다. 지난해는 <로드 투 킹덤>에 출연해 5위로 시작해서 최종 2위로 방송을 마쳤고 첫 음원 1위를 했다. 올해는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음악 방송 1위를 했고, 리패키지로 초동 판매량을 자체 경신했다. 소감이 어떤가?
H 굉장히 뿌듯했지. 우리는 ‘계단돌’이다. 차근차근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그룹.
J 그전엔 많이 두렵고 조급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는 빠르지는 않지만 천천히, 열심히 뛰어왔다. 빨리 뛰었다면 넘어졌을 때 더 아팠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천천히 오래 걸을 수 있고, 무언가에 부딪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근면한 모범생 같다. 나서진 않는데 끈기 있어서 은근히 독종이란 말을 듣는 학생 같달까.
H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한다. 말을 해놓고 이뤄내지 못하면 창피하잖아. 그래서 일부러 더 말한다. 나 이거 한다고. 난 쉬는 게 오히려 힘든 타입이라 연습실 아니면 숙소만 오가는데, 쉬는 날 회사 가면 멤버들이랑 마주치곤 한다.(웃음)
J 예전엔 연습하지 않으면 불안했는데 요샌 좀 덜하다. 밸런스를 찾아가고 있다.
팀이 아직 빛을 보지 못했을 때, 힘들 때면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나?
J 여기서 더 밑바닥이 어딨어? 우린 이젠 올라갈 일만 남았어. 힘들 때면 우리끼리 이렇게 이야기 나누며 단합했다.
H 힘들 때는 뭐라도 하면서 잊어버리려 한다. 가장 많이 한 건 팬들과의 소통이다. 공백기엔 개인 연습을 하며 일상적으로 브이라이브를 했다. 댓글을 보면 기분도 풀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둘이 팀의 리더를 맡고 있다. 또래라 팀 분위기가 수평적일 것 같은데 어떤가?
J 예전엔 나이가 비슷해서 많이 싸웠는데, 경험이 쌓이며 해결 방식을 찾으니 또래끼리 모인 게 팀워크에 도움이 되더라. 한 마디만 해도 서로 다 알아듣고 이해하는 경지다.
H 연습생 때는 진짜 많이 싸웠지.(웃음)
J 하루에 세 번씩 싸웠어.
H 내가 주로 옆에서 이야기 들어주고 중재하는 역할이었다. 얘한테 얘기 들어보고, 쟤한테 얘기 들어보고, “얘는 이렇대. 잘해봐”라고 하는.
J 내가 고집이 좀 있는 편인데, 문제가 있으면 효진이가 다가와줘서 고맙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14년 지기다. 서로 첫인상은 어땠나?
H 나이키 바람막이 점퍼를 입었고 목소리가 하이톤이었다. 키도 작은데 엄청 까불거리면서 다녔다.
J 효진이 첫인상은 ‘잘생겼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걸어놓은, 운동장에 앉은 사진이 떠오른다. 축구 하는 친구들하고 어울렸지. 같은 반인데 어울리는 친구들은 달라서 펜 돌릴 때만 함께 놀았다.
H 각자 꿈을 향해 가다가 실용음악 학원에서 다시 만난 거다. 같은 회사에 들어갔고. 내심 반갑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난 너무 내성적인 성격이었거든.
J 대학도 같이 입시 봐서 들어갔다.(웃음)
나란히 회사에 들어가 연습생 생활을 5년이나 했다. 긴 시간 서로 의지되던가?
J 당연하다. 생각이 같으니 서로 고민을 너무 잘 알고, 힘들어할 때 공감해줄 수 있는 힘이 컸다.
H 연습생은 언제 데뷔할지 모르는 불안한 존재다. 하지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언제 데뷔하지, 라는 생각만 했다. 제이어스와 함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힘을 냈다.
J 그러면서도 경쟁의식이 있었다. “얘보단 잘해야지.”(웃음)
월말 평가에서 둘이 항상 1, 2위를 다퉜다던데?
J 1등은 효진이가 더 많이 했다.
H 그런 게 의미가 있나. 열심히 하긴 했다. 제이어스는 일본어 시간에 잠들어서 모를 수도 있겠지만.(웃음)
J 안 자려고 했는데 일본어 점수는 너무 격차가 벌어지니 포기할 건 포기했다.
서로를 핸드폰에 어떻게 저장해놨나?
J 효진노루궁뎅이버섯. 효진이 별명이 노루거든. 멤버들 다 애칭으로 저장해놨다.
H 제이어스. 원래 멤버들을 별명으로 해놨다가 전화할 때 빨리 찾으려고 이름으로 다 바꿨다.
J 나는 효진이한테 연락할 때마다 노루궁뎅이버섯을 쳐야 한다.
효진이 보는 제이어스, 제이어스가 보는 효진은 어떤 사람인가?
H 엔도르핀 같은 사람. 굉장히 유쾌하다. 이해심도 넓고 기분이 안 좋은 날이 없다. 아는 사람만 아는 건, 한 번 화나면 걷잡을 수 없다는 거.(웃음)
J 좋게 말해줬다.(웃음) 내가 좀 사납긴 하다. 효진이는 소심하고 착한 사람. 착하다고 할 때 뜻하는 걸 다 갖춘 것 같다. 사람 잘 챙기고, 이야기 잘 들어주고 잘 공감해주고. 감성적이기도 하다. 공감 능력이 좋다는 건 그 정도로 깊고 넓은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니까. 나만 아는 건, 마냥 들어주기만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거.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할 때 보면 ‘얘 지금 말하고 싶구나’ 할 때가 있다.(웃음) 진짜 친한 사람들하고만 있을 때만 나오는 장난기가 있다.
H 이건 멤버들만 안다. 하하.
서로 상극인 점은 뭔가?
J 참는 것과 참지 않는 것. 난 참지 않는다. 그런데 얘는 참고 참다 터진다.
H 요샌 다행히 터질 일이 없다.(웃음)
비슷한 연차의 남자 아이돌 그룹과 친하게 지낸다고 들었다.
H 에이티즈 친구들과는 오디션 프로그램부터 함께해서 친하다. 홍중이, 종호랑 특히 가깝다.
J 에이티즈 우영이랑 오디션 프로그램 때부터 붙어 다녔다. 애교 많은 친구다. 우영이 덕에 에이티즈 전 멤버와 친해졌지. 펜타곤은 나이대가 맞아서 더 가깝고. 더보이즈에선 제일 형인 상현이랑 친하다.
H 비슷하게 시작한 팀들이 잘되는 걸 볼 때 뿌듯하다. 아직 우린 더 올라가야 하지만.
J 처음엔 경쟁심을 느끼기도 했지만 함께 활동하다 보면 그런 생각이 없어지더라. 각각의 색이 있는 거니까. 그들이 더 멋진 가수가 되면 나도 기분이 좋다.
효진이라는 이름은 새벽의 보배라는 뜻이더라. 자기 이름 좋아하나?
H 어릴 때는 여자 이름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왜 나는 이름이 효진이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내 이름만큼 좋은 건 없는 것 같다. 예전에 나는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나를 못하면 잘하는 열 가지에서도 자신감을 잃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려 노력했고, 이젠 내 이름이 좋다.
제이어스는 자존감이 강한가?
J 나는 빠르게 인정하기 때문에 뭘 못하면 “내가 못했구나” 하고 단순히 넘긴다. 그렇다고 남 말에 휘둘리진 않고, 납득이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선 확실히 내 의견을 표현하고 반영하려 한다.
H 그래서 처음 제이어스 수식어가 ‘스파크 리더’였다.(웃음)
하루 중 좋아하는 시간대는 언제인가?
H 새벽 2시. 생각에 깊게 빠지거나 노래를 듣는다.
J 오전 10시. 푹 자고 일어나 가장 컨디션이 좋으면서도 산뜻할 때가 10시다.
좋아하는 계절은?
J 겨울. 더우면 땀나잖아.
H 나도 겨울. 드디어 공통점을 찾았네. 겨울의 감성이 좋다. 크리스마스에 불빛이 따듯하게 빛나는 분위기. 성탄절은 성당이 밤늦게까지 연다. 새벽 성당에서 나는 나무와 향냄새도 좋다.
각각 온앤오프 최애곡의 가사 한 구절은?
H “내 걸음이 느릴까 겁이 날 땐, 그때 내 마음속에 펜을 꺼내 꿈을 그려. 달리지 않아도 가슴이 뛰면 돼.” 이번 앨범 수록곡 ‘The Dreamer’ 가사다.
J ‘첫 키스의 법칙’ 가사 표현이 귀엽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축구 경기를 놓친대도 좋은 사람.”
메인 보컬 효진은 정통 보컬리스트답게 노래하더라. 알리, 이승철 같은 뮤지션의 곡들을 호소력 있게 부르던데. 롤모델은 박효신이라고. 리드 댄서 제이어스는 퍼포먼스팀 리더인데 ‘To Heaven’ 부르는 걸 들으니 보컬이 청아하던데?
H 박효신, 김범수, 김연우 같은 보컬리스트를 좋아했다. 한국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되고 싶었지.(웃음) 발라드는 정말 잘할 자신 있다. OST도 많이 참여하고 싶다.
J 난 톤이 높고 가벼운 음색이다. 춤과 보컬이 어우러지는 리드미컬한 R&B나 어쿠스틱을 해보고 싶다.
앞으로 온앤오프로서 어떤 음악을 보여주고 싶나?
H 우리 팀은 노래를 잘한다. 여태까지 퍼포먼스 위주로 보여줬다면, 보컬의 장점을 살린 곡을 들려드리고 싶다.
J 보이는 것보다 들리는 게 더 좋은 무대. 우리 목소리로 더 많은 분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
둘은 참 다른데 꿈에 대해서만큼은 생각이 같아 보인다. 앞으로 온앤오프라는 팀에 어떤 걸 기대하나?
J 아직 해보지 않은 게 너무 많다. 아직 콘서트를 못 해봤는데, 꼭 하고 싶다. 우리 팀은 어떤 일이 있어도 더 노력해서 이루어낼 것 같다.
H 한 계단 더 올라갔을 때, 더 성장했을 때 어떤 기분일지가 제일 궁금하다.
10년 뒤에 뭘 하고 있을까? 제이어스는 고깃집 주인이 되고 싶다던데?
J 아니, 아니. 나는 온앤오프를 하고 있을 거다. 근데 이제 고깃집이 있겠지. 고깃집 사장도 하고 온앤오프도 하는 거지. 진짜로 10년 후에도 온앤오프를 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천천히 걸어가고 있으니까. 이 속도라면 10년 정도는 같이 해야지.
H 10년이 뭐야.
J 10년, 20년, 30년, 아니 평생.
H 나도 온앤오프이면서?
J 보컬 선생님 한다고?
H 보컬리스트로서 많은 분들의 인정을 받고 있을 거다.
둘은 뭘 믿나?
H 삶에는 다 흐름이 있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 운명, 팔자라는 게 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어떤 운명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에 맡겨보려 한다.
J 나는 나를 믿기 때문에 잘될 것 같다. 근데 내가 열심히 한 것보다 더 잘됐으면 좋겠어. 누구에게나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게 가장 좋은 것 아닌가?(웃음)
뭘 믿기보단 날 믿고, 적게 일하고 많이 벌자!
어찌나 잘 닦아놓은 사과처럼 예쁜지. 반짝반짝 윤이 나는 홍옥 같은 효진, 제이어스의 화보를 찍었다. 말갛고 붉은 뺨에 트위드, 진주, 벨벳, 시스루, 젠더플루이딕한 트윈 룩을 잘 소화해주어 뿌듯하다. 기존에 해보지 않은 룩을 위해 다 함께 애써준 민준 스타일리스트, 박도열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소리 메이크업 아티스트, 그리고 김참 포토그래퍼에게 감사를 보낸다. 데뷔 5년 차지만 꾸준히 한 계단 한 계단 올라 마침내 첫 1위, 음반 초동 판매량을 자체 경신하며 커리어하이를 찍은 효진과 제이어스의 긍정 에너지에 힘을 받을 수 있었다. 아쉽게 싣지 못한 두 컷을 이 지면에 싣는다. EDITOR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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