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이 나왔다. 어떤 앨범인가?
지난 정규 앨범 <가로사옥> 이후 뭔가 환기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가로사옥>은 내용 전달에 집중해 의도적으로 기술적인 부분을 제한한 면이 없지 않다. 반면 이번에는 음악적이든 래핑이든 가장 자극적인 ‘에너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내가 뿜어낼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하나로 모은 앨범이라 <MODM : Original Saga>라 이름 지었다. 말 그대로 모둠 정식 같은 앨범이다. 트랙마다 ‘맛’이 각양각색이다. 모둠 정식을 주문했을 때처럼 골라 먹어도 좋고, 다 먹어도 좋다.
<쾌락 설계도>와 <재건축> <가로사옥> 이른바 건축 3부작에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앨범은 어떤가?
한마디로 오락용이다.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재밌어할 만한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 콘셉트는 게임에서 따왔다. 게임 캐릭터는 검은 고양이 소모즈(Somozu)다. 쉽게 말하면 소모즈가 게임을 깨는 형식으로 앨범을 구성했다. 의도적으로 이게 쿤디판다 이야기인지, 게임 캐릭터의 이야기인지 모호하게 썼다. 세부적인 건 들어보면 알 수 있다.
게임이라고? 미안하지만 난 ‘분노’ 같은 감정이 느껴졌다.
하하. 틀린 말은 아니다. 이전 앨범보다 목소리 톤이 좀 세긴 하다. 앞서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재밌어할 음악이라고 하지 않았나? 가슴을 울리는 힙합이든 휘발성 노래든 랩에서 분노와 전투적 에너지가 느껴지면 대중은 좋아할 수밖에 없다. ‘내가 최고고, 너는 나보다 못해’ 이것이야말로 오락용 랩의 기본이거든. 특히 나는 오락적 요소가 많은 배틀 랩을 만들고 싶었다. 이것을 ‘포장’해 보여주기에 게임만 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또 힙합 신(Scene)은 아마추어와 베테랑, 루키 등으로 나뉘지 않나. 점점 경험을 쌓아가면서 올라가는 과정이 꼭 게임의 레벨업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캐릭터는 왜 검은 고양이인가?
특별한 의미는 없다. 평소 검은 고양이를 좋아한다.
그레이, 개코, 넉살, 버벌진트 등 피처링 군단도 화려하던데.
‘다양한 사람들의 피처링을 모으면 진짜 모둠 한 접시 같겠다’ 싶었다. 거기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같은 카테고리에 묶이지 않는 래퍼들을 선별했다. 예를 들어 CHOILB, Puff Daehee, 버벌진트와 함께한 곡이 있는데, 보기 힘든 조합 아닌가. 화나와 개코도 절대 음악 영역이 겹치지 않는 형들인데, 같은 곡의 피처링을 해줬다. 이런 점도 이번 앨범의 오락 요소 중 하나다.
공을 많이 들인 것 같다. 그런데 정규 앨범이 아닌 EP더라.
트랙이 10곡이나 되다 보니 정규 앨범인 줄 아는 사람이 많다. 가벼운 마음으로 낸 앨범은 아니지만, 정규 앨범만큼 세밀하게 작업한 것은 아니다.
올 하반기에 앨범이 또 나온다고 하던데.
올해 특히 보여주고 들려줄 게 많다. 밴드 앨범도 있고, 컬래버레이션 앨범과 개인 앨범도 준비 중이다. 세 앨범 모두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 이 앨범들이 다 나왔을 때 사람들이 나를 무서워했으면 좋겠다. ‘쿤디판다는 대체 스펙트럼이 어디까지일까?’ ‘다음에는 대체 어떤 앨범을 내려는 걸까?’ 하고.
유튜브에서 진행되는 온택트 랩 컴피티션 ‘하고 싶은 말을 해라 시즌 2’에서 프로듀서로 활약 중이다.
예전부터 신인 발굴을 좋아했다. 한창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활동할 때, 아마추어면서도 괜찮은 신인이 보이면 적극적으로 홍보하곤 했다. 그중엔 잘된 친구도 많다. 나이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미 내가 힙합을 시작할 때와는 다른 시대가 열렸다고 생각한다. ‘선배가 후배를 끌어준다’는 표현은 싫지만, 실력 있는 신인을 발굴하는 건 선배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재밌게 참여하고 있다. 어째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건 좋은 일 아닌가.
눈여겨보는 참가자가 있다면?
내 팀의 살아남은 참가자 전부 마음에 든다. (인터뷰 날짜 기준) 지금까지 시월과 희소한, 빅이스트와 오드럼프 네 명이 살아남았는데 각각의 개성은 다르지만 모두 잠재력이 아주 많다. ‘하고 싶은 말을 해라’를 통해 감각을 조금만 터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할 친구들이다.
프로듀서로서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컴피티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승패를 겨뤄야 한다. 하지만 떨어졌다고 해서 ‘내가 못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곧 파이널이다. 심사 기준에 대한 힌트를 준다면?
프로그램 이름이 ‘하고 싶은 말을 해라’이지 않나? ‘하고 싶다’는 절실함이 느껴지는 랩이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쿤디판다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 이 말은 ‘사람들이 보는 내 이미지가 전부가 아니다’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색깔이 더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 그런 기대와 설렘을 갖고 산다. 나는 아직 보여줄 게 훨씬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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