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든 하젠베르그
Graydon Hazenberg @hmstanleystravels
그레이든에게 자전거 여행은 오래된 여행 방식이다. 그는 30여 년 전. 정확히 1990년부터 친구들과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프랑스, 독일 등 그의 두 바퀴는 서유럽을 돌았고, 더 넓은 세계가 보고 싶었다. 그는 겨우 21세였다. 젊음의 열기는 페달을 밟으며 식혔고, 내딛은 힘만큼 굴러가는 정직한 바퀴는 그에게 자유로 보답했다. 그레이든은 말한다. 자전거는 세상을 탐험하는 훌륭한 방법이고, 수단이지만 중요한 것은 환경에 몰입하고, 자연과 문화,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는 것이라고.
자전거라는 고행
“자전거 여행은 수도승의 고행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훨씬 재밌어요.” 그레이든은 자전거 여행은 투르 드 프랑스에 참가한 게 아니니까 기록을 세우기 위해 내달릴 필요 없다며, 천천히 즐기길 권했다. 자전거 여행은 자동차와 달리 많은 짐을 실을 수 없다. 그래서 외진 곳에서는 음식이 부족해 힘들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지 않으면 의욕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중국에서 류머티스열로 쓰러졌을 때다. 심장 손상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위험해 그는 더 이상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심장에는 문제 없이 치료됐다. 충분한 식량 없이 신장과 티베트 서부의 끔찍한 흙길을 몇 주간 달린 적도 있었다. 살이 빠지고 천천히 이동할 수 없던 순간들 또한 어려웠다고 한다. 에티오피아를 여행할 때는 아이들이 그에게 끊임없이 돌을 던졌다. 위험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 순간 에티오피아에서 했던 좋은 경험이 망가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자전거 여행은 그레이든을 미니멀리스트로 만들었다. 그는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여행하며, 발이 묶이는 세상사와 거리를 두었다. 이를테면 주택담보대출이나 직업을 갖는 것이다. 자전거 여행은 그의 시각도 바꿨다.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하다는 것, 타지 사람들에 대한 경계는 편견에 불과함을 깨달았다. 그는 이란에서 믿을 수 없이 거한 환영을 받았다. 대부분의 서양인은 이란에 절대 가지 않기에 이란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자전거 여행은 가장 길고 어려운 프로젝트를 페달을 굴려 이룰 수 있음을 가르쳐주었어요.” 그레이든은 이어 말했다. 자전거는 삶에 그리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고. “만족스러운 삶은 충분한 음식과 야영할 수 있는 예쁜 곳, 흥미로운 풍경, 페달을 굴릴 수 있는 건강이면 충분해요.”
고대 실크로드와 경이로운 대자연
그에게는 1998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티베트 카일라시산까지의 라이딩이 가장 인상적인 자전거 여행이다. 그리고 2002년과 2004년, 2009년 여름에 중국 시안에서 터키의 유무르타리크까지 고대 실크로드를 따라 달렸을 때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두 여행에서 놀라운 고대 문화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들을 마주했죠.” 그는 산을 통과하는 건 어려웠지만 티베트 고원이나 파미르 산맥의 풍경과 빛이 그의 삶을 변화시켰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카일라시 여행에 관한 책 <페달링 투 카일라시(Pedalling to Kailash)>를 썼다. 올해 말에는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에 관한 책을 출판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레이든은 파키스탄-티베트 여행의 기억들도 복기했다. “경이로운 카라코람산, 힌두쿠시의 칼라시 사람들, 사랑스러운 카라쿨 호수, 카일라시의 불교 순례자들 모두 잊을 수 없죠.” 실크로드를 지날 때는 둔황의 불교 동굴, 키르기스스탄의 티엔샨산, 타지키스탄의 파미르 고원, 이란의 사마르칸트와 부하라의 중세 건물, 이란 사람들의 환대, 조지아의 교회와 성 그리고 터키의 역사와 선사 등을 잊지 못할 곳으로 꼽았다.
다정한 사람들
그가 페달을 계속 굴릴 수 있었던 건 사람들 덕분이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에서 만난 사람들은 가난했어요. 하지만 늘 친절하고 도움을 주었죠. 그들은 요트(하얀 펠트 텐트)에 절 초대해 편히 잘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어요.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제게 음식을 나눠주었죠.”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에게 그는 끊임없이 감동받았다. 그레이든은 실크로드에서 많은 사람들과 흥미롭고 계몽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한 젊은 남자, 그의 어머니와 함께 눈보라 치는 산 중턱에서 부정부패와 결혼, 삶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누며 더 넓은 세상을 깨닫게 됐어요.”
인간의 속도로 세상을 보는 법
“자전거는 인간의 속도로 세상을 보는 방법 중 하나예요.” 그레이든은 자전거 여행을 자동차 여행과 비교하며 말했다. 자동차를 타다 보면 놀라운 풍경을 지나쳐버릴 때가 있지만 자전거에서 마주한 풍경은 감상하기 더욱 쉽다. 앞으로 그레이든은 어디로 가게 될까.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는 자전거로 횡단하지 않았어요. 언젠가 꼭 가볼 계획이에요.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봤지만 북동부 지역은 못 가봤어요. 사진으로 봤는데 정말 멋있더군요.”
위험 요소
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교통이다. 운전자는 자전거 라이더를 신경 쓰지 않는다. 전 세계가 그렇다. 인도 콜카타에 위치한 하우라 다리를 건널 때, 파키스탄의 그랜드 트렁크 로드를 지날 때도 그는 불쾌하고 무서웠다고 한다. 질병 감염도 위험 요소다. 그는 파키스탄과 서부 티베트를 여행할 때 두 달간 세균성 이질을 앓았다고 한다. 또 중국 우루무치에서는 류머티스열로 병원에 입원했고, 반년간 자전거를 못 탔다. “극단적인 날씨도 위험하죠.” 서부 티베트에선 침수된 강을 건넜고, 11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근처에서 캠핑했을 때는 야간 기온이 영하 20℃에 달했다. 투르크메니스탄과 이란에서는 52℃의 폭염을 뚫고 자전거를 타야 했다. 중국 고비 사막에서는 물이 바닥났고, 지도가 없어 목적지까지 가는 데 큰 고생을 해야 했다.
록키 마운틴 블리자드 마운틴 바이크
록키 마운틴 블리자드 마운틴 바이크는 현재 그의 자전거다. 2009년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록키 마운틴 바이크로부터 받았다. 가장 낮은 기어는 높은 언덕을 오를 때 천천히 페달을 밟도록 제어하고, 디스크 브레이크와 특별 제작된 강력한 휠도 탑재했다. 새로 장착한 휠은 단 한 번도 부서진 적 없다고 한다. 타이어는 장거리 라이더에게 유명한 슈발베 마라톤 XR(Schwalbe Marathon XR)이다. 펑크 나지 않고 오래 탈 수 있는 타이어다. 그레이든은 자전거 백패킹 팁을 전했다. “훌륭한 품질의 짐 받침대, 바구니는 반드시 챙기세요.” 2인용 텐트, 보온 슬리핑 백, 에어 매트리스, 조리 장비, 자전거 수리 도구, 여분의 구성품, 지도, 가이드북, 작은 여행 기타를 싣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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