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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세계 문턱에서

우리는 어떻게 가상자산을 모을 수 있을까. 가상세계와 현실의 접점이 늘어나며, 현실과 가상세계의 가치가 혼재된 근미래. 개발자도 IT 기업도 인플루언서도 거대 자본을 소유한 것도 아닌 보통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가상세계에서 자산을 축적할 방법을 강구해봤다.

UpdatedOn May 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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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이야기꾼

영상 편집 기술이 없다고? 게임 제작 능력이 없다고? 감각도 없다고? 당연한 소리. 전문가가 아닌 이상 어떻게 영화 같은 고품질의 영상을 척척 만들어낼 수 있겠나. 기술을 배우려면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어려운 기술을 메타버스에서는 어렵지 않게 다루게 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개인이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려면 전문 기기들이 필요했지만, 현재는 스마트폰 영상 편집 앱의 템플릿을 이용하면 AI가 자동으로 영상을 전문가 수준으로 생성한다. 사진 편집 툴 또한 AI가 적용되어 원하는 필터를 택하면 전문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3D 렌더링 시간이 비약적으로 줄어든 지금. 조금 더 지나면 3D나 게임, 영화 수준의 컴퓨터 그래픽을 일반 사용자가 작업하는 쉽고 효율적인 툴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 물리적 움직임이 구현된 메타휴먼을 생성할 수도 있다. 실제 같은 가상인물을 만든 다음에는 무엇을 할까. 콘텐츠다. 메타휴먼으로 만들 수 있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현재 유튜브에서 통용되는 다양한 콘텐츠도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메타버스에서 중요한 것이 사용자의 이목을 끌어서 오랜 시간 잡아두는 것이라면, 비교적 호흡이 긴 영화나 게임이 적합할 것이다. 사용자는 메타휴먼과 같은 캐릭터, 생성한 캐릭터를 이용해 저마다 게임이나 영화, 시리즈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다.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는 사용자를 5분, 길게는 몇십 분간 머물게 한다. 사용자가 모이면 어떤 형태로든 수익이 발생할 것이다. 유튜브나 게임의 광고와 같은 전통적인 방식도 포함될 것으로 추측된다. 가상세계에서 영화감독의 꿈을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어쨌거나 암호화폐

2021년 현재 가장 유망한 가상자산 투자처는 단연 암호화폐 시장이다. 확장된 가상세계에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려면 공통의 가치, 통화 수단이 필요할 것이다. 암호화폐는 가상세계에서 가치를 거래하는 데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문제는 암호화폐 종류가 많다는 것. 우후죽순 등장한 각종 코인들 사이에서 미래에 살아남을 코인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또 실물이 없기에 그 내재 가치를 정확히 판단하기도 어렵다. 코인은 그 가치가 예측불가능한 통화 수단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가상세계에서 이보다 유용한 통화 수단이 없기에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NFT 디지털 아트 제작

예술의 가치는 현실보다 가상세계에서 더 높이 평가된다. 대체불가토큰인 NFT로 거래되는 디지털 아트는 예술사조로서, 시대적으로 비평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그것이 갤러리에 전시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가상세계에서 디지털 아트는 현실의 아트 마켓보다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NFT 경매 시장에서 디지털 아트는 급속도로 팔리고 있다. 작품의 가치는 화제성과 희귀성이다. 유명인의 작품은 가치가 상승될 것으로 예측해 더 비싼 값에 경매가 이루어진다. 현실에서와 같다. 현실과 다른 점은 디지털 아트는 누구나 제작 가능하고,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경매에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작품이 거래됨에 따라 작가에게 일정한 수수료가 지급되고, 거래 내역은 투명하게 기록되며, 대금은 실시간으로 주고받는다. 스스로 미적 감각이 뛰어나다면, 그림이든 3D든, 음악이든 만들기를 좋아한다면 디지털 아트 경매를 통해 가상세계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디지털 아트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고. 참고로 모든 디지털 아트가 비싼 값에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 안 팔리고, 낮은 값에 거래되는 작품이 더 많다.

가상 부동산 투자

메타버스에서도 부동산 불패 신화는 이어진다. 두 번째 지구라고 불리는, 어스2에서는 지금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고 있다. 어스2는 사용자가 부동산을 구입하고, 거래하는 곳이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 차라리 롤(LOL)이나 한판 하고 말지’ 하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 어스2의 부동산을 구입해 수익률을 5000% 이상 달성하면서 주식과 암호화폐보다 빠르게 자산을 불리는 곳이 됐다. 현실과 동일하게 구현된 어스2에서 압구정 현대 아파트는 2021년 4월 15일 현재 1칸당 17.23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현재 중국인 사용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 인근 대지 3백63칸을 소유해 총 6천 달러가 넘는 부동산 자산을 축적했다. 그가 약 2백 달러를 주고 구입했으니 그의 수익률은 약 3000%에 달한다. 작은 위안이라면 내가 살고 있는 전셋집은 아무도 구입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두 번째 지구에서도 부동산이 계속 상승하리란 보장은 없다. 가상 부동산이 어스2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디센트럴랜드는 가상공간에서 펼치는 롤플레잉 게임이다. 특징은 게임의 맵, 그러니까 사용자가 게임에서 맵의 구획된 땅 ‘랜드’를 구입하고, 도시 같은 공간을 만들어 사용자가 게임을 펼쳐나가는 것이다. 디센트럴랜드에서는 도로나 광장 같은 공공 영역을 제외한 모든 랜드는 구매가 가능하다. 값어치가 높은 랜드는 다른 사용자와 암호화폐로 거래해 자산을 늘릴 수 있다.

커뮤니티에서 ‘인싸’가 되라

생산적 활동이 가능한 가상세계에서 커뮤니티들은 무엇을 하게 될까. 콘텐츠를 함께 소비하고, 아이템을 사고 팔고, 농담만 하고, 미션을 클리어하기도 할 거다. 놀이 방식이 여러 가지이듯 가상세계 커뮤니티에서도 생산적인 놀이를 즐기는 사용자들이 있을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며 하는 마인크래프트 같은 게임처럼, 사용자 중에는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그룹을 만드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 프로젝트가 다른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어, 수익을 발생시킨다면(마인크래프트처럼) 프로젝트 활동은 가상세계의 직장 생활이 될 수도 있겠다. 현실과 달리 수평적이거나 친밀하지 않은 조직이 될 수도 있다. 조직의 형태는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수익을 발생시키는 조직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수익 분배를 통해 가상세계에서 자산을 모을 수 있다. 나아가 자신만의 감각과 기술을 개발하고, 수준 높은 프로젝트에 동참해 자신의 가치를 향상시켜 가상세계에서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현실의 프리랜서처럼.

알트보단 비트

어떤 코인이 살아남을까. 현재 가치가 가장 높은 코인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다. 알트코인에 비하면 그 가치가 수만 배에 이르기에, 지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매수한다 해도 알트코인 같은 드라마틱한 수익률을 기대하긴 어렵다. 물론 알트코인은 상대적으로 값어치가 낮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순 있지만 역으로 가치 하락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당장의 이익 실현보다 가상세계에서 살아갈 날을 위해 안정적인 코인에 장기 투자하는 편이 낫다. 정리하면 이익 실현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보유 수량을 늘리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가상세계에서 살아갈 날을 대비하기 위해.

콘텐츠 크리에이터

식상한 소리지만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가장 유망한 직종 중 하나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은 2025년 메타버스 시장 규모를 2천8백억 달러 규모로 내다본다. 우리 돈 3백12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2020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가 15조원에 달하는 것을 보면 메타버스의 영향력이 무시 못 할 수준이 되리라 예상할 수 있다. 메타버스의 본질은 커뮤니티다. 사용자들이 정보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가 만든 콘텐츠를 경험하는 곳이다. 메타버스란 용어는 낯설지만 그곳에서의 경험은 익숙한 것들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SNS, 유튜브, 온라인 게임이 종합되어 있다. 메타버스에서 소비되는 상품은 무형의 것, 콘텐츠다. 메타버스의 대중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한다. 미국 초등학생이 열광한다는 ‘로블록스’는 사용자가 코딩 과정 없이 직접 게임을 만들고, 제작한 게임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구조다. 로블록스를 하며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메타버스는 당연한 개념이 될 것이다. 메타버스에서는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만들어 사용자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곳이기에 콘텐츠를 오랜 시간 준비하는 것보다 시류에 맞게 빨리 공개하고, 관심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유튜브처럼. 기억할 점은 메타버스에서 자산을 축적하려면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돈이 모인다는 진리는 메타버스에서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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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이예지
GUEST EDITOR 정소진
ASSISTANT 전소현
ILLUSTRATION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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