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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잘 입어야 하는 이유> 아돌프 로스
철학가이자 건축가 아돌프 로스가 쓴 1백 년도 더 된 책이다. 그는 단단한 어조로 옷을 잘 입는다는 것에 대해 설명한다. 옷을 잘 입는다는 건 어떤 뜻일까? 그의 말을 빌리자면 눈에 띄지 않고, 남들을 따라 하지 않으며, 옷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옷을 올바르게 입는 태도라 한다. 패션이 빠르게 바뀌는 이유는 결국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이제 막 현대 복식을 갖추기 시작한 19세기 말의 설파가 1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유효하다. 당시 사람들이 입던 의복의 묘사와 어떤 옷이 유행이었는지 살펴보면 더욱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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➋ <남자는 쇼핑을 좋아해> 무라카미 류
늦바람이 무섭다 했던가? <남자는 쇼핑을 좋아해>는 20대 중반까지 넥타이 한 번 매지 않고, 심지어 토크쇼에 후드 집업을 걸치고 나가던 작가의 쇼핑 체험기다. 이 책을 단순하게 옷 몇 벌 쇼핑하는 체험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작가는 정말 ‘억’ 소리 나게 종류별로 옷을 쓸어 담는데, 유독 파란색 셔츠에 집착한다. 셔츠가 모든 옷의 기본이라며 그에 맞춰 구두와 타이도 방대하게 사들인다. 하지만 너무 많이 사들인 탓일까? 정작 사랑하는 셔츠들은 몇 번 입지 못하고 선반에 잠들어 있다는데…. 작가는 쇼핑이 각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현지인과 소통하는 좋은 매개체라고 말한다. 쇼핑 초보의 체험기를 통해 각 나라 사람들의 복식 특징과 도시별 쇼핑 팁도 얻을 수 있으니 의외로 많은 정보가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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➌ <해 뜨는 나라의 공장>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 속에서 종종 특정 브랜드를 언급할 정도로 하루키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작가다. 약 반년에 걸친 공장 탐방기를 엮은 에세이 <해 뜨는 나라의 공장>에서는 꼼 데 가르송을 견학한다. 명품 브랜드는 영 어색하다는 하루키의 쭈뼛대는 모습과 취재가 내키지 않는다는 브랜드 관계자의 밀고 당기는 대목은 이 책의 웃음 포인트. 재단사와 복잡한 제조 과정에 대해 나눈 인터뷰는 하루키의 파트너 안자이 미즈마루의 귀여운 일러스트로 쉽게 풀어냈다. 호기심에서 시작된 그의 탐방기는 브랜드의 철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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➍ <아메토라> W. 데이비드 막스
‘아메카지’라 명명된 스타일의 기원을 쫓는다. 쉽게 말해 일본에서 어떻게 아메리칸 캐주얼이 본토 수준을 뛰어넘을 만큼 높은 품질과 스타일로 자리 잡았고, 수출하게 됐는지에 대한 과정을 다룬다. 패전 후 일본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미국 문화를 받아들이고 흡수한다. 1964년 긴자에는 옥스퍼드 셔츠, 치노 팬츠, 로퍼 등을 신은 이들이 구름처럼 몰린다. 그리고 이들 뒤에는 아메카지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시즈 겐스케가 있었다. 그가 설립한 아메리칸 스타일 브랜드 VAN 재킷은 1978년 사라질 때까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무수히 뻗어나갔다. 아메카지 스타일의 뿌리를 마련한 셈. 책에는 아메카지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20세기 전반적인 복식사부터 <뽀빠이> 매거진, 후지와라 히로시와 니고의 만남 등 소소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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