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그리다
영화를 그림으로 보는 체험. 영화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맥스 달튼의 개인전이 열린다. 파스텔 톤의 빈티지한 색감, 생동하는 인물들, 섬세하고 정교한 구조…, 팬시하고 키치한 세계를 그려내는 맥스 달튼은 웨스 앤더슨 감독 일러스트 컬렉션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인 맥스 달튼은 영화에 대한 깊은 애착으로 <스타워즈> <메트로폴리스> 같은 고전 SF 영화들과 <007> 시리즈, <킬 빌> <킹콩> <이터널 선샤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비롯한 영화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명대사 스크립트와 함께 재구성했다. 전시를 위해 제작된 <기생충>과 <반지의 제왕> 포스터, 그가 삽화를 그린 <외톨이 타자기>를 비롯한 동화 일러스트들, 피카소, 모네, 칼로, 폴록 등을 그만의 일러스트로 오마주한 ‘화가의 작업실’ 시리즈을 선보인다. 비틀스, 밥 딜런 등의 뮤지션 LP 커버를 디자인하여 제작한 바이닐로 음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일러스트를 통해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전시다. 포스터를 한정판으로 판매하니 굿즈 욕심이 있는 마니아라면 놓치지 말 것. 2021년 4월 16일부터 7월 11일까지 마이아트뮤지엄.
언어 깃털
언어가 무용한 아름다움이라면 이런 모습일까. 박주연 작가에게 언어란 탈영토화된 정체성을 지닌 개인이 억압된 세계 속에서 에코처럼 가닿지 못해 스러지는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 플루타르크의 나이팅게일 설화에서 영감받은 개인전 <언어 깃털>은 언어의 의미를 제거한 음성과 이미지에 주목한다. 전시 공간을 채우는 ‘그녀가 노래를 말할 때’(2021)는 오케스트라 협연 전 악기 조율 표준음으로 사용되는 사인파, 작가의 글을 한국어, 영어 그리고 그리스어로 읊조리는 그리스 음악가들의 음성, 발코니에서 녹음한 새소리 등이 다채널 사운드로 울려 퍼진다. 글쓰기와 드로잉 사이에 위치하는 원고지 2백60장 분량의 ‘열셋 챕터의 시간’(2021) 은 언어의 의미를 소진하며 번역에 저항한다. 금속 조각 오브제들은 재료의 물성을 거부한 채, 종이 조각, 잉크로 쓰다 만 획, 깃털처럼 무중력 공간에 다가선다. 거울과 같은 ‘눈먼 눈’(2021)은 반복되는 에코와 무한히 반영되는 나르시스의 메커니즘을 통해 소리와 이미지가 합쳐지는 차원을 제시하며, 끊임없이 무의미를 향해 나아간다. 3월 25일부터 6월 6일까지 아뜰리에 에르메스.
다각형 주름, Fold, Hexagonal, 2017.
상신유신
아시아 현대 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자 대만을 대표하는 영상 작가 천제런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린다. 반체제 전시와 게릴라식 퍼포먼스로 대만의 냉전과 반공 선전, 계엄 시기를 지배했던 정치 메커니즘에 저항한 천제런은 여전히 실업 노동자, 이주 노동자, 결혼 이민자, 청년 실업자, 사회운동가 등 지역민과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작업에 출연시키며, 빠르게 발전해온 대만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들의 존재 의미를 되찾고 시대와 역사의 이데올로기를 가시화해왔다. 최근엔 포스트 인터넷 시대의 모든 분야에 침투해 있는 감시와 통제 아래, 인류가 임시 노동자로 전락하는 현실에 주목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이번 개인전 <상신유신>에선 그가 1990년대부터 만들어온 시기별 작품을 소개한다. ‘미는 사람들’과 ‘공장’처럼 노동자, 실업자들과 연대해 제작한 작품, 중국 사형수의 사진이 서구 중심으로 해석되고 소비되는 현상에서 식민과 피식민의 관계를 조망한 ‘능지(凌遲): 기록 사진의 전율’, 장기 실업으로 자살을 시도한 작가의 형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된 ‘별자리표’와 약 60분 동안 상영되는 ‘필드 오브 논-필드’ 등이 그것이다. 3월 11일부터 5월 12일까지 아트선재센터.
별자리표, 2017, 흑백사진, 52.5×36.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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