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고 지냈나?
최근까지 브랜드 ‘세이 투셰(SAY TOUCHE)’ 론칭하느라 바빴다. 컴백도
준비 중이고. 아, 이사도 앞두고 있다.
어디로 가려고?
상수동 근처.
최근 JTBC 예능 <독립만세>를 통해 홀로 살아보니 어떤가?
인테리어에 큰 관심 없었다. 최근 독립 준비와 동시에 인테리어 소품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자연스레 리빙 소품과 인테리어에 애정이 생겼다.
가구와 오브제를 고르는 기준이 있나?
튀지만 눈에 띄지 않는 걸 좋아한다. 가구도 그렇다. 그래야만 세련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쉽게 질리지 않는다.
지금 골라놓은 가구들은 어떤 건가?
제일 중요한 소파는 확정했고, 침대와 스피커는 고르고 있다. 스피커는 소리도 중요하지만 공간의 분위기에 맞아야 하니까 숙고 중이고. 액자는 너무 많이 갖고 있어 살 필요가 없다. 선반도 뭘 사야 할지 아직 판단이 안 되네.
자취하면 수집하고 싶은 소품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는 술잔을 그렇게 모으고 싶던데 찬혁도 그런 게 있나?
안경, 선글라스를 정말 좋아한다. 엄청 모으는데 마땅히 둘 곳이 없더라. 안경을 보관할 만한 오브제가 필요했는데 찾아 헤매기보단 직접 만들어봤다. 그래서 탄생한 게 ‘맨드릴 글라스 앤 주얼리 홀더’다. 거창한 기능을 하지 않는 물건이 거창하게 생긴 것. 그게 멋있다.
무슨 뜻인가?
안경을 두는 소품일 뿐인데 무척 정교하게 제작해서 거창하게 보이는 거지. 안경 하나 두기 위해 특별한 작품을 만드는 행위 자체가 멋있지 않나.
앞으로 생활할 공간은 어떤 콘셉트로 꾸미고 싶나?
카페를 좋아한다. 이곳저곳 다양한 카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정말 마음에 드는 한 곳을 정해놓고 주야장천 다닌다. 예전에 집보다 편안한 카페를 발견했는데 지금은 사라졌더라. 그런 카페를 집으로 들이고 싶다. 세련된 느낌보다는 안락하고 편안한 느낌이 좋다.
색감을 다양하게 쓰진 않겠네?
화려한 색채로 꾸미면 쉽게 질릴 것 같다. 최대한 낡고 오래된 느낌을 살리고 싶다. 새로운 건 정이 안 간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공간이 생기면 어떨 것 같나?
내 집은 그냥 내 공간이다. 나만 사는 곳. 다른 사람을 들이거나 초대하는 걸 즐기는 편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만나려면 집 근처 단골 식당이나 카페에서 보면 되지.
집돌이인가?
내성적인 편인데 그렇다고 집돌이는 아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렇지만 나만 아는, 나를 기다리는 공간이 있을까 싶어 열심히 찾아다녔는데 건지는 건 없다.
쉬는 날에는 뭘 하나?
최근 몇 달 동안 쉬어본 적이 없다. 할 게 많았고 앞으로도 스케줄이 있다. 내 일이 모두 창작 활동인데 쉬는 날 하고 싶은 일도 결국 창작 활동이더라. 영역은 다르지만 그림처럼 없던 걸 만들어내는 행위를 하고 싶어서 시간 나는 대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글도 쓰고.
새나 파충류, 동물 등을 그리더라. ‘세이 투셰’의 오브제도 원숭이 얼굴이잖아. 이유가 있나?
얼굴이 있는 존재를 그리면 생동감이 느껴진다. 파충류나 동물에만 집중하는 건 아니고 그보다는 생명체 자체를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화난 표정이 그려진 그림을 보면 무서움을 느끼고 실제로 그런 그림을 침실에 두면 방 분위기가 음침하고 그렇잖아. 생명력을 가진 그림이 좋다.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나?
사실 나는 나밖에 모른다. 컬래버레이션 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누구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나는 타인에게 정말 관심이 없다. 요즘 그런 생각이 문득 드네. 내가 오직 집중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찬혁이 현재 내놓은 새로운 창작물이자 브랜드인 ‘세이 투셰’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우린 이런 걸 만들었으니 좋으면 사. 그런 브랜드다. 팔기 위해 몸부림치는 게 아니라 ‘우린 멋있는 걸 할 테니 우리를 투셰(Touche)한다면 투셰를 외치고 물건을 가져가라’는 거다. ‘투셰’가 펜싱 용어인데 자신이 찔렸을 때 ‘인정’한다는 의미다. 상대방의 말에 반박할 수 없을 때, 혹은 어떤 타격감을 받아 저항할 수 없을 때 투셰를 외치기도 한다.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 계기는 뭔가?
모든 것을 권태롭게 느끼던 시기가 있었다. 음악이 다가 아닌데, 음악으로 한정 짓기엔 내 삶은 더 넓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 권태로움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갈망을 함께 해소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나 재미있는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발자국이 그려진 발 매트가 특이하다. 러그의 모양도 기이하고. 의미가 있나?
소품들의 테마는 ‘도둑의 집’이다. ‘우셰’라는 가상의 인물도 만들었다. 우셰는 선망하는 물건, 누구나 혹할 만한 물건들을 기념비적으로 자신의 집에 들여놓기 위해 훔치는 도둑이다. 우린 그 도둑의 취향인 오브제들을 만든다. 그래서 우셰의 발자국을 그린 것이고. 러그에 대해 말하자면 평범하지 않고 공간에 확실한 영향을 줄 만한 것이 필요했다. 모양이 특이해 바닥에 툭 놔도 좋고 공간을 지배하는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재미있는 러그다.
지금 화두는 뭔가?
이 모든 게 사라져도 나는 똑같을까? 음악도, 브랜드도, 그림도, 책도 그렇고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엔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 그 중심에 있는 게 나 자신이고. 내가 하는 것들이 잘되든 못되든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어떤 일이 날 지배한다거나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할 거다.
새로 시작하고 싶은 게 또 있을까?
30대가 되면 새로운 걸 하기보단 20대에 했던 것들을 유지하고 싶다. 20대엔 계속 도전할 거다. ‘이것저것 뭘 저렇게 많이 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무슨 일이든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보여주게 되는 거다. 내가 그렇게 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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