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이 더 동안이다. 비결이 있나?
고맙다. 비결은 선크림? 초등학생 때부터 어머니께서 항상 선크림을 바르라고 하셨다. 어머니는 훨씬 동안이시다. 유전적인 이유일 수도 있다. 아버지께서는 아무것도 안 바르시거든. 그런데 아버지도 동안이시다. 유전인가? 선크림인가? 모르겠다.
별명 ‘빵인엽’의 유래가 궁금하다.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빵을 좋아해서 ‘빵인엽’이 아니다. 친구들이 ‘황이’라고 부르다가 ‘팡이’로, 그러다 ‘빵이’로 발음이 점차 억세졌다. 친한 친구들은 ‘야, 빵이녑’이라 부른다.
웹 드라마 <프레쉬맨: 아싸들의 인싸 도전기>에 출연했었다. 학창 시절 인싸였나?
공부 잘하는 게 인싸라면…, 아싸였다.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패션이나 드라마에 더 관심이 컸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봄날> 속 조인성 선배님을 정말 좋아했다. 그를 따라 하는 게 가장 큰 낙이고 행복이었다. 만일 패션으로 아싸와 인싸를 나눈다면 인싸에 속했다.
성격은 조용해 보이는데.
조용하기보단 차분하다. 친해지면 애교가 많아진다.
<여신강림> 이후 팔로워가 급속도로 늘었더라. 기분이 어떤가?
원작 웹툰이 유명하니까 화제는 될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팔로워가 많을 줄 전혀 예상 못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아직도 늘어나고 있더라.
‘한서준’ 역할을 통해 얻은 인기가 실감나겠다.
다른 배우들과 함께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했고 그게 큰 시너지를 만들었다.
‘한서준’과 닮은 점이 있나?
자신감은 분명한 이유가 뒷받침돼야 하잖아. 하지만 한서준과 나의 자신감엔 이유가 없다. ‘그냥 하면 되지 않아?’라는 식이다. 20대 때는 두려운 게 많았고 그로 인해 늘 미래가 불확실하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당당해져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문 걸어서인가? 망설임 없는 도전과 자신감 있는 행동이 몸에 배었다.
<18 어게인> ‘구자성’과 <여신강림> ‘한서준’ 모두 학생 역할이다. 학생 역할을 하기에 적은 나이는 아닐 텐데.
새롭고 다채로운 배역을 맡아야 하는 배우로서 마음이 늘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서른한 살인데, 마음은 아직 어리다. 늘 신선하고 새롭게 생각하려 노력한다. 그래서 10대 역할에 잘 스며들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서른한 살이 되어 달라진 것도 있나?
조급해하지 않는다. 30대가 되니 여유를 갖고 나무가 아닌 숲을 보려 노력하는 것 같다.
2018년부터 다섯 편의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하며 달려왔다. 지칠 법도 한데 더 성장하는 듯하다.
힘들고 나약해질 때면 부모님이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해주신다. 배우라는 직업에 도전할 때도 묵묵히 믿어주셨다. 동생도 큰 힘이 되는 존재이자 가장 친한 친구다. 가족이 있어 나아갈 수 있다.
첫 작품에 임했을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뭐였나?
TV에서만 뵙던 선배님들과 같은 공간에서 연기하는 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너무 긴장되는 거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받아야 할 것 같더라. 걱정과 달리 잘 이해해주시고 이끌어주셔서 배우란 정말 행복한 직업임을 느꼈다.
배우가 되기 전에는 모델을 했었다.
나의 젊은 시절 모습을 아름답게 남기고 싶었다. 중학교 때 장래 희망이기도 했고.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갈망이 항상 자리하고 있었는데 막연하기만 하더라. 쉽게 도전하지 못했다. 모델 일을 그만둔 후에는 일반인으로 돌아가 평범하게 살아보려 했지만 발길이 안 떨어지더라. 부모님께 ‘1년만 도전해보고 빛을 보지 못하면 그때는 정말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리곤 배우가 되기 위한 한 걸음을 뗐다.
배우가 아니라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친구와 의류 브랜드를 내려고 했었다. 예를 들면 제작한 의상의 콘셉트에 어울리는 가구, 오브제, 향초 등으로 공간을 꾸미고 그곳에 있는 제품과 의상 모두 판매할 계획이었다. 공간을 아예 통째로 판매하는 거지. 새로운 의상을 만들면 또 새로운 콘셉트의 공간을 만들고.
아이디어 좋은데? 뺏고 싶다.
그런가?(웃음) 배우가 될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다. 친구도 원하던 바가 있어 각자 1년만 도전해보고 실패하면 계획대로 하자고 했는데. 지금은 각자 꿈꾸던 일을 하며 행복하게 지내는 중이다.
시도해보고 싶은 역할은 뭔가?
고등학생 역할을 하면서 10대만의 풋풋함과 감성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지만 이젠 남성적이고 강인한 역할도 해보고 싶다. 어른 멜로 같은 거 있잖아. 섹시하고 날것의 느낌도 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멘토가 있나?
반드시 대단한 사람이 멘토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 이를테면 함께 다니는 매니저, 홍보를 도와주는 사람들, 모두가 나의 멘토다. 굉장한 영감을 주지 않아도 좋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다.
섬세한 사람이네. 그런 성격이 연기에도 도움되겠다.
맞다. 패션을 좋아해 그런지 눈썰미가 있는 듯 하다. 작은 것들이 모여 좋은 걸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사소한 면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뿐만 아니라 예술 계통에 종사하는 분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분야에선 섬세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자리에 계신 분들도 그렇고.
황인엽은 어떤 사람으로 각인되고 싶나?
‘왜 저렇게 멋있지? 이유가 뭐지?’ 이런 말 듣고 싶다. 멋있는 사람을 보면 항상 당당하더라. 자신감 넘치고 확신에 찬 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느낌이 있는데 그 느낌을 간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여신강림> 하면서 제일 뿌듯했던 게 지금 10대의 기억 속에 내가 깊게 자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사춘기에 접한 건 쉽게 잊기 힘든데. 내 기억 속에 <봄날> 속 조인성 선배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듯, 그들 기억 속에 <여신강림> 속 내 모습이 오랫동안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두려움이나 걱정도 있나?
두려움은 없다. 다만 배우로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걱정이 앞선다. 행복한 고민이지. 그래서 요즘 삶의 키워드가 ‘보답’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는 사랑에 어떻게 보답할지만 고민한다.
하루 중 언제 가장 행복한가?
잡지 읽는 게 취미다. 모두가 잠든 새벽, 스탠드 켜놓고 맥주 한 캔 홀짝이며 잡지 읽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들릴 듯 말 듯 작게 음악을 틀어놓는 건 필수다. 잡지를 왜 아직 사냐면, 아날로그가 주는 감성이 있잖아. 그걸 잃고 싶지 않다.
매운 음식 좋아한다며?
좋아하지. 최근에 매운 카레를 먹었는데 두통이 오더라. 귀에서 뭔가가 나오는 느낌이고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세상에 그렇게 매운 카레가 있다니.
매운맛 전문가로서 추천 메뉴는?
직접 만든 라면과 알리오 올리오. 유일하게 동생에게만 만들어줬다. 돈 주고 사 먹을 정도로 맛있다더라. 나만의 레시피가 있는데 특급 비밀이다. 언젠가 영상으로 남길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 보여주겠다.
그래서 오늘 저녁도 매운 음식인가?
아까 햄버거 먹었는데 매운 알리오 올리오 한 번 더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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